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시에 정규직 전환 요구

/사진 = 단디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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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중순 경남 진주시 집현면의 한 공업사를 방문해 수도검침을 하던 중 개에 쫓겨 척추골절 등의 부상을 당했던 수도검침원 ㅈ씨는 “지난해 5월 대법원에서 수도검침원들은 진주시에 고용된 근로자라고 판결했는데도, 변한 게 없다” 며 진주시에 수도검침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2019년 7월 수도검침 중 입은 부상으로 입원치료와 2년여 간의 통원치료를 이어가야만 했다. 하지만 병원비는 모두 자비로 부담했다. 수도검침원은 진주시와 위탁계약을 맺어 일하는 사업자로 분류돼 산재보험 등에 가입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2017년 7월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추진계획을 발표한 이후, 현재까지 정규직 전환이 되지 못한 이들 가운데 하나가 진주시 수도검침원들이다. 이들은 정규직 전환 권고 대상이었다. 이들은 2019년 부터 정규직 전환 요구를 이어가다가, 2020년 5월 법원에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수도검침원들이 진주시에 고용된 근로자라는 지위확인이 나면, 정규직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 판단해서다. 소송 끝에 2023년 5월 대법원은 수도검침원들이 진주시에 고용된 근로자라고 판단했지만, 이들은 아직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못했다.

수도검침원들은 20일 진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수도검침원을 대법원 판결에 따라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요구했다. 대법원에서 수도검침원들이 진주시에 고용된 근로자라고 판단했는데도, 진주시는 정규직 전환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면서다. 이들은 “진주시는 수도검침원은 근로시간이 주당 15시간도 되지 않는, 초단기 근로자이기 때문에 정규직 대상이 아니라는 해괴한 논리를 앞세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 달에 최소 2000가구의 수도검침을 하고, 요금고지서 정리, 민원처리까지 한다며, “(초단기 근로자라는) 시의 주장은 억지논리”라고 강조했다.

진주시는 수도검침원들의 이 같은 주장에 “수도검침원들은 본인들이 주당 15시간 이상 일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시는 그렇게 보고 있지 않다”며 이 때문에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정규직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현재 수도검침원 퇴직자 10여 명이 퇴직금 관련 소송을 진행 중이라며, 재판 결과에 따라 검침원들의 정규직 전환 여부도 판가름 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련 재판의 주요 쟁점이 주당 15시간 이상 근무를 하고 있느냐 여부이기에, 재판 결과로 수도검침원의 정규직 전환 여부도 판단할 수 있다면서다.

수도검침원들은 진주시의 이 같은 입장에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수도검침원들이 대법원 판결에 따른 정규직 전환 이행을 주장하니, 진주시는 뜬금없이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하거나, 사업자 등록증을 구비해 근로자 지위가 인정되기 전 작성한 위·수탁계약서를 체결하자는 말도 안 되는 제안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의 판결에도 진주시가 이 같은 입장을 드러내는 것은 실무자 차원의 판단인지, 조규일 진주시장의 판단인지 궁금하다”며 향후 진주시청 앞에서 피켓 시위 등을 이어갈 뜻을 내비쳤다.

한편 인근 경남 창원시를 비롯한 김해시, 의령군 등은 2017년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추진계획에 따라 일찌감치 수도검침원들을 정규직(=공무직)으로 전환한 바 있다. 최선영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일반노조 서부경남지부장은 20일 이 같이 밝히고 “수도검침원들이 최단시간 근로자라고 주장하며, 정규직 전환을 거부하는 사례는 전국에서 진주시가 최초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9년부터 정규직 전환을 요구해왔지만 정규직 전환은 물론, 산재보험 가입 등 근로자 처우에 있어서도 바뀐 점 하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단디뉴스 = 김순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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