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치 않은 제조업종의 사회적경제기업, (주)멘퍼스

[단디뉴스=정원각 시민기자] 사회적경제기업 중 제조업을 하는 기업은 흔치 않은데, 사회적기업 ㈜멘퍼스는 사무 가구를 생산·판매하는 기업이다. 2015년 회사를 법인으로 전환하고 2016년, 예비 사회적기업을 거치지 않고 바로 일자리 창출형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현재 직원은 28명이고 2022년 총매출은 56억 원, 자본금은 8억 원이다. 동종 업계가 직원 1인당 약 3억 원의 매출을 하는 것에 비해 ㈜멘퍼스의 매출액은 1인당 2억 원으로 다소 낮은 편이다.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역으로 그만큼 고용을 많이 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멘퍼스 공장 내부.
㈜멘퍼스 공장 내부.

광주광역시에서 (주)멘퍼스를 운영하는 조석 대표는 노동자들의 안정된 일자리 제공을 사회적경제기업을 하는 중요한 목적으로 삼고 있다. 새롭게 고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속적으로 고용을 유지하는 데 더 큰 가치를 둔다. 2016년 사회적기업을 신청할 때는 단순히,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해서 시작했다. 그러나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면서 사회적 가치의 중요성을 배웠고, 여러 변화를 가져왔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때 일감이 줄었지만 직원 수와 월급은 전혀 줄이지 않았다. 일감이 적어졌는데 직원 수는 그대로니까 단축근무를 했다. 근무시간을 하루 6시간 정도로 줄이면서도 직원 수와 급여는 그대로 둬 다소 어려움도 따랐지만, 다행히 정부에서 고용유지지원금이 나와 큰 어려움 없이 경영할 수 있었다.

기후위기, 환경 문제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멘퍼스

ESG, RE100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사회적 가치 실현은 취약계층 고용과 기부를 통해 하고 있다. 현재 사회적기업 인증에서 취약계층 고용형은 취업 당시 취약계층이었으면 계속 인정받는 것으로 완화되어 있다. 인증 요건은 취약계층을 30% 이상 고용하는 것인데 ㈜멘퍼스는 약 40%를 고용하고 있다.

현실에서 이와 관련된 일이 있었다. ㈜멘퍼스가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사회적기업이라고 하니 덴마크 바이어가 '구체적으로 어떤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취약계층을 고용하고 있는 기업이라고 답을 했다. 기부는 장애인 단체 등에 가구를 무상 제공하는 방법으로 하고 있다. 직원들은 재능기부 등을 한다.

환경에도 신경을 많이 써서 법인에서 사용하는 전체 법인차량의 절반인 차량 4대를 전기차로 구입하여 운행하고 있다.

 

지붕 위에 설치되어 있는 태양광 발전.
지붕 위에 설치되어 있는 태양광 발전.

회사의 경쟁력을 위해 세계적인 인증도 여러 개 확보했다. 원활한 수출을 위해서는 유럽과 같은 선진국들이 요구하는 인증 자격을 갖춰야 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ISO와 RE100이다, 국제표준화기구가 주는 품질 인증 ISO9001, 환경 인증 ISO14001, 안전과 보건 인증 ISO45001 등도 있다.

㈜멘퍼스는 기업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를 모두 재생에너지로 해야 하는 RE100을 위해 공장 옥상에 6억 5천만 원의 비용을 들여 태양광 발전 설비를 했다, 규모는 전체 493Kw/h로 공장 전체에서 쓰는 전기의 1.8배 규모이다. 모두 한전에 판매하고 있다.

 

직원들을 장기 고용하는 것은 중요한 사회적 가치의 실현

직원들의 복지를 위한 회사의 정책으로는 기숙사 무료제공, 내일채움공제, 우리사주 등이 있다. 우리사주는 앞에 기술하였듯이 1억 8천만 원 상당의 자사주를 우리사주 조합을 통하여 임직원들과 나눌 계획이다. 내일체움공제는 원하는 직원들만 한다. 직원이 월 12만 원, 회사가 월 24만 원 등 총 36만 원을 적금을 넣는 것인데 은행에서는 복리로 계산해 준다. 3년에 약 2천만 원 정도를 모을 수 있어 직원들이 그 기간에 안정적으로 일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아울러 원하는 직원들은 회사에서 마련한 기숙사에 생활할 수 있고 숙박은 모두 무료로 제공한다. 그런데 기숙사가 회사 안에 있다 보니 기숙사에 들어가는 비용에 대해 세제 혜택이 없다. 정부는 영수증을 발행하는 기숙사 비용에 대해서만 세금 감면 혜택을 주는데 중소기업으로 그렇게 운영하기는 어렵다. 기숙사를 회사 밖에서 별도의 법인으로 운영하면서 거래 영수증을 발행하는 대기업들만이 세제 혜택을 받는다. 이에 대한 시정이 필요하다.

