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연령이 65세 이상 농촌 주민들..버스 타고 주로 가는 곳은 꼭 필요한 시장과 병원”

진주시에서 도입하여 지난 10월 1일부터 운행 중인 하모콜버스는 ‘수요응답형 교통편(DRT, Demand Responsive Transport)’으로 알려져 있다.

반성터미널에 하모콜버스가 정차해 있는 모습
반성터미널에 하모콜버스가 정차해 있는 모습

모두 14대로, 진주 주요 관광지를 오가는 관광형 버스 4대와 동부 5개면(사봉면, 일반성면, 이반성면, 지수면, 진성면)과 반성터미널을 오가는 외곽형 버스 10대로 편성되어 있으며, 외곽형의 경우 호출형과 노선형으로 나뉜다.

이반성면 주민이면서 자전거 외 별다른 이동 수단이 없는 나도 이 새로운 교통편을 10월 한 달간 예닐곱 차례에 걸쳐 이용해보았다.

외곽형 버스 10대 중 노선형에 해당하는 7대는 예전 지역순환버스와 같은 시간대에 거의 같은 노선을 따라 운행되었다.

하모콜버스 내부 모습, 하모콜버스는 10인승 차량이다. 
하모콜버스 내부 모습, 하모콜버스는 10인승 차량이다. 

버스 규모는 이전과 비교해 절반 정도로 줄어 있었는데, 내가 사는 평촌리와 콜버스 정차장인 반성터미널을 하루 12회 오가는 1번 노선의 경우, 대부분 10인승(운전석 제외) 차량이었다.

반성오일장 장날이던 지난 10월 18일 이른 아침, 장에 다녀오기 위해 중도마을 정류소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버스는 여느 때보다 5분 가량 늦게 왔는데, 10인승 두 대가 앞뒤로 나란히 정류소에 서는 게 아닌가. 장날이라 승차 인원이 평소보다 많은데다 연로한 승객이 대부분이라 서서 가는 이가 없도록 하려다 보니 두 대를 배차하게 된 것 같았다.

앞차 좌석이 다 차서 뒷차를 타고 가는 도중에 이 마을, 저 마을 할머니들이 예전처럼 장바구니형 캐리어를 끌고 버스에 올랐다.

장날 아침 할머니들은 하모콜버스가 유일한 이동수단이다. 이들은 모두 바퀴가 달린 시장 바구니를 버스에 실어야 했는데 10인승 버스 내부가 매우 비좁은 모습이다. 
장날 아침 할머니들은 하모콜버스가 유일한 이동수단이다. 이들은 모두 바퀴가 달린 시장 바구니를 버스에 실어야 했는데 10인승 버스 내부가 매우 비좁은 모습이다. 
장날 아침 할머니들은 하모콜버스가 유일한 이동수단이다. 이들은 모두 바퀴가 달린 시장 바구니를 버스에 실어야 했는데 10인승 버스 내부가 매우 비좁은 모습이다. 
장날 아침 할머니들은 하모콜버스가 유일한 이동수단이다. 이들은 모두 바퀴가 달린 시장 바구니를 버스에 실어야 했는데 10인승 버스 내부가 매우 비좁은 모습이다. 

하지만 캐리어를 싣기에 버스의 통로는 많이 비좁았고, 할머니들은 당신이 앉은 자리 앞의 좁은 공간에 그것을 겨우 둘 수 있었다.

너덧 정거장을 지나는 사이 뒷차의 자리도 다 찼고, 4인용 맨 뒷좌석에 5명이 끼어 앉고도 두 사람은 서서 가야 했다.

와중에도 버스 기사들의 태도는 이전과 비교하여 확연히 달랐는데, 승객들이 타고 내릴 때 어서 오시고 가시라는 인사를 잊지 않았고, 승하차 속도에 맞추어 기다려 주었으며, 무엇보다 안전을 앞서 고려하는 듯 천천히 버스를 몰았다.

버스에 설치된 모니터에 정차지 자막이 제대로 뜨지 않는 건 유감이었지만 안내방송은 건너뛰는 법 없이 정확히 울려 나왔다.

