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4일(일) 맑음 –동대만길

아내와 함께 남해바래길 3코스 동대만길(남파랑길 36코스)에 다녀왔다. 3번 국도를 따라서 삼천포대교초양대교늑도대교창선대교를 차례로 건너 남해군 지역인 창선도로 들어가 오전 1020분 무렵 상죽리(上竹里)에 있는 창선면 행정복지센터에 도착하였다. 동대만이라 함은 이곳 창선면 소재지에 이르기까지 창선도의 한가운데를 북쪽에서 남쪽으로 깊숙이 파고 들어온 만을 이른다.

오늘 코스의 출발지점은 창선대교를 건넌 직후의 검문소인 창선연륙교 치안센터에서부터 시작되는데, 종착지점인 면사무소로 온 것은 검문소가 차량 통행이 빈번한 3번국도 가에 위치한 지라 그 부근에 장시간 차를 세울만한 장소가 있을지 몰라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는 종착지점에다 차를 세우고서 택시를 불러 출발지점으로 이동하고자 한 것이다. 네이버를 통해 조회해 본 다른 사람들의 답사기록에서도 그렇게들 하고 있었다.

그러나 면사무소 일대에서 여러 번 카카오 택시를 불러보아도 계속 응답이 없었다. 예상치 못한 황당한 일이었다. 주민에게 물어보니 3번국도 가의 사거리로 나가면 택시가 자주 다닌다고 하므로 걸어서 그리로 이동할까 했으나, 아내가 마을 아낙네에게 물으니 자기가 택시를 불러주겠다고 하면서 휴대폰으로 몇 군데 전화를 걸어보았으나 모두 여의치 않은 모양이었다.

그 분이 택시를 보내주겠다면서 기다리라 하고 떠나간 이후 제법 시간이 지나도 기별이 없는지라, 사거리를 향해 나아가던 도중 다시 한번 지나가는 아주머니에게 택시 부르는 법을 물었다. 친절하게도 자기가 운영하는 창선로 82남해군 우수미용업소표지가 붙은 진주미용실로 안내하여 커피를 타주면서 기다리라고 하더니, 몇 군데 연락하여 결국 택시를 한 대 불러주었다. 이곳 사람들은 다들 이처럼 친절하였다. 그녀는 진주 출신으로서 이리로 시집와 외지에서 영업을 하다 이곳에 정착했다는데, 진주의 삼현여고와 국제대학을 졸업한 사람이다.

택시를 타고서 1034분부터 43분까지 7.756km를 이동하여 창선대교에 도착하였다. 45분 무렵부터 트레킹을 시작하였다. 바래길은 검문소 건물 바로 옆에서 바다 쪽으로 이어져 있었다. 대교 아래로 내려가니 곧바로 야자 매트가 깔린 널따란 길이 숲속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주변에 구절초로 보이는 들국화들이 여기저기 피어 있고, 이어서 호텔과 펜션들이 몇 개 나타났다.

얼마 후 배낭에다 남파랑길 도보순례 창원산악회라고 적힌 파란색 패넌트를 매단 중년남자 네 명이 뒤따라와 우리를 추월하였다. 부산에서 출발했다고 하는 것으로 미루어,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부터 해남 땅끝마을까지 90개 코스 약 1,470km를 잇는 남파랑길을 답파 중인 사람들인 모양이다. 남파랑길 남해 구간 11개 코스 약 160km는 창선대교에서부터 남해대교까지로서, 남해군의 대표 걷기여행길인 남해바래길과 노선을 공유한다.

그들은 일찍 출발하여 아직 아침식사를 못한 모양인지 대벽리의 단항(丹項)마을을 지나 후인선착장에 도착한 무렵 앞서가 식당을 찾던 사람이 허탕치고서 되돌아 왔고, 그 후로는 우리보다 뒤쳐져 트레킹 코스에서 더 이상 만나지 못했다. 그들 이후로 점심을 든 장소에서 한참 후 뒤따라오는 남녀 한 쌍을 보았고, 반대쪽으로부터 오는 남자 여행객 한 명도 보았다.

