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시 “설득 노력...사업지 변경은 없다”
반려동물인 사이서도 의견 '분분'
복수의 진주시의원 “추진 과정에 문제”

[단디뉴스=김순종 기자] 반려동물종합지원센터 건립사업을 둔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센터 내에 들어서는 동물보호센터(=유기동물보호센터)를 두고서다. 예정지 인근 주민들은 “반려동물종합지원센터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을 표하면서도, 인근 주민 동의 없이 기피시설인 보호소를 해당부지에 건립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사람이 먼저”라면서다. 진주시 농축산과는 “주민들을 설득하며 사업을 추진하겠다”면서도, 사업지를 바꿀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주민 반대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앞으로도 갈등이 이어질 것이라 전망된다.

동물보호센터가 필요하다는 데는 진주시, 인근 주민, 진주시의회, 반려동물 가족 모두 이견이 없다. 다만 사업 추진 과정의 절차적 문제와 주민 반대에도 사업이 추진되려 함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복수의 진주시의회(경제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사업 추진 전에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야 했고, 동의 없이 사업 추진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시민들 사이에서는 입장이 엇갈렸다. 인간과 동물의 공존을 위해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부터, 주민 반대에도 사업부지를 고집할 이유는 없다는 반응까지.

 

진양호공원 살리기 비상대책위원회에 참여한 주민들이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진양호공원 살리기 비상대책위원회에 참여한 주민들이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동물보호소 건립 반대 계속 - 반려동물종합지원센터 건립예정지 인근 주민들은 ‘진양호공원 살리기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황인태)’를 구성해 그간 반려동물종합지원센터 건립에 반대해왔다. 산과 호수로 둘러싸인 청정지역에 동물보호센터가 들어오면, 소음과 악취가 발생할 것이 분명하다면서다. 이들은 또한 사업 예정부지가 상수원 보호구역이라 수질오염 우려가 있으며, 민가와 200미터 가량 떨어진 곳에 주민들이 반대하는 보호소를 건립하는 것은 주민들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사업 추진 설명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이 같은 반대 여론은 18일 다시 불거졌다. 지난 13일 진주시, 진주시의회, 사업대상지 인근 주민들이 대전 반려동물공원을 다녀온 후, 진주시가 각 언론사에 제공한 보도자료 때문이다. 대책위는 18일 기자회견을 열어 “진주시 농축산과가 견학 당일 있었던 사실과는 다른 일방적 해석의 허위내용을 보도자료로 배포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견학 당일 주민 다수가 사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는데도, 진주시는 마치 이번 견학으로 주민들의 의견이 찬성 쪽으로 기울고 있는 듯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면서다.

특히 이들은 “진주시는 지난해 7월 본 사업이 시작될 때부터, 인근 샛터마을 주민들과 충분한 소통을 하지 않았다”며 “(예정 부지 등)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해놓고는, 사업을 계속 진행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5~6개월 동안 주민들에게 납득 가능한 설명이 없었고, 주민들로 구성된 비대위가 막무가내식 반대를 이어오고 있다는 식의 주장을 펼쳐왔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일부 주민들(8가구)은 공원 조성을 한다기에 토지보상에 동의했는데, 결과는 보호센터 건립이었다”며 시가 시민을 기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 진주시의회서도 거듭 문제 제기 - 반려동물종합지원센터 건립 사업은 그간 진주시의회 경제복지위원회에서도 여러 차례 거론됐던 문제이다. 복수의 의원들은 18일 “반려동물종합지원센터가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면서도, 다만 사업추진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주민들의 동의를 먼저 얻고 사업을 추진해야 했는데 그러하지 않았고, 후보지를 평가하는 타당성 용역 이전에 진주시가 사업 대상지를 이미 결정한 것처럼 보이는 정황이 있다면서다. 이들은 “주민 동의 없이 사업추진은 안 된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했다.

