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경 산청간디학교 교사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받아
2008년부터 2015년까지 법정다툼
“꼭 폐지돼야 할 악법”

지난 21일 최보경 교사가 자신의 국가보안법 혐의 관련 재판기록, 투쟁기록 등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지난 21일 최보경 교사가 자신의 국가보안법 혐의 관련 재판기록, 투쟁기록 등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단디뉴스=김순종 기자] 국가보안법 폐지 여론이 뜨겁다. 지난 10일 시민단체들이 모여 만든 국가보안법 폐지 국민행동으로부터 시작된 국회 국민청원(국가보안법 폐지)19일 오후 3시까지 10만 명의 시민들이 서명하면서다. 청원에 10만 명이 동의하면서, 폐지안은 20일 국회 법사위에 회부됐다. 17년만에 국가보안법 폐지여론이 다시 한 번 고조되는 양상이다.

국가보안법의 표면적 제정 이유는 국가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활동을 규제함으로써,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를 확보하기 위함이나, 실질적으로는 다른 의견을 말살하고, 독재체제를 구축하는 데 이용되어온 악법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독재정부는 물론이고, 민주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이 법에 의해 피해를 입었다.

경남 진주에도 국가보안법의 피해를 입은 시민들이 있다. 그 중 한 사람이 최보경 산청간디학교 교사이다. 그는 2008년 국가보안법 75항 위반 혐의를 받아 2015년까지 약 8년간 법정다툼을 계속했다. 1, 항소심, 최종심에서 모두 승소했지만, 피해는 컸다. 심리적 후유증이 남았고, 당시의 억눌림 때문인지 희귀병을 앓게 됐다.

<단디뉴스>는 지난 21일 산청군 신안면에 위치한 최 교사의 집을 찾아 그와 인터뷰했다.

 

2008년 간디학교 학생과 교직원들이 최 교사의 무죄를 주장하는 단식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2008년 간디학교 학생과 교직원들이 최 교사의 무죄를 주장하는 단식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국가보안법은 이번에 기필코 폐지돼야 합니다. 그 열망이 10(국회)입법청원에서 드러났습니다. 입법청원이 이루어졌다고 국회만 쳐다보아서는 안 됩니다. 사회구성원들이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국가보안법은 인간성을 파괴시키는 악법입니다. 독재세력이 그들을 반대하는 이들, 통일을 소망하는 이들을 억압하기 위해 만든 법에 다름이 없습니다

최보경 교사는 국가보안법이 이번에는 꼭 폐지돼야 한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을 괴롭혀온 악법이라는 이유에서다. 그 역시 20082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아 약 8년간 고초를 겪었다. 혐의를 받으면서 앞선 10년에 가까운 시간, 국가기관이 그를 사찰해왔음도 알게 됐다. 담담하게 재판에 응했지만, 그는 스스로 "미쳤다"는 생각이 들만큼 큰 상처를 입었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치르면서 알게 된 사찰 사실에 그는 스스로가 이상한 행동을 이어가곤 했다고 전했다. 학교 전화기를 들고 본인의 휴대폰에 전화를 걸어 너희 도청하고 있지? 다 알고 있다. 끝까지 한 번 싸워보자라는 말을 하거나, 스스로에게 너희 잘 있냐. 나를 사찰하니 좋았냐?’ 등의 내용이 담긴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다는 것.

사찰을 당했다는 생각들이 이 같은 행동을 불러왔다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았다는 사실은 그를 자기검열에 처하게 했다. 이전에는 학생들 앞에서 당당하게 했던 말들을 하기 어려워진 부분도 있었고, 학생들을 위한 책자를 만들면서도 상당히 조심스러워졌다. 그는 자신이 만든 두 책자를 보여주며, 뒤에 만든 책자는 표현이 꽤 수정됐다고 전했다.

 

금강산 방문 뒤 경남으로 내려오는 버스에서 그가 남긴 기록
금강산 방문 뒤 경남으로 내려오는 버스에서 그가 남긴 기록

최 교사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았다는 사실을 안 것은 20082월 경남도교육청이 진행한 통일담당자 연수로 금강산을 다녀오면서다. 우리 땅으로 내려오자 여러 통의 전화가 와 있었고, 함께 동행한 교사로부터 학교와 집이 압수수색을 당했다는 걸 들었다. 그는 내가 왜, 도대체 어떤 이유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았는지 궁금했었다고 했다.

