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환 경상국립대 명예교수
장상환 경상국립대 명예교수

비상계엄은 미친 짓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와 4일 새벽 국회의 해제 의결 후 내란죄 수사와 대통령 탄핵 절차가 진행 중이다. 비상계엄 소식을 듣고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고 방송을 보면서 사실임을 알았을 때 나도 모르게 ‘미친 놈, 제 정신이냐’ 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1987년 민주화 이후 군부 하나회가 척결되면서 민주주의가 확립되었다고 믿은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반복을 막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윤 대통령은 왜 비상계엄을 선포했을까. 야당이 지배하는 국회가 국정을 마비시키고 있어 이를 제압할 목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한다. 이미 대통령이라는 큰 권력을 갖고 있는데도 권력을 더 확대하기 위해 과도한 욕심을 부린 것이다. 윤 대통령이 검사 출신이라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검찰총장의 결정이라면 무조건 통하는 구조 속에서 활동했기 때문에 야당과 대화하고 협상하는 정치를 하지 않고 힘으로 관철하려 했고, 이것이 잘되지 않자 야당을 무력으로 제압하려 한 것이다. 그러나 과욕초화(過慾招禍)라고, 지나친 욕심은 화(禍)를 부른다. 윤대통령은 친위 쿠데타가 실패하면서 정치적 자살을 했다.

비상계엄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친위 쿠데타이며 내란이다. 헌법 77조의 전시·사변 또는 국가비상사태라는 계엄 선포요건을 어겼고, 지체없이 국회에 통고하여야 한다는 조항을 어겼으며, 계엄법으로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을 침해하려 했다. 그야말로 '헌정 중단'을 꾀한 것이다.

비상계엄은 민주화, 재산권 보호,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등 우리가 힘들여 만든 포용적 정치·경제 제도를 소수집단에 부와 권력이 집중되는 착취적 정치·경제 제도로 되돌리려는 것이다. 성공했더라면 심각한 일로 국회가 계엄 발표 후 2시간여만에 해제를 의결한 것은 큰 다행이다.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가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비상계엄 직후 증시가 폭락하고 원·달러 환율이 급상승했다. 4일 코스피와 코스닥 종가는 전일 대비 1.44%, 1.98% 하락 마감했다. 9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67.58포인트(2.78%) 내린 2360.58에 마감했고, 코스닥은 전장 대비 34.32포인트(5.19%) 밀린 627.01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는 3일 2500.10에서 9일까지 5.6%, 코스닥은 3일 690.80에서 9일까지 9.2% 하락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투자가들은 4일부터 6일까지 사흘간 1조87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환율도 들썩였다. 원·달러 환율은 3일 오후 11시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후 1442원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9일 오후 3시30분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17.8원 오른 1436.8원을 기록했다. 3일 1417.50원에서 9일까지 2% 상승했다. 한국은행이 환매조건부채권(RP)을 매입하고, 금융위원회가 10조원 규모의 증시안정펀드를 가동하면서 그나마 변동성을 줄였다.

국회의 탄핵 의결 가능성이 높아져 정치적 불확실성이 줄어들자 증시는 조금 안정을 찾았다. 코스피는 10일 2.43%, 13일 0.51% 올라 13일 2,494.46으로 마감되었으나 3일 수준을 회복하지는 못했다. 그것도 기관투자가의 대거 매입 덕분이다. 그러나 원·달러 환율은 13일 1,433.00로 11월 29일 1,396.50에서, 12월 9일 1,432.00로 오른 것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상당기간 국정 리더십이 부재하게 된 것이 문제다. 탄핵 후 헌법재판에서 파면이 결정되는 시간 2-3개월, 대통령 선거 2개월 등 새 대통령 선출 때까지는 4-5개월이 소요될 것이다. 그 기간 동안 대통령 부재로 외교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 이번 비상계엄과 탄핵사태는 2016년 탄핵 당시 경기상승기와 달리 경기 하강기에 있는데다 관세인상을 공언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에 따른 악영향 우려가 큰 상황에서 벌어졌다. 업친 데 덥친 격이다.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 상황에 경제문제에 대처할 컨터롤타워가 없는 것은 큰 문제다. 탄핵 후 과도기간 동안 국정 운영에서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역할이 커질 것이다. 민주당과 야당은 여당과 협력해 경제안정 대책을 마련하고 실행해야 한다.

탄핵과 비상계엄 악용 방지

내란을 저지르고 대한민국을 독재체제로 되돌리려 한 대통령은 책임을 지고 즉각 퇴진해야 한다. 하야하지 않으니 야당들이 탄핵안을 제출한 것은 당연하다. 내일은 국회에서 탄핵을 두고 표결한다. 탄핵은 당연히 의결되어야 하고 의결될 가능성도 높다. 12일 윤대통령의 적반하장식 담화 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탄핵을 당론으로 하자고 했다. 한국갤럽의 10~12일 조사에 의하면 탄핵 찬성 여론이 75%다. 윤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 평가는 11%로 전주 대비 5% 포인트 하락했다. 식물 대통령 수준이다.

대통령의 무리한 비상계엄 발동은 어떻게 가능했는가. 대통령은 국군통수권, 군 인사권을 악용하여 계엄을 발동했다. 계엄법은 계엄령 선포를 국무회의에서 심의하도록 하고 있지만 국무위원들의 반대를 대통령이 따르지 않아도 되는 한계가 있다. 바로 국회에 통지하고 국회의 해제 의결을 따라야 하지만 사후 통제는 한계가 있다. 국회를 봉쇄하고 국회의원을 체포해서 국회의 기능을 마비시키고 해제 의결을 막으면 소용이 없다.

대통령의 비상계엄 악용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계엄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거나 계엄권을 남용하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 전시가 아닌 경우, 계엄 선포 이전에 국회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할 필요가 있다. 프랑스ㆍ독일ㆍ미국ㆍ영국 등은, 계엄을 선포하려면 의회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등의 통제 장치를 두고 있다.

헌법은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로 제한한다. 그러나 국가비상사태를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비무장 시위나 소요로 사회질서가 무너진 경우에도 계엄으로 군이 비무장 국민을 대상으로 치안질서를 담당하게 되면 인권 탄압이나 군의 정치적 중립 훼손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계엄의 선포 요건인 국가비상사태의 기준을 ‘무장 소요’나 ‘무장 반란’ 등으로 제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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