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6.8% 자산가가 과연 '중산층'인가
근로소득세보다 낮은 세율이 타당한가
지난달 25일 정부가 상속·증여세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낮추고, 5000만 원인 자녀 상속공제한도를 5억 원으로 대폭 높이는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반영해 상속재산 가치를 20% 높여 평가하는 '최대주주 보유주식 할증평가'는 폐지하기로 했다. 가업상속·승계 공제한도(최대 600억 원)도 2배로 늘리거나 공제한도를 없애기로 했다.
정부는 상속·증여세 대폭 완화가 '중산층 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수도권 아파트 값 상승으로 상속세 납부자가 2019년 8357명에서 2023년 1만 9944명으로 늘어나는 등 상속세가 '중산층 세금'이 되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당대표 연임이 유력한 이재명 전 대표는 금융투자소득세를 유예하자고 하고, 종부세도 완화할 수 있다고 말한다.
상속세 최고세율이 너무 높아 중산층이 부담이라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상속세율은 10~50% 누진 체계이고, 또 상속공제로 상속재산 10억 원까지는 대체로 상속세를 내지 않는다. 현재 상속세를 내는 피상속인은 지난해 전체의 6.8%에 그쳤다. 상위 6.8% 자산가를 중산층이라고 할 수 있는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중산층 기준은 중위소득 50~150%이다. 가계금융복지조사 기준 2022년 중위소득(처분 가능소득 기준)은 연 3454만 원이고, 150%면 연 5181만 원으로 소득 상위 20%의 경계선 연 5397만 원에 못 미친다. 소득 4분위(상위 20~40%)의 순자산 평균은 6억 1553만 원에 그쳐 상속세 납부자의 재산 하한선 15억 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재벌·대기업과 초고액 자산가들이 상속세 개편안의 최대 수혜 층이다. 지난해 최고세율 50%가 적용된 피상속인(사망자)은 1251명으로, 상속세 납부 전체 피상속인 1만 9944명의 6.3%, 전체 피상속인 29만 3000명 중 상위 0.4%에 불과하다. 이들의 상속재산 가액은 평균 200억 원이고, 이들이 낸 세금이 전체 상속세수의 80.7%(9조 9158억 원)를 차지한다.
현재 상속세 체계가 1997년 이후 변동되지 않았기 때문에 일부 개편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정부안대로 하면 근로소득세 최고세율(45%)보다 상속세 최고세율(40%)이 낮아진다. 일해서 번 50억 원보다 부모로부터 공짜로 물려받은 50억 원의 세 부담이 더 적어지는데 국민이 용납할 수 있을까.
정부는 재정 지출을 확대해도 모자랄 판에 부자 감세 정책을 확대하며 정부의 재정위기에 경제위기까지 심화시키고 있다. 상속·증여세 감세에 따른 감세액은 향후 5년간 18조 6000억 원으로 추정된다.
6월 말 기준 내국세 수입이 전년 대비 9조 6000억 원 감소해 올해 지방교부세가 3조 2000억 원이나 줄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경기침체 가능성이 커져 한국 경제도 구조적 내수 부진에다 수출 부진이 겹치면 경제가 곤두박질칠 수 있다.
상속세 감세는 지난 7월 27일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초고액 자산가에게 매기는 '글로벌 부유세'를 공식 의제로 채택한 흐름과도 어긋난다. 정부는 부자 감세 정책을 중단하고, 부자 증세를 통한 재원 확보로 경제 활성화, 사회적 안전망 강화, 소득불평등 완화 등 현대 자본주의국가 본연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 야당도 국회에서 정부·여당의 상속세 감세정책을 막아야 할 것이다.
* 이 기사는 [경남도민일보]에도 게재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