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LH 조직개편 2차 공청회서 “지주회사가 합리적”
전문가들, “지주회사 교차보전 구조 지속될 수 없어. 차기 정부에서 추진 필요”
국토교통부, “조직 분리해도 경남혁신도시에 존속, 신규채용 규모 유지”
[단디뉴스=장상환 편집장 대행] 20일 국회에서 국토부 주관으로 LH 조직개편에 대한 2차 공청회가 열렸다. 공청회 내용은 국토교통부 ON통TV 유튜브 'LH조직 개편안 공청회'에서 볼 수 있다. 지난 7월 28일 1차 공청회에서 국토교통부가 1, 2, 3안을 비교 검토하여 3안을 선호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그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들었다면, 이번 2차 공청회는 법적, 제도적 기준을 통한 평가결과를 제출하고 의견을 듣는 자리였다. 발제는 LH 조직개편 연구용역을 수행한 법무법인 태평양이 맡았고 토론자는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국토교통부는 발제나 토론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다. 2차 공청회 내용을 자세히 소개한다.
태평양은 수직분리의 지주회사안이 합리적인 안이라고 했지만, 대부분 토론자들은 개발 부문 이익으로 주거복지 부문의 손실을 메우는 구조는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또 3개월 내로 대안을 마련하려는 것은 졸속 추진이라고 비판했고 일부 토론자는 차기 정부에서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법무법인 태평양, “지주회사가 합리적 대안”
발제에 나선 법무법인 태평양(박진표 변호사)는 LH 조직개편 필요성에 대해 “LH의 권한•정보 독점 해소 및 개발부문 투명성 강화를 위해 핵심 기능을 분리하는 조직개편이 필요하고, 1인가구 증가, 인구 고령화 등 수요자 맞춤형 주거 지원을 위해 주거복지 기능 강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태평양은 정부가 지난 6월 7일 내놓은 조직개편 1·2·3번 안에 대해 ‘개발 부문에 대한 통제 강화’, ‘주거복지 재원확보 및 개발이익 환수’, ‘조직개편 비용 최소화’ 등을 기준으로 검토한 결과를 발표했다.
태평양은 “LH를 '주택 부문(주거복지 부문 포함)과 토지부문'으로 쪼개는 1번 안은 토지부문에서 나오는 이익을 주거복지부문에 출연하기 어렵고 두 개 기관의 연결 납세가 불가능해 추가 세부담 발생이 우려된다”고 평가했다. LH를 '주거복지부문과 주택·토지부문'으로 나누는 2번 안에 대해서는 “수평적 지위 기관 간 통제권한을 부여한 유사 입법례가 없고, 주택·토지부문에서 발생한 이익을 주거복지부문에 나눠줘야 하는데 수평적 관계기관 간 출연을 규정한 유사 입법례가 없다”고 지적했다.
태평양 측은 주거복지부문을 모회사로 하고 주택·토지부문을 자회사로 만드는 3번 안을 가장 합리적인 안이라고 평가했다. 첫째, 국토부가 주거복지와 개발 부문의 공공기관 지정을 통해 부문별 정부 통제를 적용하는 동시에 주거복지 부문이 개발 부문을 통제하는 이중 통제 장치를 마련할 수 있다. 둘째, 명확한 법적 근거 하에 개발이익을 주거복지 부문으로 배당하도록 규정해 주거복지 부문이 개발이익을 환수하고 안정적인 주거복지 투자 재원을 확보하게 된다. 다만 주거복지 재원을 주택+토지부문 개발이익을 통해서만 지속 조달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므로 장기적으로 정부의 주거복지재정 확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셋째, 각종 조세 특례를 입법화하고 주거복지 부문 손실과 개발 부문 이익을 동시에 고려할 수 있는 연결 납세를 적용하여 세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태평양은 임대주택건설과 임대, 주거복지를 담당하는 모회사를 ‘한국주거복지공사’로 하고, 토지와 도시개발, 주택건설을 담당하는 자회사를 ‘공공주택공사’로 하는 ‘한국주거복지공사 및 공공주택공사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제시했다. 한국주거복지공사는 정부출자를 통해 자본금 40조원으로 출발하고, 공공주택공사의 배당과 차입금 등으로 자금을 조달한다. 자회사 배당금은 현재 LH 내에서 개발이익에서 나오는 수익으로 주거복지 부문의 손해를 보전하는 교차보전 수준과 국고 납입 규모를 감안해 결정한다. 공공주택공사는 모회사가 전액 출자해 설립하고, 이익금은 모회사에 최우선으로 배당한다는 안이다.
