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줬으면 그만이지』 김주완 작가, 산청지리산도서관 특강 열려
지난 6월 14일 토요일 오후 2시, 경남 산청지리산도서관에서는 ‘경남의 어른’을 주제로 ‘진짜 어른’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누는 자리가 마련됐다.
김 작가는 경남도민일보 전 편집국장이자 책 『줬으면 그만이지』(피플파워, 2023)의 저자다. 또한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에 등장인물로 출연해, 김장하 선생의 숨겨진 선행과 의로운 발자취를 기록해 왔다.
“이미 써버린 걸 어떡해. …차 한잔할까요?”
김 작가가 처음 김장하 선생을 마주한 것은 2015년 3월 31일, 진주시 동성동의 남성당한약방이었다.
그가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마주한 김장하 선생은 조용히 탁자에 앉아 있었다. 김 작가는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저 김주완이라고 합니다. 허락도 없이 선생님 이야기를 썼습니다.”“막 휘갈겨 놨데?”“죄송합니다.”“….”잠시 침묵. 그리고 김장하 선생의 말.“이미 써버린 걸 어떡해. …차 한잔할까요?”
<줬으면 그만이지 중에서>
그 한마디가 이 기록의 시작이었다. 책의 제목 『줬으면 그만이지』는 그가 평생 지켜온 삶의 태도에서 비롯되었다.
묻지 않고, 바라지 않고, 강요하지 않는 나눔. 그의 손을 거쳐 간 학생은 1천여 명에 이른다. 그러나 단 한 번도 그는 ‘갚으라’고 말한 적이 없었다.
김장하 선생은 평생을 한약방에서 일하며 벌어들인 돈을, 교육과 사회운동, 문화예술에 묵묵히 쏟아부었다.
진주환경운동연합, <친일인명사전> 편찬위원회, 예술공동체 ‘큰들’, 극단 ‘현장’ 등, 그가 없었다면 진주에서 씨앗도 뿌리기 어려웠던 수많은 활동들이 그의 도움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그는 결코 자신이 혼자 ‘씨를 뿌렸다’고 말하지 않는다.
헌법재판관 문형배는 김장하 선생에게 장학금을 받고 학업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훗날 김장하 선생은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그저 사회에 있는 것을 주었으니 내게 고마워할 필요 없다. 정 갚으려거든 너는 사회에 갚아라.”
그 말은 장학금보다 더 큰 유산이 되어 문형배 재판관의 마음에 새겨졌다.
“우리들이 자루가 되지 않는 한…”
강연이 끝난 뒤, 김 작가는 최근 김장하 선생이 명신고 졸업생들과의 만남에서 있었던 일화를 전했다.
한 졸업생이 “평범한 민주시민이 되려면 어떤 자세로 살아야 하나”라고 묻자, 김장하 선생은 신영복의 『나무야 나무야』 중 한 구절을 꺼냈다고 한다.
“처음 쇠가 만들어졌을 때 나무들은 두려움에 떨었다. 그러나 어느 생각 깊은 나무가 말했다. 우리들이 자루가 되어주지 않는 한 쇠는 결코 우리를 해칠 수 없다.”
김장하 선생은 그 구절을 언급하며 말했다.“이 대목을 읽고 덜덜 떨었다. 그 책을 문형배에게도 선물했다. 나무를 죽이는 칼자루, 도낏자루, 호미자루 같은 손잡이가 되지 말자. 우리가 우리의 앞길을 열어줘야지. 우리 제자들의 길을 우리가 망치지 말아야 한다.”
어른이란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
『줬으면 그만이지』 출간 이후, 김 작가에게는 수많은 제보가 이어졌다고 한다. “저도 그분에게 도움을 받았습니다”라는 미처 책에 다 담지 못한 이야기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이 시대에 ‘어른’이라는 말은 낡고 무겁다.
‘꼰대’라는 단어와 맞물려 갈등과 위계의 상징으로 소비되곤 한다. 하지만 김장하라는 이름 앞에서, 사람들은 다시 '어른이란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에 대해 묻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