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일(일) 맑음 – 임진성길

오이환 경상국립대 철학과 명예교수의 여행기 연재를 시작합니다. 대학 재직 중 남명학을 연구한 오이환 교수는 국내 및 해외여행을 자주 다녀 여행기록을 모아 [국토탐방], [해외견문록]을 펴내기도 했습니다. /편집자

 

아내와 함께 남해바래길 12코스(남파랑길 44코스) 임진성길 트레킹을 다녀왔다. 오전 9시 무렵 진주의 집을 출발하여, 먼저 처가에 들러 아내가 욕실 수리를 위한 용무를 마치기를 기다렸다가, 사천시 삼천포와 창선도를 경유하여 11시 무렵 남해군 남면 평산항에 있는 12코스의 출발지점 바래길작은미술관에 도착하였다.

평산리를 지나가는 도중 길가에 서 있는 傳白頤正墓라는 팻말을 보았다. 고려 말의 대표적 성리학자 중 하나인 백이정(1247~1323)의 묘소가 여기에 있다는 것은 뜻밖이었는데, 귀양 와 여기서 죽었는가 싶었다. 뒤에 알고 보니 충청남도 웅천면 성동리에도 백이정의 것이라 전해지는 묘와 신도비가 있는 모양이며, 남해군 이동면 난음로219번길 7-14(난음리)에는 그와 그 수제자인 익제 이제현, 치암 박충좌 그리고 향현인 난계 이희급의 위패를 봉안한 사당인 蘭谷祠도 있다고 한다.

 

남해바래길작은미술관
남해바래길작은미술관

남해바래길작은미술관은 평산보건진료소를 2015년에 개조한 것으로서 928일부터 117일까지 ‘Wave on Wave’라는 주제를 내걸고서 창원에 거주하는 수채화가 김희곤의 제14회 개인전을 열고 있었다. 내부를 한 번 둘러보니 주로 남해도의 풍광을 그린 듯한 제법 세련된 작품들인데, 아내는 거기서 圖錄과 남해도 및 바래길 관련 팸플릿들을 얻었다.

그곳을 출발하자 오늘 코스는 해변에서 좀 떨어진 내륙 쪽으로 주로 이어져 있었다. 3km 정도 나아간 지점의 오리 마을을 내려다보는 포장도로 가 나무그늘에서 점심을 들었고, 아난티남해 컨트리클럽 앞을 지나서, 남면 상가리의 낮은 구릉에 위치한 임진성에 다다랐다. 임진왜란 때 쌓은 것이라 하여 이런 이름이 붙었는데, 이 왜적을 물리치고 향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쌓은 것이라 하여 民堡城이라고도 부른다. 그러나 최초의 축성연대는 정확하게 추정하기 어려우며, 성 내부의 구릉 정상부인 해발 105.5m 상에 위치한 3단의 돌 계단식 원형 集水池의 축조 시기는 통일신라 이전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이 성은 정유재란 때도 왜적을 맞아 싸웠던 곳이라고 하는데, 지금은 성의 흔적과 더불어 동서 성문터 중 동문 터와 우물터만 남아 있다. 동문 부근에 景烈公鄭地將軍事蹟碑가 있었는데, 1977년 가을 남해군 남면 상가리 579-1번지 임진성 기념각 전정에 세워 두었던 것을 기념각이 폐허화되고 주위는 잡초에 묻혀 있으므로 이곳으로 옮긴 것이라고 한다.

 

남해 임진성 집수지(集水池)
남해 임진성 집수지(集水池)

가을걷이가 시작된 들판을 지나 상가소류지 가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다음 고실고개 부근의 천황산임도 가파른 고갯길을 넘어 장항해변으로 내려왔고, 오후 4시 무렵 남해스포츠파크 호텔 부근에 이르러 오늘의 트레킹을 마쳤다. 산길샘 앱에 의하면 소요시간은 4시간 54, 도상거리 13.84, 총 거리 14.41km이며, 걸음수로는 21,352보였다. 카카오택시를 불러 출발지점으로 되돌아왔고, 갈 때의 코스를 따라 진주로 돌아왔다.

 

남해스포츠파크 호텔
남해스포츠파크 호텔

먼저 망경동 한보아파트의 김은심 교수 댁에 들러 독일 프라이부르크에 거주하는 그 딸 은정이가 스위스에 가서 사왔다는 초콜릿과 아침저녁으로 각각 따로 사용한다는 푸른빛과 붉은빛의 독일제 치약 한 세트를 아내와 나를 위한 선물로서 받았고, 김 교수가 손수 담근 물김치도 받았다. 다시 봉곡동 처가에 들러 물김치는 장모께 선물하고 아내가 욕실 용무를 마치기를 기다려 오후 7시 무렵 집으로 돌아왔다.

 

오이환 경상국립대 철학과 명예교수. 대학 재직 중 ‘남명학’을 연구했고 국내 및 해외여행을 자주 다녔다. [남명학의 현장] 1-5권(2013), [국토탐방] 상하권(2014), [해외견문록] 상하권(2014)을 펴냈다.
오이환 경상국립대 철학과 명예교수. 대학 재직 중 ‘남명학’을 연구했고 국내 및 해외여행을 자주 다녔다. [남명학의 현장] 1-5권(2013), [국토탐방] 상하권(2014), [해외견문록] 상하권(2014)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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