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평운동가, 독립지사, 진보적 사회운동가이던 백촌 강상호의 삶 풀어내.

▲ 신간 '형평운동의 선도자 백촌 강상호' 조규태 지음, 펄북스 펴냄

[단디뉴스=김순종 기자] “공평은 사회의 근본이요. 애정은 인류 본래의 양심이라” 1923년 4월 25일 진주에서 시작된 우리나라 최초의 반차별 인권운동인 ‘형평운동’, 그 중심에 섰던 백촌 강상호 선생의 일대기를 기록한 책이 나왔다. ‘형평운동의 선도자 백촌 강상호(조규태 지음, 펄북스)’다.

백촌 강상호는 한국 근대사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나 그간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1887년 경남 진주의 지주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백정 신분을 철폐하고 차별을 없애기 위해 1923년 형평사를 조직, 형평운동에 매진했다. 진주지역 사회운동을 이끈 주역이기도 했다.

당시로서는 진보적인 집안에서 성장한 그는 어렸을 적부터 신식학문을 익히고 애국계몽운동 등에 뛰어들었다. 부친 강재순이 세운 민족 사립 봉양학교(현 봉래초)를 이어받아 육영사업에도 힘썼다. 1919년에는 젊은이들을 규합해 진주에서 일어난 3.1운동에 참여했다가 징역 1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3.1운동 참여로 6개월 남짓 대구형무소에서 복역했지만, 그는 이후에도 일제의 식민지 정책을 비판하며 경남도청 이전 반대운동, 진주사회운동가 간친회 사건 등으로 수차례 체포되고 석방되길 반복했다. 진주 신간회 창립과 동아일보 발기인(초대 지국장)에 참여하는 등 지역 사회운동의 중심에 있었다.

가장 큰 업적은 1923년 형평사를 조직하고, 반차별 인권운동인 ‘형평운동’에 매진한 점이다. 법적인 신분제는 사라졌지만, 관습적 차별이 여전했던 이때 양반 부호로서 차별 철폐를 위한 인권운동에 매진했던 것. 그는 독립지사이자, 인권운동가이며, 시대를 앞서간 사회운동가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해방과 6.25전쟁, 독재시대의 암울한 그림자는 그를 피해가지 않았다. 일제강점기 내내 기개를 잃지 않고 독립과 평등을 위해 몸과 마음을 바쳤지만, 해방 후 좌익으로 오해받은 그는 불우하고 궁핍하게 삶을 마감했다. 이 책은 이같은 그의 일대기를 담아 재평가했다.

책은 모두 4장으로 분류된다. 1장은 강상호의 출생과 성장기, 빈민구휼활동을 담았다. 2장은 국채보상운동, 항일독립운동 등에 참여했던 그의 일대기를 담았다. 3장은 형평운동에 집중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반차별 인권운동이 진주에서 일어난 배경, 형평운동의 발전과 실천, 변질과정이 담겼다.

4장에서는 형평운동 이후 강상호 선생의 삶을 담았다. 광복과 한국전쟁 전후 어두운 시대상 속에서 좌익 등으로 몰려 수난을 겪었던 만년의 삶과 투병, 임종과 장례 등을 상세히 풀어냈다. 남아있는 사료가 적어 신문기사와 기존 연구에 의지한 측면도 적지 않다.

책의 저자인 조규태 교수는 “정년퇴임 후 형평운동을 이끈 강상호 선생에 대해 더 깊이 알고 싶어 자료를 모아 연구하기 시작했다. 특히 김중섭 교수가 지은 ‘형평운동연구’와 강상호 선생의 자제인 강인수 씨가 쓴 ‘은총의 여정’이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경상대 국어교육학과에서 30년간 교수로 일했으며, 경상대 교수회장, 국어사학회 회장, 배달말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번역하고 풀이한 훈민정음>, <국어교육 지역화의 실천방안> 등을 펴냈다. 진주문화연구소, 형평운동기념사업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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