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유근종]

벌써 12월이다.

해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음악을 뭐로 하면 좋을까 생각한다.

그냥 반사적으로 베토벤의 합창을 듣지만 추운 러시아의 겨울을 느껴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몇 년 전 방송사에서 가장 좋아하는 클래식 음악을 설문조사한 적이 있다.

당시 당당히 1위를 한 곡은 의외로 러시아 작곡가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제2번이었다.

나 또한 아주 좋아하는 곡이었지만 이 곡이 1위를 할 거란 생각은 하지 못했었다.

사실, 러시아의 음악은 우리 주변에 많이 들어와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2번은 많은 팝 아티스트들이 차용하는 음악이고, 3번 협주곡은 오래전 영화 샤인에서 주인공이 고생하고 재기하는 장면으로 연출됐다. 

또 라흐마니노프의 음악 중 보칼리제란 곡은 바이올린을 비롯해 다양한 악기를 위한 곡으로 편곡돼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오늘은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제2 e단조에 대한 얘기를 잠깐 해볼까 한다.

러시아 클래식 음악 하면 반사적으로 떠올리는 차이코프스키든 라흐마니노프든, 러시아의 음악을 들으면 꼭 광활한 러시아 대륙의 느낌이 난다고 해야 할까.

이것을 콕 집어 말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약간 우울한 정서와 웅장함이 깃들어 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교향곡 제2번이 시작되는 순간이 그러하다.

러시아의 차디찬 겨울의 우울함이 느껴지면서 뭔가가 열리는 듯 시작하는 음악을 지나 세 번째 악장에 이르면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다.

특히, 아다지오로 연주하는 세 번째 악장을 들으면 그 어떤 영화음악보다 영화음악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때 이 곡의 진면목이 알려지지 않아, 그리고 스탈린의 통치시대에 전곡이 연주되지 못하고 잘린 채 연주되기도 했다 하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교향곡이라면 다른 걸 떠나서 세 번째 악장을 듣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있다.

수많은 명연들이 있지만 몇 년 전 타계한 라트비아 출신의 러시아 지휘자 마리스 얀손스가 고향과도 같은 쌍뜨뻬쩨르부르크 필을 지휘한 음반이 난 참 좋다.

20년 전, 나 역시 이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음반을 녹음한 그 홀에서 만난 적이 있다. 그 기억 때문에 더욱 애정이 가는 연주다물론 출중한 연주에다 자국의 음악이니 더할 나위 없는 명연이다

마침 지금은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전집이 두 장에 묶여 한 장 가격에 팔리니 이 또한 아주 좋은 일이다.

이제 추워지는 겨울, 라흐마니노프의 선율에 우리 귀를 한 번 기울여보자.

첨부한 이 연주 미하일 쁠레뜨뇨프와 러시안 내셔널 오케스트라의 연주 또한 명연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YtjIExVAXx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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