윤성관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집현면에 위치한 유기견보호소의 실태를 보면 열악하기 짝이 없다”며 동물보호센터 신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민 동의 없는 사업 추진은 어불성설”이라며, 주민 설득 후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주민 동의를 구하지 못하면 다른 곳으로 건립 부지를 옮겨야 한다며, 민가가 없는 시 외곽에 더 넓게 센터를 짓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인근 주민들에게 센터 내 일자리 제공, 수익창출 사업 관여 등을 제안하는 것도 설득작업의 한 방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민국 의원(국민의힘)은 “시는 타당성 용역으로 후보지 7곳 중 판문동이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다지만, 이전부터 사업부지를 판문동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조규일 시장의 지난 지방선거 공약 중 하나가 ‘서부권’ 반려동물종합지원센터 건립이고, 후보지 7곳 중 명석면을 제외한 다른 곳은 모두 동부지역에 위치해 있었다면서다. 대전 반려동물공원을 견학 뒤 시가 배포한 보도자료를 두고는 “반대 주민들에게 또 한 번 상처를 준 것”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경제복지위 소속 의원들은 지난 13일 견학에 참여한 바 있다.

 

반려동물종합지원센터 건립 예정부지(파란색 동그라미)
반려동물종합지원센터 건립 예정부지(파란색 동그라미)

△ 진주시, 시민 우려 해소.. 설득 이어갈 것 - 진주시 농축산과 관계자들은 18일 단디뉴스를 만나 “시민들을 설득하며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다만 사업예정지는 용역 후 부서 협의를 거쳐 지난해 10~11월쯤 결정했다며, 사업부지가 바뀔 가능성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들은 “대전 반려동물공원 견학 후 주민들이 가장 걱정하는 소음과 악취가 생각보다 적다는 건 이미 주민들도 동의한 부분”이라며, 16일 진주시가 펴낸 보도자료가 주민의사를 왜곡했다는 비상대책위의 기자회견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다.

이들은 그간 지적돼온 우려와 논란을 반박하기도 했다. 예정지가 상수원 보호구역이라 오염 우려가 있다는 것에는 “해당지역 수계는 진양호로 유입되지 않는”다며, 진양호 관광객이 불쾌감을 느낄 수 있다는 주장에는 “놀이터, 공원 등이 조성돼 동물과 정서적 교감을 하는 관광상품으로서의 기능이 높을 것”이라면서다. 민가와 센터 예정부지가 가깝다는 주장에는 경북 의성, 울산 호계 등의 센터도 주거지역에 가깝지만 큰 문제가 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면서 센터 건립 후 수익사업 등에 인근주민을 참여시키겠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집현면에 위치한 유기견 보호센터가 열악한 점 등을 들어 센터 건립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관계자들은 “집현면 유기견 보호소의 경우 면적이 좁고 시설이 열악하다보니, 그간 여러 문제가 있어왔다”며 “현재도 적정두수보다 2배가량 많은 유기견들이 보호되고 있다. 센터를 새로 건립하면, 보다 넓고 쾌적한 공간에 유기견들을 보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시대 변화에 따라 반려동물을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달라졌음을 언급하기도 했다. 1000만 반려동물 시대, 시대 변화에 따른 센터 건립이 필요하다는 취지이다.

 

반려동물 종합지원센터 조감도(사진=진주시)
반려동물 종합지원센터 조감도(사진=진주시)

△ 반려동물 키우는 이들 반응은? - 반려동물종합지원센터 건립을 둔 갈등에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의 반응도 엇갈렸다. 동물과 인간의 공존이 필요하니, 센터 건립을 마냥 반대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과 해당 지역에 집착할 이유가 없다는 반응 등이다. 시민 ㅈ씨(판문동)는 “더 많은 유기동물이 보호될 수 있게 센터가 꾸려졌으면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ㅊ씨(평거동)는 “주민들이 반대한다는데, 외곽지역에 더 넓은 공간을 확보해 추진하면 좋겠다. 반려동물센터는 반려동물과 함께 차를 타고 방문하게 마련이니, 외곽지역도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반려동물종합지원센터 건립 사업은 사업비 72억 원을 들여 진주시 판문동 491번지 일원, 2만㎡ 부지를 대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진주시는 이곳에 반려동물지원센터와 동물보호센터를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반려동물지원센터 부지는 1만 8000㎡(연면적 1874㎡, 3층 건물 포함)이다. 센터에는 체험·교정실, 세미나 교육실, 커뮤니티 공간, 반려견 놀이터(실내·외), 펫카페 등이 들어선다. 동물보호센터 부지는 2000㎡(연면적 1874㎡ 2층 건물 포함)이다. 이곳에는 동물보호실, 진료 및 체험실, 입원실, 격리실, 입양상담실 등이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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