오래 살던 동네에서 노년을 보내는 것은 또 다른 행복

[단디뉴스=정원각 시민기자] 어르신들이 천천히 그러나 부지런히 몸을 계속 움직인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 팔이나 다리가 부자유스러운 어르신 등, 그리고 이분들의 동작 하나하나를 도와주는 노동자 조합원들... 2020년부터 코로나19로 어르신들의 케어가 더욱 어려워졌지만, 사회적협동조합 창원도우누리(이하 '창원도우누리')는 어르신들의 가정을 방문하여 도시락 배달, 목욕 등의 사회서비스를 제공했다. 그런 노력으로 창원도우누리는 창원시 봉림동에서 어르신들과 그 가족 그리고 주민들에게 꽤 알려진 사회서비스 제공 협동조합이 됐다.

 

창원도우누리가 협동조합으로 출범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6년 전인 2017년 2월이다. 하지만 사회서비스 사업을 시작한 것은 어느덧 20년째다. 창원도우누리는 2004년 창원지역자활센터 복권기금사업단으로 가사간병 재가 방문 서비스를 시작했다. 2007년에는 노인 돌봄 종합서비스사업 제공기관과 장애인 활동 지원사업 기관 지정을 받았고, 2008년에는 노인 장기 요양사업을 시작했다. 2015년에는 중증장애인 도우미 지원사업을 함으로써 장애인돌봄서비스 분야도 확대했다.

노동의 질과 내용을 함께 결정하고 책임지는 협동조합으로 전환

2017년 창원도우누리는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재탄생한다. 단순히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가로 급여를 받는 임노동에서, 회사의 중요 결정에 노동자들이 참여하는 노동자협동조합으로 재창립한 것이다. 더 정확하게는 간호사, 사회복지사, 생활지원사, 요양보호사, 장애인활동지원사 등 116명의 노동자가 조합원으로서 노인, 장애인들에게 제공하는 돌봄 등의 서비스는 물론, 서비스 내용과 노동 조건, 임금 등의 결정에 함께하고 조합 경영에도 참여하고 책임진다. 노동자조합원 외에 후원조합원 등도 이 과정에 함께 참여한다.

 

창원도우누리에서 운동과 여가를 즐기는 어르신들 / 방문 목욕 차량.
창원도우누리에서 운동과 여가를 즐기는 어르신들 / 방문 목욕 차량.

일하는 노동자들이 회사의 주인이 된다는 것은 혁명적인 변화다. 법인의 형태가 주식회사나 사회복지법인 등에서 노동자협동조합으로 바뀌어야 하는 것만이 아니다. 참여 노동자들이 각자 수백만 원 이상의 출자금을 내야 하고, 사업 등의 중요한 결정에 참여해 그 결과를 책임져야 한다. 이렇듯이 권한과 책임이 막중한데 그 내용을 제대로 알고 사업을 하는 노동자협동조합이 드문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그렇다 보니 성공적인 노동자협동조합(또는 직원협동조합)을 찾기가 쉽지 않다.

다행히 사회적협동조합 창원도우누리는 2017년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한 후 사업 성과와 조직 운영 내용이 상당히 좋은 편이다. 사업은 2018년 한부모 가사지원서비스, 2019년 방문요양, 방문 목욕, 주간 보호 사업 등의 통합 돌봄센터 운영으로 확대됐다. 이를 반영하듯이 2023년 2월 현재, 조합원은 215명으로 약 2배 가까이 늘었고 출자금은 9억 5천만 원으로 커졌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어르신, 장애인은 1천여 명에 이른다. 이런 성과로 인해 2019년 제2회 대한민국 사회적경제박람회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았고, 2022년에는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평가에서 3년 연속 '탁월'을 받았다.

 

안정적인 사회서비스 제공의 초석이 되는 지역자산화 사업

창원도우누리의 사업을 살펴보면 첫째 바우처 사업으로 가사간병 방문 지원과 장애인 활동 지원을 하고, 둘째 장기 요양 사업으로 방문요양, 방문목욕, 주간 보호를 하며, 셋째 돌봄 사업으로 노인 맞춤 돌봄 서비스와 영양 돌봄 급식센터 운영 등을 한다. 이런 사업들은 한 지역에서 오랫동안 이용자들과 관계를 맺고 소통하면서 진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어르신, 장애인들이 쉽게 그리고 친숙하게 방문할 수 있도록 안정화돼야 한다. 안정화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건물주의 임차료 인상 문제다.

 

지역자산화로 매입한 건물.
지역자산화로 매입한 건물.

창원도우누리의 지역자산화 사업은 이런 고민 속에서 시작했다. 안정화를 위해서는 이사를 하지 않고 한 곳에서 할 수 있도록 부동산을 사들여야 하는데 2018년 2월 총회에서 조합원들이 공간 구매를 결의했다. 마침 행정안전부가 2019년 관련 시범사업을 하고 2020년부터 사업을 본격화했다. 창원도우누리는 2021년 2월 경남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의 협조 속에 해당사업에 신청하여 선정됐다. 창원시 봉림동에 연면적 603㎡(약 182.7평)의 3층 건물을 23억 원에 샀다. 현재 조합원 출자가 7억 원이고 대출금액이 16억 원이다.

지역자산화 효과는 빠르게 나타났다. 마을의 어르신들과 조합원들이 창원도우누리 센터에 오는 일이 많이 늘어났다. 더구나 사무실이 2층에서 1층으로 내려옴에 따라, 쉽고 편리하게 방문할 수 있었다. 방문은 소통으로 이어졌다. 지역의 사회적경제기업, 시민사회단체들과 연대와 협력이 강화되고 있다. 나아가 교육기관, 공공기관과도 섭외력이 높아지고 있다. 그 한 예가 2022년 11월 한들초등학교에서 사회적경제 활동 나눔 부스를 운영한 것이다. 사회적경제를 홍보하고 학생들에게 장애인, 노인 체험 등을 하도록 했다. 이 일에 한들산들사회적협동조합, 창원아이쿱생협, 창원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함께했다.

 

2023년 사회적협동조합 창원도우누리 정기총회.
2023년 사회적협동조합 창원도우누리 정기총회.

사회적협동조합 창원도우누리의 비전

사람이 태어나 성장하고 나이 들어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런 생애 주기에 따라 필요한 육아, 교육, 치료, 돌봄 등의 서비스들을 자본이 지배하는 기업에 의존하지 않고 내가 사는 동네 가까이 있는, 사람을 중심에 놓고 존중하는 조직으로부터 케어 받는 것이 보다 인간적인 사회일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창원도우누리는 사회서비스 분야를 지금보다 더 확대하고자 한다. 커뮤니티케어를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것을 꿈꾼다. 그리고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 함께하여 시너지를 이루고자 한다. 아울러 마을에 다양한 사회적경제기업, 조직들이 설립되어 연대하기를 원한다. 그런 가운데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노동자협동조합이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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