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 앞 광장 조성, 어떻게 할 것인가를 두고 진주시와 역사진주시민모임이 8개월 여 대립을 끝내고 마침내 실마리를 찾은 것인가.
역사진주시민모임은 진주성 앞 광장 조성에 대해 진주시가 진주대첩기념광장을 조성하겠다는 기존 강경한 입장과는 달리 '명칭, 진행 과정, 협의기구 구성' 등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보였다고 밝혔다.
역사진주시민모임(공동대표 김수업 진주문화연구소 이사장, 리영달 진주문화사랑모임 명예이사장, 정혜 스님 (사)경남국외문화재보존연구회 대표)은 지난 23일 이창희 시장과 시장실에서 만나 '진주성 앞 광장 조성'을 의제로 하여 3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이날 양측의 변화된 입장을 확인하면서 앞으로 민·관협치로 광장 조성사업이 진행될 지 주목된다.
이들이 제시한 3가지 방안은 △역사도시 진주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계기가 되도록 진주 역사, 문화, 정신을 담을 것 △진주시 집행부, 시의회, 전문가, 주민 등이 참여하는 협의기구를 구성하고, 그 의견을 계획 수립과 시행 과정에 반영할 것 △ 교통 체계, 원도심 활성화 대책 등을 포함한 장기 발전 계획을 치밀하게 수립한 뒤 시공은 신중하게 시작할 것 등이다.
역사진주시민모임은 먼저 광장의 명칭을 변경하자는 제안에 대해 이 시장이 "진주대첩기념광장이란 이름은 가칭이다. 조성이 마무리된 후 좋은 명칭이 있다면 바꿀 수도 있다"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입장을 보였다고 밝혔다.
또 이 시장은 민·관협의체를 구성하자는 제안에 대해서도 "관 주도의 협의체는 오해의 소지가 있어 곤란하다"면서 "역사진주시민모임에서 주도해 협의체를 만들어 의견을 종합해오면 검토 후 서로 협의를 통해 결정하겠다"라고 답했다.
진주성 앞 광장 조성은 시가 2007년부터 계획한 사업이다. 시는 2014년 말, 가칭 ‘진주대첩기념광장’이라 하고, 광장의 콘셉트를 '비움'으로 결정했다. 이에 진주성 앞 형평운동기념탑을 두고 이전해야 한다는 진주시와 존치해야 한다는 역사진주시민모임과의 갈등이 표면화됐고, 이후 ‘광장 조성’에 따른 다른 의견을 보이며 8개월 여 대립해왔다.
시는 '비움'이라는 콘셉트에 맞추어 진주성 앞 모든 설치물을 철거하거나 이전해 광장으로 조성하겠다며 형평운동기념탑을 비롯한 광장 부지 내 모든 설치물을 철거해야 한다는 강경 입장으로 일관했다.
이에 역사진주시민모임은 ‘비움’의 광장이 아니라 오히려 현재 있는 형평운동기념탑을 비롯해 진주 유적을 복원함은 물론 진주 역사를 담은 조형물이나 전시물 설치해 역사도시 진주의 정체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광장으로 조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역사진주시민모임에 따르면 이날 만남에서 이 시장은 기존의 입장과는 달리 역사진주시민모임의 제안에 대해 수용적인 태도를 보였다며 민·관 협력의 좋은 사례가 될 것을 기대했다.
한편 역사진주시민모임은 지난해 8월과 9월, 두 차례의 토론회를 열어 광장 조성과 역사진주의 정체성을 강조했지만, 시와의 입장과 견해는 좁혀지지 않았다. 이번 만남에서 '조성된 후 명칭을 변경할 수 있다'는 이 시장의 입장에 대해, 일각에서는 "명칭이란 방향과 내용을 담는 것이고, 가칭이라도 그렇게 쓰면 안된다. 명칭이 이미 광장의 내용과 방향을 결정한다. 이 시장은 일단 조성해놓고 보자는 기존 입장과 다름없는 것으로 보인다"는 조심스러운 견해가 나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