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유튜브 지식채널 언더스탠딩을 통해 민태기라는 사람을 알았다. 그의 이야기와 관점에 매료돼 <판타레이>와 <조선이 만난 아인슈타인>을 곧장 사서 읽었는데, 유튜브로 수차례 듣던 내용과 대부분 겹쳤지만, 역시나 책으로 읽는 감동은 유튜브가 따라올 수 없었다.

‘조선이 만난 아인슈타인’을 만난 ‘진주’를 주제로 민태기 박사가 강연을 하고 있다. 
‘조선이 만난 아인슈타인’을 만난 ‘진주’를 주제로 민태기 박사가 강연을 하고 있다. 

'진주같이' 백인식 대표에게 민태기 초청 강연을 추진해 보자고 제안했지만, '좋긴 한데 진주에서 민태기를 아는 사람이 별로 없을 거'란 말을 들었다.

친구들과 하는 독서 모임에 <조선이 만난 아인슈타인>을 추천해 함께 읽었는데, 다들 저자 초청 강연을 열어보자며 마음을 모았다. 

‘조선이 만난 아인슈타인’을 만난 ‘진주’ 를 주제로 민태기 박사가 강연을 마치고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을 했다. 
‘조선이 만난 아인슈타인’을 만난 ‘진주’ 를 주제로 민태기 박사가 강연을 마치고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을 했다. 

그 후로 꽤 많은 시간이 흘러 흐지부지되는 듯 했는데, 드디어 어제 저녁 민태기 초청 강연이 열렸다. 진주문고와 진주같이가 공동으로 주관한 행사였고, 경상국립대 김공회 교수가 막후 섭외에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유튜브로 보는 것보다 책이 열 갑절 정도 좋았다면, 책을 읽은 것보다 직접 강연을 듣는 게 또 몇 갑절 더 좋았다.

진주가 만난 아인슈타인

강연 제목은 <진주가 만난 아인슈타인>, 이는 진주 사람들 듣기 좋으라고 막 갖다붙인 제목이 아니다.

100년 전 진주 사람들은 최윤식이라는 유학자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설명하는 강연장에 800명씩이나 모일 정도로, 과학과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열기가 대단했던 도시였다.

저자는 유튜브에서는 조명할 수 없었던 100년 전 진주와 진주 사람들의 '앎'에 대한 열정과 '새로운 세상'에 대한 열망, 그리고 실천으로 증명해 낸 역사를 구체적인 기록과 인물을 통해 소개했다.

서재필과 우장춘, 최규남의 드라마와 같은 삶과 반도체 직접회로 핵심소자 모스펫(MOSFET)을 발명한 강대원 박사가 옛 진주고등학교 교장의 아들이라는 이야기 등은 직접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기 바란다.

‘조선이 만난 아인슈타인’ 민태기 박사의 책 표지
‘조선이 만난 아인슈타인’ 민태기 박사의 책 표지

민태기는 "당시 진주 사람들은 새로운 사회를 위한 개혁과 과학에 대한 열망으로 들끓었다"고 표현했다.

다들 알고 있듯이 100년 전 진주는 인권운동인 형평운동과 소년 운동이 시작된 곳이다. 진주에서 시작한 사회운동이 전국을 움직이고, 세상을 놀라게 한데는 그럴만한 배경이 있었고, 먼저 각성한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민태기는 김장하 선생이 설립한 명신고 4회 졸업생으로, <어른 김장하>의 한 장면에도 출현한다. 그는 서문에서 책을 ‘아버지에게 바친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몰랐던, 또는 그저 무기력하게 일본에 제대로 저항 한번 못하고 나라를 빼앗긴 세대로만 기억하는 우리의 아버지와 할아버지들이 실제로는 지금 우리가 오히려 부끄러워해야 할 정도로 지식에 대한 욕구가 컸고, 시대의 한계를 뛰어넘고자 했던 열정이 넘친 사람들이었다는 사실을, 실증자료를 통해 우리에게 낱낱이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그 사실을 알게 해준 민 작가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친일 논란과 좌우 대립으로 갈라치기 당해 잃어버리거나 망각하길 강요당했던, 아버지 세대의 역사를 오로지 '과학'이라는 관점으로 재조명해 줘서 너무나 고맙다. 저자는 또 다른 책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언제가 그의 새책이 출판되면 기꺼이 설레는 마음으로 첫 독자가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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