조직개편으로 정부 통제 강화 기대하기 어렵다
이러한 태평양의 발표에 대해 대부분의 토론자들은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모·자회사 구조로 정부의 통제를 강화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성시경 단국대 교수는 “모회사인 공사가 역시 공사인 자회사에 대해 사업승인권, 감독권, 인원 임면권, 예산 배분권 등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평가했다. 참여연대 상임집행위원 이강훈 변호사는 “조직개편으로 견제와 균형이 강화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 토지주택공사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조직이다. 조직 개편안은 중앙정부와 지방의 역할 재조정, 경쟁 등 필요한 조직 밖의 변화와는 무관한 구상이다. 조직 내부를 봐도 3안, 즉 수직적 모자회사로 하면 두 조직 모두 특별법 상 독립적 지위를 가지고 임원 임명권은 국가가 가질 것이다. 당연히 상호간 통제가 어렵다. 자회사는 모회사가 이익을 뽑아오는데 당연히 저항할 것이다”고 진단했다. 정창무 서울대 교수는 “모자회사로 하면 2중 통제가 가능해서 통제를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교차보전 어렵고 주거복지 약화 우려
주거복지부문과 토지·주택부문을 완전 분리하면 교차보전이 어렵고 주거복지가 약화되는 것에 대한 지적도 많았다. LH는 주거복지 사업에서 매년 1조5000억원 이상의 적자가 나는데, 택지 판매와 주택 분양 등으로 3조원 이상을 벌어 주거복지부문 적자를 메우고 있다. 주거복지와 토지·주택 부문을 분리할 경우 이 부분의 해결이 어렵다는 것이다. 성시경 교수는 “수익사업에서 비수익사업(주거복지) 재원 조달을 위한 지속적 수익이 나올 것인지 불확실하다. 지금은 5조원 수익이 나지만 3기 신도시 사업이 끝나면 이만한 수익을 내기는 어렵다. 정부의 주거복지예산의 안정적 확보가 필요하다”라고 평가했다. 이강훈 변호사는 “모·자회사안으로 주거복지가 강화될 수 없다. 주거복지를 맡는 모회사는 돈이 없다. 자회사에서 받아와야 한다. 어떻게 주거복지를 확대할 수 있겠는가”라고 했다.
정창무 교수는 “개발이익을 두고 비수도권 지자체의 요구가 높아질 것이다. 자회사가 택지 개발과 주택 공급으로 낸 이익을 모회사로 보낸다고 하면 사업지를 제공하고 개발이익을 뜯기는 수도권 지방자치단체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갈등 조장 우려가 크다”라고 비판했다. 윤규섭 삼일회계법인 회계사는 “2020년 개발이익 5조원, 임대주택사업 손실 1.7조원로 당기순이익 3.3조원인데 앞으로 계속 갈 수 있는가? 3기신도시 사업 기간에는 순이익을 유지하겠지만 큰 사업이 없으면 이익이 감소하는 반면 임대사업 운영손실은 커진다. 2030년에는 개발이익과 손실이 상쇄될 것이다. 이후 개발수요는 감소하고 주거복지 수요는 증가하는 데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창무 교수는 지주회사 구조로 세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논리도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LH 조직개편은 부동산 투기 억제에 도움 안 돼
이강훈 변호사는 “지주사 전환 방안을 포함한 3가지 개편안 모두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평가했다. “부동산 투기에 관대한 시스템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고 손을 못 보는 상태다. 이 시스템 문제를 조직개편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 “조직개편으로 공공성이 강화될 것인가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공공임대사업의 재정지원구조는 토지주택개발사업과의 교차보전이다. 토지사업으로 수익을 올려야 한다. 여기서 투기가 발생하는 것이다. 2021년 주택도시기금 지출 내역을 보면 임대주택 지원투자 6.3조원, 융자 13조원으로 19.3조원에 달한다. 그중 일반재정 분담은 3.5조원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기금에서 해결하는 식이다. 