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순옥 재능교육 교사
성순옥 재능교육 교사

"풀꽃 이름을 만들어 보다. 그러니까 아래 식물들은 세상에 없다. 이름만 여기에 있다.

코맹맹이풀, 쥐코딱지풀, 푸른매눈썹, 아침개망나니풀, 붉은코다리풀, 시어머니누른속곳, 흰새왕버즘풀, 노랑애꾸눈이, 강아지하품풀, 쇠얼룩좆꽃, 참새겨드랑이꽃, 비맞은중풀, 호로자식말좆, 구멍난버선, 재수왕소금풀, 소슬바람여우제비꽃, 내코가석자풀, 분홍들병이꽃, 분홍기생치마, 다홍치마할미꽃, 갑사댕기돼지꽃, 남도삼백리향, 얼굴가린미인꽃, 앉은뱅이장대, 불끈솟을마루, 짝불알꽃, 새앙쥐이쑤시개꽃, 이방목줄꽃, 붓털붓꽃, 항아리허리풀, 호랑애기꽃, 푸른짝궁둥이풀, 이틈새천리꽃, 왕개구리새참,노루꽁댕이풀,쥐발가락풀, 키높이발돋움풀, 처녀도끼풀, 뒷간붉은손이, 꼰대오줌풀, 썼다독박풀, 의붓어미시샘꽃, 말린호로좆풀, 구멍난짚신풀, 피마른마빡풀, 저승밥그릇풀, 배보다배꼽풀, 너도피박풀, 금붕어잇똥풀, 등창난 처녀풀, 시궁쥐진주머니, 푸른새벽우물꽃, 저승노자풀, 야반삼경빗장풀, 파랑새똥물, 다람쥐재채기풀, 오줌지린할배풀, 오줌발월담꽃, 청개구리낯짝풀, 올아비풍각쟁이풀......"

#김보일 선생님 페이스북 담벼락에서 따왔다.

세상에 다 있어야 하는 풀 이름, 꽃 이름이었으면 해서 따왔다.

"매화, 난초, 국화, 모란, 작약, 동백꽃, 장미꽃, 제비꽃, 진달래꽃, 맨드라미, 민들레, 붓꽃, 달맞이꽃, 낮달맞이꽃, 패랭이꽃, 찔레꽃, 까마중, 호박꽃, 박꽃, 무꽃, 유채꽃, 씀바귀꽃, 채송화, 봉숭아......"

세상에 존재하는 풀과 꽃들 이름도 몇몇 겨우 알면서 꽃이라 풀이라 여기며 친절함도 마다하지 않았네.

"진주성, 촉석루, 논개, 의암, 남강, 비봉루, 김시민, 진주검무, 진주냉면, 진주비빔밥, 하모....." 속에 가려진 "진주초군, 진주백정, 남강 빨래터에 나온 식모 아이, 파크골프장 같은 곳에서 풀 뽑는 숙이네, 임이네, 돗골띠기, 새벽하늘 깨며 살아가는 농군들......"

규격화된 학교와 마을과 도시와 정부에서 상징으로 내세운 것들로 인해 점점 잊혀지는 것들, 덜 보이는 것들에 무심했고 더 보이는 것이 다인 것처럼 몸에 진을 빼며 사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는 시간.

걸어서 가며 살기엔 너무 숨 가쁜 간판숲, 뜻도 형체도 모르는 언어를 뇌이면서도 내가 무엇에 가려져 있는지 무엇에 빠져 있는지를 깨우쳐 주는 스승을 만나는 일.

할 말을 아끼고 편협한 사상을 들키지 않고 괜한 겉멋으로 치장한 계급 따위 우러러보지 않고 세상에 없는 풀이름 짓기, 다만 이름을 지을 때는 세상 이야기가 있어야할 것.

2023년 12월 원고 속에 무거운 숙제를 남겨본다.

세상에 없는 풀이름 짓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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