노선형에 이어 호출형 외곽 버스도 이용해보았다.

진주시에서는 “정해진 노선과 운영 시간표 없이 승객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차량을 호출하여 이용할 수 있는 교통서비스”를 위해 하모콜버스를 도입했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외곽형 버스 10대 가운데 수요응답형(호출형)은 3대에 불과했다.(따라서 엄밀히 말하자면 하모콜버스 14대 가운데 수요응답형인 ‘콜버스’는 전체의 절반에 해당하는 7대인 것이다).

이마저도 주중과 오일장 장날과 주말이 겹치는 날에만 운행되고, 나머지 토・일요일과 공휴일엔 운행되지 않았다.

이유에 관해 콜센터 고객센터에 문의해 보았으나 모르겠다는 답변이 돌아올 뿐이었다.

게다가 호출형의 경우 티머니 앱을 통한 버스 호출 요청 이외, 농촌 주민 다수가 고령자임을 감안하여 전화와 호출벨을 사용하여 해당 차량을 이용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주민 11명 중 7명이 70세 이상 고령자인 내가 사는 작은 산골 마을에는 호출벨이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다 합쳐도 인구수가 만 명이 될까 말까 하고, 평균 연령이 65세 이상인 동부권 5개 면의 농촌 주민들이 버스를 타고 주로 가는 곳은 시장이거나 병원이다.

가기 싫다고 건너뛸 수 있는 곳들이 아닌, 노쇠하고 불편한 몸으로라도 생존을 위해 찾게 되는 장소들인 것이다.

시의 도입 취지대로 하모콜버스가 “대중교통 취약지를 오가면서 노약자들의 이동을 돕는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이같은 농촌의 현실을 반영하여 노선형과 호출형 각각 위에서 지적된 부분들이 시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좀 더 근본적으로는 농촌을 되살리기 위한 방안이 어떻게든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마을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주민들의 모습
마을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주민들의 모습

인구 감소 지역으로 꼽히는 동부권 5개 면을 하나의 행정면으로 통합하려는 시도에 앞서 문화, 교육, 의료, 교통, 복지 등 여러 면에서 점점 더 소외되고 있는 농촌사회에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활기가 돌게 할 수 있을지 징책 입안자들이 농촌을 오가며 더 섬세하게 살피고 헤아릴 수 있어야 한다.

현실화한 기후위기 문제와 머잖아 닥칠 식량위기에 대한 희미한 해법이나마 농촌사회를 통해 찾으려는 시도를 새로운 상상력에 기대어 마련해갈 수는 없는 걸까.

다양한 세대가 어우러져 이야기꽃을 피우던 한두 세대 이전의 모습으로 온전히 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인구 유입 노력을 멈춰서는 안 될 것이고, 반복하지만 그러려면 우선 공공교통 정책부터 한 사람이라도 더 쉽고 편하게 농촌을 오갈 수 있도록 세워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시민들의 편의를 도모하고, 대중교통을 활성화하기 위해 도입되었다고 알려진 진주시의 하모콜버스 운행 시스템이 농촌에서 거주하는 ‘진주시민들’의 편의와 복지 문제를 비롯하여 다양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촌의 상황이 충분히 고려되어 더 나은 방향으로 정착해가길 바란다.

“평균 연령이 65세 이상 농촌 주민들..버스 타고 주로 가는 곳은 꼭 필요한 시장과 병원”
“평균 연령이 65세 이상 농촌 주민들..버스 타고 주로 가는 곳은 꼭 필요한 시장과 병원”
“평균 연령이 65세 이상 농촌 주민들..버스 타고 주로 가는 곳은 꼭 필요한 시장과 병원”
“평균 연령이 65세 이상 농촌 주민들..버스 타고 주로 가는 곳은 꼭 필요한 시장과 병원”

 길날 시민기자 

진주시 이반성면 산골 마을에서 농사짓습니다. 일주일에 한두 번 대중교통편으로 읍면 소재지나 진주 시내 등지를 오가며 시장과 도서관에도 가고, 단시간 일터인 학교에서 농사 외 밥벌이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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