공공주택관리에서 매년 1.3-1.7조의 손실이 발생하고 문재인정부 4년간 손실이 6.3조원이다. 이것을 LH 자체수익으로 충당하는데 토지사업으로 마련한다. 정부 재정이 부족한 부분을 LH가 부담하는 문제는 많이 지적되어왔다. 지역 간 교차보전도 이루어지고 있다. 수도권에서는 2019년 7.4조원 투자되어 13.2조원 회수되었고, 2020년 13.8조원 투자, 14.9조원 회수되었다. 반면 비수도권은 2019년 4.8조원 투자, 3.9조원 회수로 0.9조원 마이너스고, 2020년 6.2조원 투자 3.9조원 회수로 2.3조원 마이너스다. 수도권 사업을 더 크게 해야 수익이 더 많아진다. 이것이 부동산투기의 근본 원인이다. 이를 막으려면 LH의 공공성을 높여야 한다. 조직과 기능만 재편하려 하는 것이 아닌지, 목적이 불분명하다. 해체 수준의 개혁을 말로만 앞세워서는 곤란하다” “3안의 문제점은 반(半) 민영화라는 것이다. 돈 벌어서 복지 강화하라는 것으로 현재와 다른 것이 없고 더 벌어올 것을 요구한다. 2025년까지 공공임대주택 250만호 등 LH 과제는 늘어나고 있는데 LH를 쪼개면 잘 될까. 공공주택정책사업 추진에 차질이 우려된다”
주거복지 강화, 정부 책임성 높이는 방향으로 LH 개혁
김용창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는 “정부와 LH의 주된 기능을 고려할 때 국민적 공분은 이해하더라도 해체주의 담론에 매몰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조직 자산 규모 변화에 따른 채권조달과 대외신인도 등 재원조달비용과 구조의 변화도 검토기준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동안 토지주택공사가 1982년 이후 3억 평에 달하는 토지주택 공급을 하는 큰 역할을 해오면서도 2010년 이후 주택공급의 75%를 수도권에 함으로써 지역균형발전에 역행한 면이 있고, 토지 주택 소유집중 문제가 미해결인 상태로 있으며, 2006년 이후 양도소득 과세대상 100-135만 건, 1375조 원으로 추정되는 불로소득 환수가 미흡했다고 평가했다. 조직개편 대안으로서 3안을 택하더라도 공익성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공공성 강화(토지주택공사는 국민의 재산을 강제 수용할 수 있는 강력한 권한을 보유하므로 국민적 민주적 통제 필요, 토지주택 패러다임을 주거복지 강화로 전환, 불로소득의 국민적 공유와 주거복지 투입을 법적으로 보장, 지역균형 발전에 기여, 모·자회사에 대해 OECD 투명성 기준에 기반한 정부의 감독 역할 강화, 정부의 투자전략 변화에 따른 LH의 주거복지 재원 전략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성시경 교수는 조직개편안에 대해 “주거복지의 안정성을 위해서 정부재정의 책임성 확보가 필요하다. 그동안 LH에게 맡겨둔 것을 해소해야 한다. 준정부기관을 만들 필요가 있다. 주거복지 재정확보방안으로 주거복지기관과 수익사업기관의 모·자회사구조를 통한 재원 이전 대신 정부 예산, 기금의 틀로 하는 것을 제안한다”라고 했다.
졸속 추진되는 LH 조직개편 비판
많은 토론자들과 의원들은 정부의 LH 조직개편이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강훈 변호사는 “조직 개편을 몇 달 안에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다양한 연구용역, 의견 수렴 하에 차기 정부에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LH 조직개편이 원칙과 프로세스 없이 진행되고 있다. LH의 자산이 185조원이다. LH가 보유한 임대주택 120만채 가격을 2억원씩으로만 계산해도 240조원(장부가격으로 실제로는 300조원 추정)으로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15% 수준이다. 이런 조직의 미래가 몇몇 정치인과 작업팀 공무원, 그리고 여론으로 결정돼선 안 된다. GDP 10% 이상 공기업 개편은 공론화위원회 방식으로 가야 한다, 부패와 방만경영을 해결하겠다는데 진단된 내용이 없다. LH의 현재 진행중인 사업이 369개 지역, 1억2천만평, 사업비 303조원인데 100억원 짜리 회사도 이렇게는 안 한다. 이렇게 졸속 조직 개편하면 3기 신도시 사업 수행에 차질이 생긴다. 젊은 직원들은 벌써 사표 쓰고 있다. 조직 분리되면 자회사는 3조원씩의 이익 내지 않으려 할 것이다. 수도권 개발이익을 비수도권으로 돌리는데 이것이 어려워지면 국토균형발전이 저해된다” 고 지적했다.
