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비도덕적 진료행위 규정도내 의사들 "음성화 심화할 것"…여성계도 출산결정권 침해 우려

정부가 현행법상 허용되지 않는 범위의 임신중절수술을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규정하고 의료인 처벌을 강화하기로 한 것을 두고 사회적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의료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2일 의료인의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대한 기준을 담은 의료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공개했다.

비도덕적 진료행위엔 대리 수술, 무허가 주사제 사용, 오염된 의약품 또는 사용기한이 만료된 의약품 사용, 진료 목적 외 마약·향정신성 의약품 처방·투약 등과 더불어 불법 임신중절수술이 포함됐다.

▲ 14일 오후 진주여성민우회는 페이스북을 통해 낙태 결정권은 여성에게 있음을 주장했다.

이러한 행위를 하다 적발되면 기존 1개월에서 최대 12개월로 의사 자격을 정지시키기로 했다. 임신중절수술의 경우 수술을 받은 여성 또한 처벌된다.

현행 형법은 낙태를 불법으로 규정한다. 근친상간·강간·부모의 유전자 이상 등 극히 일부 경우만 낙태를 허용한다. 이마저도 임신 24주 이내, 배우자의 동의를 얻어야만 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1일 모자보건법 허용 범위를 넘어선 임신중절수술은 현행법상 처벌 대상이며 이번에 새롭게 처벌 대상에 포함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또 법에 정한 임신중절술 허용 범위는 사회적 합의의 산물로 행정부가 이를 일방적으로 조정하거나 달리 해석할 수는 없다는 입장도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다만 불법 임신중절술 등 비도덕 진료행위의 양형과 관련해서는 입법예고 기간 중 의견을 수렴해 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냈다.

◇의료업계 "사회적 합의 이뤄지지 않았다" =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지난 11일 "낙태는 아직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비도덕적 진료행위' 항목에서 제외해야 한다"면서 "의사들은 입법예고 기간이 끝나는 내달 2일부터 모자보건법이 허용하는 경우를 제외한 모든 낙태수술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남지역 산부인과 의사들도 반발하고 있다.

창원에서 산부인과를 운영하는 한 의사는 "정부가 제시한 비도덕적 의료행위에 낙태가 포함된 것은 일반인도 동의하지 못할 것"이라며 "낙태가 불법이라고 해서 원치 않는 임신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음성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뇌아를 임신하거나 강간 여부를 입증하지 못한 여성, 원치 않은 임신을 한 청소년 등 낙태가 절실한 경우가 많은데 이에 대한 모든 책임을 의료인에게 전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도내 여성계는 여성의 임신출산결정권 침해를 우려하고 있다. 현행법이 여성의 권리에 대한 고민 없이 낙태를 범죄로만 규정한다는 것이다.

윤소영 경남여성단체연합 사무국장은 "모자보건법상 예외 사유에 해당돼 합법적으로 임신중절수술을 하는 경우에도 (남성) 배우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처벌할 때는 여성만 처벌한다. 임신은 여성 혼자 하는 것이 아님에도 낙태에 관한 책임과 처벌은 여성에게만 전가하는 현실"이라며 "현행법은 여성의 생명권, 성적자기결정권, 임신출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사무국장은 "미혼모, 영아 유기, 청소년 임신과 출산 등 현상이 발생하게 되는 원인에 대한 사회적 고민은 하지 않은 채 처벌 강화만이 능사는 아니다"면서 "정부는 여성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낙태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지 그 이유를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단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