최 교사는 경남으로 내려오는 버스에서 자신이 읽던 소설 토지의 한 면에 그날의 심정을 남겼다. “9시 뉴스, 이명박 (대통령) 취임소식이 한창이다. 축제란다.. 이명박 취임 속에 나는 구속이 되는구나. 마음이 무겁다. 22일 새벽부터 처음 가는 북한에 얼마나 설레였던가? 내려가는 이 길이 너무 멀고 서럽구나

진주로 내려온 그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아 불구속 기소됐다. 그가 받은 국보법 위반 혐의는 간디학교에서 역사배움책3-현대사라는 교재를 제작해 사용했고, 조국통일 3대 헌장 등을 소지하고 있었으며, 8.15교양자료집, 4.3항쟁을 통해 본 해방과 분단수업안 등의 자료를 누리집에 올렸다는 것 등 10건이었다. 1심 법원은 이들 모두를 무죄로 판단했다.

무죄판단을 받았지만, 최종심이 나온 2015326일까지 심리적 위축과 압박, 가족과 제자,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 등은 이어졌다. 스스로는 당당하고 떳떳했지만, 재판결과는 장담할 수 없었다. 지난한 고통의 시간, 그를 응원한 가족, 제자, 동, 지역시민들은 그를 견뎌내게 하는 힘이 되어주었다.

학교에서는 동료들과 제자들이 점심 단식 농성 등을 380여일 가까이 이어갔고(1심 종료까지), 지역에서 촛불집회 등이 정기적으로 이어졌다. 재판을 하는 날이면 다수의 시민들이 흰옷을 입고 재판장을 방청하며 그의 무죄를 주장했다. 각지에서 탄원서가 이어졌다. 이 같은 도움의 손길들이 이어지며 최종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많은 시간이 소모된 이후였다.

 

최 교사의 무죄를 주장하는 시민들이 들었던 피켓
최 교사의 무죄를 주장하는 시민들이 들었던 피켓

그는 수사와 재판을 진행하며 고통스러웠던 것은 “(기소 전) 10년간 국가기관이 나를 사찰했다는 점과 심리적으로 힘들면서도 남들 앞에서는 의연하고 웃어야 한다는 생각을 거듭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스스로 채찍질하며 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 자신의 무죄를 믿는 사람들과 제자들 앞에서 의연해야 한다고 했던 것이 또 다른 심리적 고통이었던 것.

오랜 법정다툼과 그로 인한 스트레스 탓이었을까. 2015년 이후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살이 15kg 가까이 빠지자 찾게 된 병원에서 갑상선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이후에는 천식이 찾아왔다. 최근에는 척스트라우스증후군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다. 명확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주위사람들은 국보법 위반 혐의를 받은 것이 영향을 주었다고 보고 있다.

그는 “(국가보안법)은 존재해서는 안 되는 법이다. 1920년대 조선 민중을 옥죄고 독립운동가를 탄압했던 일제의 치얀유지법을 모태로 만들어진 이 법은 독재정권에 반대했던 사람을 구속시키는 등 악법으로 작용해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가보안법과 관련한 기억을 떠올리고 싶지 않지만, 이 법이 폐지되는데 작은 역할이라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최 교사는 이날 인터뷰가 끝난 뒤 타 지역을 방문해 국가보안법폐지 토크쇼에 참석했다. 국가보안법 폐지에 작은 힘이나마 보태자는 이유이다. 그는 앞선 12일 진주에서 열린 같은 내용의 토크콘서트에도 참여한 바 있다. 최 교사는 이제는 정말 국가보안법이 사라져야 할 때라며 “2004년 폐지하지 못한 이 법을 이번에는 꼭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논란이 됐던 최 교사의 교재 '역사배움책3-현대사'
논란이 됐던 최 교사의 교재 '역사배움책3-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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