 

(左) 1층은 식당, 2층은 기숙사 / (右) 짐볼형 의자인 아리짐
(左) 1층은 식당, 2층은 기숙사 / (右) 짐볼형 의자인 아리짐

조 대표는 ㈜멘퍼스 직원들을 안정적으로 고용하기 위해서는 아직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성장하기 위해서는 사무용 가구만 아니라 피트니스 기구, 가정용 가구 등으로 사업을 넓히고 수출을 통해 시장을 확대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의자인데 운동을 겸할 수 있는 짐볼형 의자를 만들었다. 호남대 재활치료학과 이현민 교수와 함께 3년에 걸쳐 개발했다. 노약자들이 앉아서 운동할 수 있는 짐볼을 의자로 개발한 것이다. 짐볼에 앉아 간단하게 운동과 게임을 할 수 있는 40여 개의 동작도 개발했다.

짐볼은 화학 제품으로 만들어서 아무리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다 해도 화학물질이 전혀 안 나올 수가 없다. 그래서 짐볼에 커버를 씌워서 사람이 짐볼을 사용해도 화학물질에 노출되지 않게 했다. 2022년부터 독일에 수출하고 있고, 올해는 중국에도 수출할 계획이다.

중소기업이자 사회적기업인 사회적경제기업의 활성화를 위하여

 

▲ (左) 파티션 위에 이끼를 넣은 모델(이끼가 습도 실내 습도 조절을 함) / (右)벌집 모양의 조립형 장식 (원예복지협동조합과 협업)
▲ (左) 파티션 위에 이끼를 넣은 모델(이끼가 습도 실내 습도 조절을 함) / (右)벌집 모양의 조립형 장식 (원예복지협동조합과 협업)

㈜멘퍼스를 운영하면서 어떤 어려움이 있는가에 대해서 조석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나라장터를 통해 공공기관에 입찰을 하는데, 중소기업으로서의 어려움이 해결되었으면 한다는 것이다. 나라장터에 등록된 관련 업종 업체가 약 170여 곳 있는데 상위 10%의 큰 기업들이 대부분의 입찰을 수주한다. 장애인, 여성, 사회적경제 기업 등의 가점으로는 입찰 가격 1억 원 규모를 넘지 못하는데 우수 조달의 경우 금액과 관계없이 입찰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이 우수 조달이라는 자격은 제품의 특허권과 연결되어 있다. 가구의 경우, 대부분의 특허권이 가구 자체가 아니라 가구에 들어가는 부속품에 있고 이 부속품에 대한 특허권은 대기업이 가지고 있다. 그리고 특허권을 가지고 있는 기업은 부속품에 대한 특허권을 매출이 많은 기업이 이용할 수 있게 한다. 그러다 보니 특허가 있는 부속품을 같이 쓰더라도 특허권은 매출이 많은 대기업만 사용하게 되어 우수 조달에 대기업만 혜택을 받게 된다. 결과적으로 중소기업에 불이익을 주는 입찰 제도에 대한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사회적경제기업, 사회적경제의 활성화를 위해서도 보완되어야 할 것이 있다고 했다. 첫째, 사회적기업 인증이 기업에 대한 인증과 지원인데 그 속에서 일하는 직원, 임원들에 대한 지원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멘퍼스는 직원들의 장기근속을 위해 내일채움공제를 하는데 지금은 직원 개인과 회사가 기여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일정 금액을 지원하는 것이다. 청년내일채움공제나 강원도일자리안심공제가 하는 방법을 취약계층 고용에도 적용했으면 하는 것이다.

둘째,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가지고 있는 빈집을 활용하여 주거 부담을 줄여 주는 것이다. 보증금을 회사가 내고 직원은 월세를 저렴하게 하는 것이다.

셋째, 취약계층이 병역특례로 군에 가는 대신 기업에 대체 복무하는 경우에 있어서 결혼하게 되면 부양가족이 증가하므로 1인당 소득으로 하여 병역특례를 계속 인정해 주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마지막으로 개발비에 대한 규모와 용도다. 지방자치단체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광주의 경우 제품 개발비에 대해 1억 원은커녕 5천만 원을 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다. 그런데 제조업의 경우 제품 개발을 하다 보면 1억 원은 물론 2-3억 원을 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지원이 안 된다는 것이다. 개발비의 금액은 늘리고 개발한 제품에 대한 사용은 몇 개의 사회적기업이 함께 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 등으로 변화가 필요하다.

 

현장 작업
현장 작업

민관 협력, 거버넌스를 위해 민민 협동을 강화해야

조석 대표는 현재 광주사회적기업협의회 회장으로 봉사하고 있다. 기업의 규모나 경력으로 봐서는 자기가 해야 할 일은 아니라고 한다. 광주에는 ㈜멘퍼스보다 오래되고 더 규모가 크고 안정적인 사회적경제 기업체가 많다. 그런데 조 대표가 회장을 맡은 것은 아직은 같은 업종끼리만이 아니라 다른 업종과도 협력하면 시너지가 나는데 이에 대한 경험과 가치, 철학이 부족한 것 같기 때문이다. 민과 관의 거버넌스 협력도 중요하지만 민과 민의 협력과 협동도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는 조 대표의 지적은 여타 사회적경제기업, 조직에도 의미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이 기사는 [라이프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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