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저소득층에 농산물 무료 공급하는 사회적 책임도 다해

▲ 농민들이 직접 포장해 가격을 책정해 둔 농산물, 농민 이름과 농산물이 자란 지역이 기재돼 있다.

[단디뉴스=김순종 기자] “지금은 로컬푸드가 농협과 행정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우리는 그 이전인 2013년부터 지역 농민과 농산물을 지키고 소비자에게 믿을 수 있는 먹거리를 제공하고자 활동해왔습니다. 경남지역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나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먹거리를 보내드리는 등 사회적 역할도 다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난 6일 방문한 진주텃밭(금산점)은 면 마스크를 만드느라 분주했다. 5~6명의 조합원들이 모여 검은 천을 자르고, 거기에 마스크 줄을 붙이고 있었다. 이들이 마스크를 만드는 것은 코로나19로 마스크 공급이 불안정해지자, 조합원과 사회적 약자들에게 마스크를 나눠주기 위해서다. 마스크 만들기에 여념이 없던 소희주 진주텃밭 이사장과 이야기를 나눴다.

진주텃밭은 2013년 좋은 먹거리 제공에 뜻을 모은 농민 30여명과 시민사회가 힘을 보태 협동조합으로 출발했다. 로컬푸드의 취지에 따라 얼굴 있는 생산자, 생산자의 마음을 알아주는 소비자들이 점차 힘을 보탰다. 2015년 예비 사회적기업이 돼 2017년 인증 사회적기업으로 거듭났다. 그간 조합원 2천200명, 연간 매출 15억이 넘는 큰 단체로 성장했다.

▲ 진주텃밭 금산점

소희주 이사장은 “지역 농산물을 많이 팔아주자는 게 아니라 지역 농민을 지역소비자가 같이 책임져가길 바랐다”고 진주텃밭을 연 이유를 설명하고 “농민 스스로 조직을 결성해 자신들의 권리를 말하며 같이 발전해나가는 점이 농협 로컬푸드와 다른 점”이라고 말했다.

진주텃밭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자주적으로 단체를 운영한다. 최고 의결 기구인 대의원 총회, 한 달에 한번 열리는 이사회, 일상적인 일을 논의하는 운영위원회가 있다. 또 생산자 위원회, 소비자 위원회 등을 따로 둬 조합원 모두가 단체를 운영하는 데 힘을 보탠다. 나이 많거나 자가 운전이 안 되는 사람들에게는 서로 힘을 나누기도 한다.

특히 이들은 사회적기업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사회적 활동도 펴고 있다. 경남지역 위안부 피해자, 저소득층 가정에 먹거리를 무료로 제공한다. 기자가 방문한 날처럼 코로나19에 취약한 계층을 위해 마스크를 만들어 무료배포하기도 하며, 공간을 나눠쓰고 있는 장애인 단체에 토종씨앗(꽃)을 건네 이들이 만든 모종으로 마을과 학교를 꾸미는 사업도 펼친다.

진주텃밭은 지난해 매출 15억 3천만 원을 기록했지만, 정부 지원은 다소 아쉽다. 사회적기업으로 등록하며 받았던 인건비 지원은 끝이 났고, 현재는 남동발전에서 지원하는 인건비 외에 이렇다 할 지원은 크지 않다. 생산자가 가격을 결정해 팔면 13%의 수수료를 남겨 단체를 운영하고 있다. 농협 등과 달리 큰 자본 없이 스스로 힘으로 단체를 운영하는 것.

소희주 이사장은 진주시가 추진하는 푸드플랜에는 “이미 그러한 취지를 가지고 우리가 사업을 시작했던 것”이라며 “푸드플랜이 잘 되려면 정부, 지자체가 먹거리를 공공재로 생각하고, 이미 그러한 사업을 펼치고 있는 단체들의 활동을 공공영역으로 인정하고 같이 가야한다”고 말했다. 이제까지처럼 푸드플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싶다는 셈이다.

 

▲ 농민과 사회적 약자에게 나눠주겠다며 마스크를 만들고 있는 진주텃밭 조합원들

진주텃밭은 서부경남 전역에서 들어온 농산물을 판매한다. 금산점과 초전점 매장에서는 농산물을 판매하면서, 진주지역에 배달도 이어가고 있다. 전국적으로 택배를 이용한 농산물 판매도 한다. 모든 농산물은 농민들이 직접 전시하고, 가격을 책정한다. 생산자는 저농약 기준을 준수해야 진주텃밭에서 농산물을 판매할 수 있다.

진주텃밭은 올해 4월부터 온라인망을 구축해 농민들이 어떤 식으로 농사를 짓는지 소비자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온라인을 통한 판매도 늘려갈 계획이다. 소희주 이사장은 “지금까지 진주텃밭이 발전해올 수 있었던 건 생산자간의 협동과 헌신,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들 때문이었다”며 “그런 마음을 소비자들도 이해해줬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진주텃밭에 조합원으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경우 3만원, 생산자의 경우 10만원의 출자금을 내야 한다. 농산물에 한해 조합원은 10%의 가격을 할인 받을 수 있다. 농민들은 자신이 생산한 농산물을 직접 가져와 포장하고, 가격을 매긴다. 소비자의 알 권리를 위해 농산물 위에는 판매자의 이름 등이 기재된다.

 

▲ 진주텃밭 금산점 앞에서 소희주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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