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 비교해보니, 대부분 사안 판단 달라
시 “사업 재개할 것”, 주민 “상고할 것”
문화센터 건립 둔 갈등 지속될 것으로 보여
시 승소해도, 보상 협의문제 남을 듯

남강변 다목적문화센터 건립사업을 둔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원심 재판부의 판단과 확연히 달랐다. 지난 6일 부산고등법원 창원재판소 제1행정부(재판장 최봉희)는 사업 추진에 제동을 걸었던 원심 판결을 깨고, 진주시의 손을 들어줬다.

7일 입수한 판결문을 살펴보면,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 재판부와 확연히 다른 판단을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원심 재판부가 대부분의 사안에서 주민들의 손을 들어줬다면, 항소심 재판부는 대부분 진주시의 손을 들어줬다.

진주시는 항소심 판결에 따라, 사업을 재추진한다는 입장이지만 주민들은 대법원 상고를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도 다목적문화센터 건립사업을 둔 갈등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6일 부산고등법원 창원재판소 제1행정부는 진주시가 제기한 항소심 재판에서 사업에 제동을 건 원심 판결을 깨고 “원심에서 원고(주민들)가 승소했던 부분을 취소한다”고 선고했다. “소송비용도 원고가 부담해야 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날 이 같은 결과가 나온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7일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재판부는 다목적문화센터 건립사업의 공익상 필요성이 인정되며, 진주시가 사업 추진에 따른 이익형량을 따져, 마땅히 포함시켜할 사항을 누락시킨 바가 없다고 판단했다. 진주시가 사업추진에 따른 공익성 증대와 사적권리 침해 부분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시설 대상지 주민의 재산권 및 주거권 침해 문제를 두고도 미리 대안을 강구했다고 적시했다. 원심 재판부의 판단은 이와 정반대였다.

항소심 재판부는 사업 추진의 공익성이 인정된다는 근거로 △급격한 인구유출과 지역상권이 쇠퇴한 지역(의) 상권 활력을 위한 도시재생활성화 계획으로 문화센터 건립이 포함된 점 △2019년 1월과 2020년 5월 시민 대상 여론조사에서 88%, 60% 이상이 문화센터 건립에 찬성한 점 △문화센터 건립으로 지역 주민의 문화체험기회를 증진하려는 목적이 있는 점 △인근에 경남문화예술회관이 있지만, 대공연장만 존재하고 중소규모 공연장이 없는 점 △중앙토지수용위가 2022년 3월 국토교통부에 공익성 심의를 요청한 결과 공익적 필요성이 인정된 점 등을 들었다.

이익형량을 검토하는 과정에도 하자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그 근거로 입지선정 과정에서 △문화시설과 같은 중심지 지향적 기능시설로서 적절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은 점 △추가 도로를 개설하고, 주변지역 주차장을 활용하는 등의 보완조치를 하거나 주 이동동선이 주거지역을 향하지 않도록 변경한 점 △ 경제적 타당성 확보를 위해 사업면적을 축소하고 수익 창출 방안을 마련한 점 등을 들었다.

주민들의 재산권 및 주거권 침해와 관련해서도 △ 타당성 조사로 이주단지 후보지를 선정했고, 손실보상과 관련해 주민설명회를 연 점 △ 민영주택 특별공급 방안을 검토한 점 등을 들어 토지 및 건축물 소유자의 이익을 조화시키는 방법을 미리 강구했다고 판단했다.

 

남강변 다목적문화센터 건립 예정지(망경동)에 걸린 현수막
남강변 다목적문화센터 건립 예정지(망경동)에 걸린 현수막

이 같은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원심 재판부의 판단과 큰 차이가 있었다.

원심 재판부는 항소심 재판부와 대부분의 판단에서 견해를 달리한 바 있다. 원심 재판부는 2022년 9월 1일 다목적문화센터 실시계획 부분을 취소하면서 △주민들의 주거권, 재산권이 과도하게 제한되는 우려가 있으며, 사업 추진에 중대한 공익상 필요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토지 보상을 받는다고 해도, 다른 지역으로 이주해 동등한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지 의문인 점 △타당성 조사에서 공연장의 지속적 활용을 위한 계획이나 문학관·전시관의 구체적 운영방안을 수립하지 못한 점 △인근에 경남문화예술회관이 존재하며, 시민들이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시설과 공간이 부족하다고 인식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면서 “사업추진으로 달성하려는 공익과 지역주민이 침해받는 사익 사이의 이익형량이 객관적이고, 정당하게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항소심 재판에서 승소를 예상했던 주민들은 상고를 진행하는 쪽으로 판단을 기울이고 있다. 남강변다목적문화센터 건립반대 추진협의회의 강동호 씨는 7일 “변호사와 상의한 결과 상고를 진행하는 게 타당한 것으로 판단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상고를 진행해, 만약 패소하게 되더라도 살던 곳에 계속 살아가려는 주민들이 있다”며 법적 판단을 떠나 진주시가 사업을 추진하려면 주민들이 동의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책(보상안과 이주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남강변 다목적문화센터 건립 사업은 조규일 진주시장(국민의힘)의 주요 공약 가운데 하나이다. 국비 등 512억 원을 들여 망경동 일대 7329제곱미터 터에 중소공연장과 전시·문화관 등을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건립하는 사업이다. 예정부지 주민들 가운데 일부는 “살던 곳에 계속 살고 싶다”는 뜻을 전하며, 그간 사업 추진에 반대해왔다. 이곳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대부분 60~80대의 고령자이다.

/단디뉴스 = 김순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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