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 앞 광장 조성, 어떻게 할 것인가를 두고 진주시와 역사진주시민모임이 8개월 여 대립을 끝내고 마침내 실마리를 찾은 것인가.

역사진주시민모임은 진주성 앞 광장 조성에 대해 진주시가 진주대첩기념광장을 조성하겠다는 기존 강경한 입장과는 달리 '명칭, 진행 과정, 협의기구 구성' 등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보였다고 밝혔다.

 

▲ 진주성 앞 광장에 있는 형평운동기념탑. 탑 이전 논란이 광장 조성의 의미를 시민들 속으로 확산시켰다.

 

역사진주시민모임(공동대표 김수업 진주문화연구소 이사장, 리영달 진주문화사랑모임 명예이사장, 정혜 스님 (사)경남국외문화재보존연구회 대표)은 지난 23일 이창희 시장과 시장실에서 만나 '진주성 앞 광장 조성'을 의제로 하여 3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이날 양측의 변화된 입장을 확인하면서 앞으로 민·관협치로 광장 조성사업이 진행될 지 주목된다.

이들이 제시한 3가지 방안은 △역사도시 진주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계기가 되도록 진주 역사, 문화, 정신을 담을 것 △진주시 집행부, 시의회, 전문가, 주민 등이 참여하는 협의기구를 구성하고, 그 의견을 계획 수립과 시행 과정에 반영할 것 △ 교통 체계, 원도심 활성화 대책 등을 포함한 장기 발전 계획을 치밀하게 수립한 뒤 시공은 신중하게 시작할 것 등이다.

역사진주시민모임은 먼저 광장의 명칭을 변경하자는 제안에 대해 이 시장이 "진주대첩기념광장이란 이름은 가칭이다. 조성이 마무리된 후 좋은 명칭이 있다면 바꿀 수도 있다"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입장을 보였다고 밝혔다.

▲ 진주성 앞 광장에 있는 안내판.
▲ 진주대첩기념광장 조감도 / 진주시

 

또 이 시장은 민·관협의체를 구성하자는 제안에 대해서도 "관 주도의 협의체는 오해의 소지가 있어 곤란하다"면서 "역사진주시민모임에서 주도해 협의체를 만들어 의견을 종합해오면 검토 후 서로 협의를 통해 결정하겠다"라고 답했다.

진주성 앞 광장 조성은 시가 2007년부터 계획한 사업이다. 시는 2014년 말, 가칭 ‘진주대첩기념광장’이라 하고, 광장의 콘셉트를 '비움'으로 결정했다. 이에 진주성 앞 형평운동기념탑을 두고 이전해야 한다는 진주시와 존치해야 한다는 역사진주시민모임과의 갈등이 표면화됐고, 이후 ‘광장 조성’에 따른 다른 의견을 보이며 8개월 여 대립해왔다. 

시는 '비움'이라는 콘셉트에 맞추어 진주성 앞 모든 설치물을 철거하거나 이전해 광장으로 조성하겠다며 형평운동기념탑을 비롯한 광장 부지 내 모든 설치물을 철거해야 한다는 강경 입장으로 일관했다.

이에 역사진주시민모임은 ‘비움’의 광장이 아니라 오히려 현재 있는 형평운동기념탑을 비롯해 진주 유적을 복원함은 물론 진주 역사를 담은 조형물이나 전시물 설치해 역사도시 진주의 정체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광장으로 조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역사진주시민모임에 따르면 이날 만남에서 이 시장은 기존의 입장과는 달리 역사진주시민모임의 제안에 대해 수용적인 태도를 보였다며 민·관 협력의 좋은 사례가 될 것을 기대했다.

 

▲ 역사진주시민모임은 이창희 시장을 만나 '진주성 앞 광장 조성'을 의제로 하여 3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한편 역사진주시민모임은 지난해 8월과 9월, 두 차례의 토론회를 열어 광장 조성과 역사진주의 정체성을 강조했지만, 시와의 입장과 견해는 좁혀지지 않았다. 이번 만남에서 '조성된 후 명칭을 변경할 수 있다'는 이 시장의 입장에 대해, 일각에서는 "명칭이란 방향과 내용을 담는 것이고, 가칭이라도 그렇게 쓰면 안된다. 명칭이 이미 광장의 내용과 방향을 결정한다. 이 시장은 일단 조성해놓고 보자는 기존 입장과 다름없는 것으로 보인다"는 조심스러운 견해가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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