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의원 12명 기습상정해 처리

<18일, ‘서민자녀 교육지원 조례안’ 본회의 통과 과정>

-14:00 시의회 본회의장 전광판 의사일정에 조례안 게시
-14:20 남정만 의장직무대행, 조례안 상정
-14:22 대표발의 강길선 의원 조례안 제안설명
-14:30 강민아 의원 반대토론
-14:45 류재수 의원 조례안 보류 동의안 제출
-15:17 조례안 보류 동의안 부결(찬성 7, 반대 11, 기권 1)
-15:22 조례안 가결(찬성 11, 반대 0, 기권 1)

-“완전히 당했다”

18일 오후 2시, 제178회 진주시의회 임시회 1차 본회의장에 들어선 야권 의원들은 의사일정이 입력된 전광판을 보고 놀랐다.

의사일정 6번에 ‘진주시 서민자녀 교육지원에 관한 조례안’이 있었다. 야권 의원 7명(무소속 6명, 새정치민주연합 1명)은 본회의장 밖 복도에 모였고 한 의원은 “완전히 당했다”고 말했다.

▲ 서민자녀 교육지원 조례안이 기습상정된 것을 뒤늦게 안 야권 의원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진주시의회 새누리당 의원(12명, 심현보 의장 외)들은 지난 달 20일 상임위원회(복지산업위원회)에서 부결된 서민자녀 교육지원 조례안을 기습상정해 통과시켰다.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상임위에서 부결된 안건은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서명해 본회의 상정을 요구하면 의장이 상정할 수 있다.

▲ 조례안 제안설명에 나선 강길선 의원

조례안을 대표 발의한 강길선 의원(새누리당)은 제안설명에서 “지난 12일 보건복지부에서 경상남도가 추진 중인 서민자녀 교육지원 사업을 수용 결정하여 협의 완료됨으로써 조례 제정을 미룰 명분은 이제는 없다”며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제안설명을 하고 나면 한바탕 소란이 일어 날 것 같다. 지난 임시회 때에도 학부모들이 자신의 집 앞에서 거칠게 항의하고 몹쓸 시의원이라고 떠들어댔다. 아마 오늘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된다. 그렇지만 제안설명을 하는 건 무상급식도 필요하지만 가난한 서민들이 오직 현명하신 의원님들의 결단력 있는 판단을 믿고 있기에 나서게 됐다”며 조례안 가결을 요청했다.

이어 “이미 (사업) 신청을 받아 업무가 추진되고 있고 서민자녀에 대한 교육지원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조례 제정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이 조례는 꼭 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권 의원 반대토론 등 나섰지만 역부족

강민아 의원(무소속)은 반대토론에 나서 “조금만 미룹시다. 의원 여러분께 호소드립니다. 결정을 미뤄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라며 조례안 처리에 반대했다.

반대토론에 이어 류재수 의원(무소속)이 조례안 보류 동의안을 제출했지만 찬성 7, 반대 11, 기권 1표로 부결처리됐고 조례안은 바로 표결에 들어갔다.

야권 의원 7명은 표결에 앞서 본회의장을 나가버렸고 새누리당 의원 12명이 표결한 결과 찬성 11, 반대 0, 기권 1표로 조례안은 가결 처리됐다.

▲ 조례안 표결처리를 앞두고 야권 의원들은 본회의장을 퇴장했다.

-서민자녀 교육지원 조례 경남 시.군 중 첫 번째 통과

서민자녀 교육지원 조례안이 기초의회를 통과한 건 진주시가 처음이다. 경남도의회는 지난 3월 19일 조례를 제정했지만 18개 시.군의회는 그동안 조례 제정을 보류하는 등 처리를 미뤄왔다.

특히 경남시군의회의장협의회는 지난 4월 30일 조례안을 보류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강민아 의원은 “본회의장에 들어간 후 기습상정이란 것을 알았다”며 “오늘 새누리당 진주시의원들의 조례안 처리는 시군의회의장협의회의 결정 내용과 배치되는 것으로 심각한 문제다”고 말했다.

류재수 의원은 ‘기습상정 무효’라고 적은 종이를 들고 시의회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 류재수 의원

야권 의원들은 19일 오후 1시 30분,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단식농성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조례 제정에 반대해 온 무상급식지키기 진주운동본부는 19일 오전 11시, 새누리당 진주시의원들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진주시 “타 시.군 조례제정 추진에 탄력”

진주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진주시 조례가 도내 시.군 중에서 가장 먼저 통과함에 따라 서민자녀 교육지원 사업 추진에 탄력을 받게 됐다”며 “눈치보기 식으로 일관하던 타 자치단체 조례제정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 진주시 보도자료

-“조례 제정되면 무상급식 예산 회복 어려워”

서민자녀 교육지원 사업은 경남도가 학교 무상급식 지원을 중단한 뒤 남은 예산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회보장사업이다.

643억원의 예산을 들여 최저생계비 250% 이하 가구의 자녀에게 1인당 연간 40 ~ 60만원 상당의 교육방송 교재비, 수강료, 보충학습 수강권을 지급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이 사업은 정부가 기초생활수급자에 대해 지원하는 교육급여와 일부 겹친다는 점에서 논란이 있었지만 보건복지부는 일부 유사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중복되지는 않는다고 판단된다는 이유로 수용 결정을 내렸다.

경남도는 현재 서민자녀 교육지원 사업 중 교재 구입, 온라인 수강 등에 학생 1인당 연간 40만∼60만 원을 사용할 수 있는 '바우처 카드'를 12개 시·군에 전달해 시행하고 있다.

진주시는 경남도의 요청에 따라 지난 3월 16일부터 사업지원 신청을 받은 결과 8천여명이 신청했다.

진주시의회와 같이 앞으로 시.군의회에서 조례안이 통과될 경우 이미 경남도와 시.군이 올해 학교 무상급식 지원 예산을 서민자녀교육지원 사업비로 돌린 상태여서 무상급식 예산 확보는 사실상 어렵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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