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점숙(경남 남해)
구점숙(경남 남해)

일전에 지역방송에 출연해서 ‘여성농민의 삶’에 대해 말하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심지어 생방송으로 말이지요. 세상에나! 참 놀라운 일입니다. 그동안 토종씨앗 지키기 사업이나 언니네텃밭 공동체 활동 등 여성농민들이 우리 농업을 지키고 여성농민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펼치는 여러 가지 활동이 간간이 TV에 소개되는 일은 있었지만, 여성농민의 노동환경이나 근골격 질환, 경제적 권리, 농기계 사용 등 여성농민의 일반적인 문제를 전면에 내세워 다룬 적은 없었기 때문에 적잖이 놀랐던 것입니다.

TV가 정보를 전달해주는 비중이 상당히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공중파 방송은 위력적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방송을 마치고 귀가하는 길에 오랜만에 지인들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그럴 줄 알았으면 소문이나 좀 낼 것을 하는 아쉬움이 뒤늦게 생겼습니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여성농민에 관심을 갖도록 말이지요. 물론 제대로 전달했는지 걱정되고 부끄러운 마음에 한참은 시달렸지만요.

방송은 대중이 관심 있는 부분을 주로 보여주지만, 반대로 방송에 노출되는 내용 역시 그 자체로 대중화되고 유명해집니다. 그러니 무명인들이 방송출연을 통해 유명해지려하는 것이겠지요. 또 그런 방송의 특성이 있기에 권력을 쥐게 되면 언론장악으로 여론을 통제하려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인지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TV는 농업에 관심이 별로 없어 보입니다. 현실 농업문제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을 통해 대안을 찾기는커녕 현상만을 말하기 급급합니다. 농업의 전 과정은 생략한 채 ‘먹방’이나 ‘쿡방’만 일삼고, 고물가의 주범이 마치 농산물인 양 요란하게 떠들어댑니다. 그 틈에 저율할당관세 수입농산물이 늘어났고 동원·신세계·대상·롯데마트 등 주로 대기업의 계열사만 덕을 봤다고 임미애 국회의원은 말합니다. 그렇게 한쪽 면만 부각시켜 떠든 결과가 누구에게 이득이 가는지 면밀하게 살피지 않기에, 언론 때문에도 우리 사회 불평등이 가중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TV에서 농업문제를 제대로 말할 것을 기대도 안하고 삽니다.

그런 TV 방송국에서 생방송으로 여성농민에 대해서 말해 보자 하니, 놀랄 수밖에요. 그 어느 시대보다 언론의 편향이 심각한 상황인데 말입니다. 그 놀라움과 일면 고마운 마음으로 방송국 피디에게 어찌 이런 내용을 고민하게 되었냐고 하니, 지역 일간지의 여성농민 기획 연재기사를 보고 마음이 동했다 합니다. 그러고 보니 지난여름, 여성농민 한마당 행사에서 현장발언을 보고 지방 모 일간지 기자와 인터뷰를 한 기억이 납니다. 여러모로 칭찬할 일입니다.

여성농민운동이 시작되고서 30년이 한참 지났지만, 전에 없던 일입니다. 주류 언론이 여성농민 문제를 우리 사회의 중요한 문제로 인식하고 진작부터 관심을 가졌어야 하는데 늦어도 한참은 늦었습니다. 이제 여성농민은커녕 농촌지역에서 젊은 여성을 만나기란 하늘의 별 따기와 같습니다. 여성농민의 법적 지위와 경제권을 보장하며 노동 강도를 절감시켜 농업이 젊은 여성의 직업적 선택이 될 수 있도록 해야지요. 이참에 언론이 사회불평등 해소, 여성농민 문제 해결의 또 다른 주체가 되는 데 조금의 기여가 있기를 기원해봅니다.
 

* 이 기사는 [한국농정신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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