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게 오래 살자. 누구나 바라는 말이다. 하지만 그 말이 모두에게 허락된 현실은 아니다. 

돈이 없으면 병원 문턱도 넘기 어렵고, 사는 동네에 따라 기대수명이 달라지는 사회. 운동할 공원 하나 없는 동네에 사는 노인은 매일 아픈 몸을 이끌고 좁은 골목을 걷는다.

단디뉴스는 예방의학자 김장락 교수와 함께 10회에 걸쳐 ‘건강 사회 만들기’를 주제로 건강 불평등의 민낯과 정치의 책무를 묻고자 한다.

무병장수가 소수가 아닌 모두의 권리가 되기 위해.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민수와 진수는 같은 나라, 같은 해에 태어났지만 서로 다른 운명을 살고 있다. 민수는 대도시의 중산층 가정에서, 진수는 의료기관 하나 없는 농촌 마을에서 자랐다.

민수는 유기농 간식을 먹으며 초등학교를 다녔고, 진수는 가공식품과 함께 컸다.

지금 민수는 대학교 4학년, 진수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일용직을 전전한다.

병원에 갈 여유는커녕, 내일 아침 먹을 걱정부터 앞선다.

이 두 청년의 차이는 단순한 개인의 선택 때문일까?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아이가 몇 살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을지는 그 아이가 사는 지역, 부모의 소득과 교육 수준, 노동환경, 지역의 의료 접근성과 같은 사회적 요인에 따라 결정된다.

서울 분당구에 사는 사람은 건강수명이 75.6세인 반면, 경북 군위군은 65.1세다. 무려 10년 넘는 격차다.

이처럼 건강은 더 이상 개인의 생활 습관이나 유전자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적 결정요인’이 건강의 절반 이상을 좌우한다.

WHO와 각국 보건 당국이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Social Determinants of Health, SDH)’ 개념을 도입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우리 삶의 조건이 곧 우리 몸의 조건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다시 말해, 어떤 병은 몸보다 사회가 먼저 앓는다.

교육 수준이 낮을수록 흡연률은 높고 운동 실천율은 낮다.

소득이 적을수록 만성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크고, 병원에 가는 것도 늦다.

나이 든 부모를 돌볼 자식은 수도권으로 떠나버렸고, 도시는 홀몸노인들로 텅 비어간다.

치료보다 예방이, 약보다 환경이 더 중요하다는 말은 누구나 안다.

그러나 그것은 고르게 누릴 수 있는 권리여야 한다.

복지국가는 이러한 구조적 불평등을 완화하는 사회 장치다.

누구나 가난 때문에 치료를 미루지 않도록, 지역에 따라 태어난 아이의 수명이 달라지지 않도록, 국가가 개입하고 조율해야 한다.

정치가 제 역할을 못 하면, 건강도 불평등해진다.

의료기관, 교육 기회, 안전한 일자리, 안정된 주거 환경, 사회적 신뢰와 연대 — 이 모든 것이 건강의 조건이다.

그래서 복지국가는 ‘건강 정책’만이 아니라, ‘모든 정책이 건강 정책’이 되어야 한다.

도로 하나를 놓더라도, 쓰레기장을 어디에 지을지를 결정하더라도, 그 영향은 인간의 몸에까지 미친기 때문이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이제 신화가 되었다. 아이들의 건강까지도 부모의 사회경제적 조건에 따라 대물림되는 시대다.

결국 이 사회가 진짜 건강하려면, "나의 건강이 아니라, 모두의 건강"을 생각해야 한다.

복지국가는 각자도생하지 않는다. 건강도 마찬가지다. 우리 사회가 ‘더불어 사는 삶’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병은 개인보다 사회를 먼저 파고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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