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대우 못 받는 진주시 수도검침원들의 열악한 노동실태

진주시 수도검침원 정규직 전환이 시급하다. 일의 특성상 부상을 당하는 일이 꽤 많지만 비정규직(민간위탁)인 터라 산재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고, 부상을 당해 1개월 이상 일을 하지 못 하면 고용계약이 해지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오전 10시쯤 진주시 수도검침원 A씨는 집현면 불너머길 인근 공업사에서 수도검침을 하던 중 개에게 쫓기다 쓰러져 큰 부상을 당했다. 요추 2번(척추골절)이 부러진 것이다. 그는 당시 입은 부상으로 몸을 일으키지 못한 채 병상에 누워있다. 대소변을 침상에서 받아내고, 매끼 죽으로 식사를 대신한다.

A씨는 업무 중 부상을 당했지만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한다. 산재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아 치료비 지급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진주시는 수도검침원들에게 상해보험을 넣어주고 있지만, 사망하거나 후유장애가 심각하지 않으면 상해보험은 아무런 혜택을 주지 않는다. A씨는 병원비를 자비로 처리해야 한다.

A씨는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기도 하다. 1개월 이상 일을 하지 못하게 되면 계약을 해지한다는 내용이 시와의 계약서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시술과 회복기간 등을 고려하면 6개월 안팎의 치료를 받아야 한다. 1개월 내 업무복귀는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A씨는 이번 사고가 네 번째다. 일전에는 나무다리를 건너다 다리가 부서지며 쓰러져 돌에 머리를 찧은 적도 있다. 당시에도 그는 1개월 이상 일을 못하면 계약해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 몸이 완쾌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을 하러 나섰다. 지금도 약간의 후유증이 남은 상황이다.

 

▲ 수도검침을 하러 갔다가 넘어져 부상을 입은 A씨, 그는 척추를 다쳐 하루 종일 누워 지내고 있다. 대소변도 침상에서 받아내는 상황이다.

수도검침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A씨는 이달에만 하더라도 수도검침 중 개에 물린 동료와 차에 치인 동료가 있다고 증언했다. 수도검침원 9년 차인 그는 진주시 수도검침원 31명 가운데 개에 물려보지 않을 사람이 없을 정도이고, 계량기 쪽에서 뱀이나 쥐, 바퀴벌레가 출몰하는 때도 많다고 했다.

수도검침원들은 일하는 것에 비해 적은 임금을 받고 있다. 이들은 수도계량기 1개당 750원의 임금을 받는다. 한달 월급은 120만 원에서 180만 원 정도. 월급은 일한 만큼 나온다. 신도시 지역이야 일하는 데 큰 불편이 없지만, 구도심 지역은 수도계량기가 설치된 곳이 천차만별이라 고충이 따른다.

이들은 밤낮으로 수도 관련 민원을 받아야 하는 고역을 겪고 있기도 하다. 문이 닫혀있는 집에는 밤늦게라도 여러 차례 방문해야 하고, 술집의 경우 문을 연 저녁시간에 방문할 수밖에 없다. 일부 시민들은 수도에 문제가 생기면 밤늦은 시간 전화해 문제 해결을 촉구하기도 한다.

술을 먹고 횡설수설하는 시민, 속옷 차림의 남성들이 수도검침을 나온 그들을 맞이하는 경우도 있어 두려움을 느낀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들을 정규직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부 자치단체는 수도검침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했거나 정규직 전환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정규직으로 전환된 수도검침원들은 공무원 정규직 수준의 임금을 지급받고 4대보험에도 가입된다. 부상을 당해도 산재보험 적용이 되고, 고용불안에 시달리지 않는다.

진주시 수도검침원 A씨는 “우리 수도검침원들도 진주시 상하수도 사업에 도움이 되려 애쓰고 있다. 누수, 동파, 여러 민원 사건을 해결하고, 개나 뱀이 무서워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러다 다치게 되면 산재 적용이라도 받았으면 한다. 다른 도시처럼 진주시 수도검침원도 정규직이 돼 최소한의 대우를 받고 일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진주시 관계자는 “진주시에서 상해보험을 넣고 있지만 사망이나 후유장애 시 보험금이 지급된다. 지급이 가능한 지 좀 더 검토해보겠다. 또한 1개월 근무를 하지 못하면 계약이 해제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본인 의사를 들어보고 선처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답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그간 위탁노동자로 분류되던 수도검침원을 용역노동자로 분류하라는 지침을 내린 바 있다.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대상에서 위탁노동자는 3단계, 용역노동자는 1단계인 터라, 정규직 전환 시기가 빨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진주시 관계자는 “수도검침원들이 그간 위탁노동자로 분류되다 최근 오분류라는 판단에 따라 용역노동자로 재분류됐다. 올해 정규직 전환심의에서 수도검침원들의 정규직 전환여부를 다시 한 번 검토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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