정지연 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공공성 강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3개안 모두 현재 문제 해결에는 한계가 있다. 정확한 진단과 평가 위에서 혁신해야 한다. 단기간에 해결하려면 추가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앞으로 주거복지는 정부의 역할로 돌려야 한다”고 비판했다.
안장원 중앙일보 기자도 조직개편이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토지공사와 주택공사가 통합되는데 1993-2009년 16년 걸렸다. 지금 몇 개월 만에 분리하려 한다. 통합 목적이 제대로 달성되었는지, 조직이 커지면서 경영, 주거복지, 토지확보, 주택공급 등에 어떤 문제가 발생했는지 충분한 조사 없이 성급하게 진행되고 있다. 3안에 대해 우려스러운 것은 주거복지로 돈을 쓰는 모회사가 토지주택 개발로 돈 버는 자회사를 얼마나 잘 통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LH에 대해 20-30년 뒤에 대한 방향 정립 없이 논의하는 등 성급하고 조급하며 정치권에 휘둘리고 있다. 다음 정부 정책과 맞물려 있는데 조급하게 하려다 잘못을 범할 수 있다. 너무 쉽게 개편하려 하지 말고 시간을 갖고 차분히 장기적으로 문제를 풀어내야 한다”
의원들은 한 목소리로 정부의 3안 졸속 추진을 비판했다. 홍기원 의원은 “현 조직 유지도 대안의 하나로 검토해야 한다. 모·자회사 수직분리 안은 득보다 실이 크다. 자회사는 될수록 모회사에 이익을 덜 올려보내려 할 것이고, 모회사의 통제 감독이 약화될 것이다. 정부는 국민적 공분과 총리의 ‘해체 수준의 개혁’ 발언에 너무 구애되어 졸속 추진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자세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형 의원도 같은 의견이라고 했다.
이회승 국토교통위 야당 간사 의원은 “임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를 조직개편으로 해결할 수 있는가? LH가 분리·개편되면 각 지역에 분산 배치할 계획은 있는가? 조직개편이 지역경제에 미칠 파급효과를 고려해봤는가?”라고 물었다.
조응천 국토교통위 여당 간사 의원은 “정부가 3안을 들고 왔는데 모회사가 돈 못 버는데 제대로 기능할지 의문이다. 토지공사와 주택공사를 묶는데 16년 걸렸는데 ‘해체 수준 개편’ 발언에 매몰되어 조직 분리를 졸속으로 추진하고 있다. 뗄려면 정교하게 수술해야 한다. 잘못하여 신경, 동맥 건드릴 수 있다. 교차보전의 문제에서 주거복지 재정을 정부가 부담하지 않고 LH에게 다 맡기는 것은 곤란하다. 2안이 적절하다. 토지부문이 중심이 되고 주택 부문은 부차적으로 하면 서울주택도시공사(SH), 경기주택도시공사(GH) 등과 경쟁하게 되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주거복지는 정부가 재정으로 담당해야 한다. 3안은 조세 이슈 때문에 제안된 것인데 재벌이 아니라서 작동되지 않는다”고 했다.
조직분리해도 경남혁신도시 내 존속, 신규채용규모 유지
질의 답변에서 박진표 태평양 변호사는 조직 분리 필요성에 대해 “1, 2안은 수평적 분리로 대등한 공기업으로 개편하는 것인데 세금 문제와 통제 문제로 한계가 있다고 봤다. 3안은 주거복지 부문이 모회사의 출자자 지위를 활용하여 자회사의 개발부문을 끌고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형석 국토교통부 토지정책관은 “LH 조직개편의 목적은 정보 독점 등 투기 유발요인을 줄이는 데도 있지만 핵심은 주거복지 강화다. 현재 LH는 토지개발부문에 힘과 인력이 집중되어 있고, 주거복지부문은 힘이 약하다. 주거복지 부문을 모회사로 해서 출자를 통해 토지개발 부문을 통제하는 등 우위에 서도록 해 주거복지를 강화하려고 했다. LH가 분리되어도 분리된 조직들이 경남혁신도시에 그대로 있게 될 것이며 신규채용 규모는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