 

사진1. 왕후박나무
왕후박나무

단항마을의 트레킹 코스에서 조금 벗어난 지점에 천연기념물 제299호인 왕후박나무가 있었다. 201812일에 우리 내외가 산울림산악회를 따라 창선도에서 가장 높은 대방산(468.2m)으로 산행을 왔을 때도 여기에 들른 바 있었다. 왕후박나무는 후박나무의 변종으로서 잎이 더 넓은데, 이 나무는 500년 이상 된 고목이라고 한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쉬어 갔다 하여 이순신나무라고도 불리는 것으로서, 마을에서 해마다 제사를 지내고 있다.

바래길 앱에는 이 코스의 길이가 15.0km로 나타나는데, 현지에서 만나는 남파랑길 이정표들에는 17.2km여서, 오늘은 오히려 남파랑길의 길이가 바래길보다 2.2km나 길었다. 아마도 바래길은 남해군이 시작되는 창선도에서부터 계산되는 반면, 남파랑길은 남해안 일대를 포괄하므로 네 개의 대교를 건넌 저쪽인 사천시 삼천포에서부터 계산한 까닭이 아닌가 싶다.

산청 외송의 내 산장에서는 금목서(만리향) 꽃이 진지 이미 오래되었는데, 창선도에 오니 곳곳에 그 노란 꽃이 만발해 있어 향기가 진동하며, 개중에는 사람 키 여러 배나 되는 아주 높게까지 자란 것이 있는가 하면 산중의 인적 드문 곳에서 어디선가 그 향기가 풍겨오기도 하였다. 아내의 말로는 이곳 기후가 온난해서 그렇다는 것이다. 여기저기 보이는 유자나무에 노란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 있고, 아열대식물인 후박나무도 눈에 띄었다.

 

유자나무를 보며 점심 먹은 장소
유자나무를 보며 점심 먹은 장소

우리는 출발 후 4km 정도 지나 연태산과 대사산 사이 바다 풍경이 끝나고 숲길이 시작되는 지점의 유자나무에 열매가 탐스럽게 열린 산중턱 공터에서 바다 풍경을 바라보며 점심을 먹었다. 2018년에 산행 왔을 때 우리는 율도고개에서 능선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갔던 것이지만, 오늘의 트레킹 코스에는 오솔길이 없고 대부분 섬을 종단하는 산줄기의 주능선을 지그재그로 넘나드는 임도를 따라 이어졌다. 그러므로 심한 경우에는 섬의 서쪽 바닷가를 따라 대벽리의 선착장을 지나는가 하면 섬의 동쪽 당항리에서는 3번 국도의 펜스에 잇닿은 길을 걷기도 하였다. 당항리는 남해 지역에서 최초로 청동기시대 비파형 동검이 발견된 곳이다. 아마도 능선의 동쪽을 걷는 코스가 더 많기 때문에 동대만길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 아닐까 싶다. 길이 대체로 평탄하고 경치가 좋았다.

 

임도
임도

마지막에는 섬의 좌우를 횡단하는 아스팔트 포장된 17번 지방도를 따라서 산도곡 고개를 넘어 대방산 임도를 길게 내려와 2018년 산행 때 하산했던 상신마을을 지나서 1537분에 종착지점인 그 이웃 상죽마을에 다다랐다. 앱에는 소요시간 4시간 52, 도상거리 15.41, 총 거리 16.23km, 걸음 수 24,022보를 기록하였다.

갈 때는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교향곡을, 돌아올 때는 모차르트의 플루트협주곡 1`2번을 들었다. 오후 5시 무렵 진주의 집에 도착하였다.

 

오이환 경상국립대 철학과 명예교수. 대학 재직 중 ‘남명학’을 연구했고 국내 및 해외여행을 자주 다녔다. [남명학의 현장] 1-5권(2013), [국토탐방] 상하권(2014), [해외견문록] 상하권(2014)을 펴냈다.
오이환 경상국립대 철학과 명예교수. 대학 재직 중 ‘남명학’을 연구했고 국내 및 해외여행을 자주 다녔다. [남명학의 현장] 1-5권(2013), [국토탐방] 상하권(2014), [해외견문록] 상하권(2014)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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