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장모님이 보내주신 청국장으로 해장 겸 아침식사를 한다. 술 마신 다음 날은 아침을 꼭 챙겨 먹는 것이 과도한 음주로부터 살아남는 비결이다. 그 아침 식사가 오전의 활동 에너지를 보충해줄 뿐만 아니라 어제 마신 술을 해독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와 영양분을 공급해준다. 코로나19 덕분에 요즘은 해장할 일도 거의 없다.
술마신 다음 날은 혈당이 정상 수치보다 낮을 수 있다. 에너지가 부족하다는 의미이다. 그렇게 되면 일상활동과 알콜 해독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술 마신 다음 날은 아침 식사가 부실하면 꿀물이라도 마시는 것이 좋다. 아침 공복 때의 에너지는 어제 먹은 것이 저장된 것이다. 다음 날 포도당으로 바꾸어 꺼내는 작업을 간이 한다. 간이 알콜 해독한다고 여유가 없어 이 작업을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먹어서라도 당을 보충해 주어야한다. 이것이 술 먹은 다음 날 아침식사를 꼭 하거나 꿀물이라도 마셔야 하는 이유이다. 알콜과 해장, 술과 청국장은 발효로 인해 이렇게 우리와 함께한다.
발효와 부패는 한 끗 차이다. 미생물의 대사 산물이 인간에게 유익하면 발효이고 그렇지 못하면 부패이다. 홍어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홍어삼합은 중독성 있는 발효 음식이 되지만, 죽어도 홍어요리를 못 먹는 사람에게 홍어삼합은 부패한 음식일 뿐이다.
알콜은 효모가 포도당에서 에너지를 뽑아내고 버린 부산물이다. 효모는 알콜을 만들기 위해 포도당을 대사하는 것이 아니다. 먹고 살기 위해 포도당을 대사하다보니 부산물로 알콜이 생기는 것뿐이다. 비유해서 말하자면 효모가 싸질러 놓은 똥오줌을 우리는 막걸리, 맥주, 와인이라는 이름으로 즐긴다.
청국장은 Bacillus subtillis(고초균 또는 청국장균이라고 한다. 라틴어 학명, 이거 몰라도 된다.)라는 균이 콩을 대사하고 남은 부산물이다. 청국장에는 심혈관 질환 예방효과, 혈압을 내리는 효과, 항암 효과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효과 때문에 음식을 먹는 것은 아니다. 음식을 먹을 때는 맛과 추억을 즐기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 조상들이 청국장이나 간장, 된장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건강 때문이 아니었다. 발효 음식은 대부분 우연의 산물이다. 어찌어찌 하다보니 저장성이 향상되고, 독성은 줄고, 아미노산이 녹아나와 감칠맛도 생기고 해서 계속 먹게 된 것이다. 오히려 처음에는 냄새도 고약하고 탈이 날 위험도 있고 해서 버릴까 하였을 것이다. 그런데 탈이 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맛에 익숙해지고 즐기게 되어 여기까지 온 것이다.
청국장균은 우리에게 청국장을 만들어주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이 아니다. 자기들 먹고살기 위해 콩을 대사하다 보니 우연히 우리에게 유익한 발효음식을 배설 하는 것 뿐이다. 결과적으로 미리 소화도 시켜 주고, 영양 물질도 만들어 주고, 단백질 대사 과정중 생기는 고약한 향기도 선물해준다. 이것이 발효다.
청국장의 향기(?)를 생각해보면 발효와 부패는 한 끗 차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대사 산물이 인간에게 유익한가 유해한가 하는 한 끗 차이 말이다. 우리는 이렇게 미생물과 어울려 살아왔고, 또 살아간다. 이것이 음식의 역사이고 음식의 과학이다.
어제 밤은 효모가 배설한 알콜로 즐기며 취하고, 오늘 아침은 Bacillus subtillis가 배설한 청국장으로 해장하고 충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