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 기초의회 양당 독점율 점차 높아져
2022년 광역의회 99% 거대양당 소속
다양성, 폭넓은 민의수용 위한 대안 필요해
지역정당·유권자연대체 인정으로
후보 다양화해야..

[단디뉴스=김순종 기자] 강화되고 있는 지역 양당정치를 사실상 거대양당이 독점하고 있는 후보추천권 다양화로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역정치 발전과 폭넓은 민의수용을 위해서다. 방안은 지방선거에만 참여해 독자 후보를 내는 지역정당(지방정당)을 허용하거나, 후보자 추천권을 가진 ‘지방유권자연대체’를 인정하는 것이다.

“지방정치는 시민의 삶과 가까이 있는 정치이나 실제로는 상당히 멀리 있는 듯 느껴진다... 문제는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으니 지방정치가 터무니없는 상황에 처해있다는 거다. 지역정치의 문제 가운데 하나는 예속이고, 다른 하나는 독점이다... 지역주민들이 지방정치의 주체가 아닌 중앙정치의 대리인으로 전락하고, 거대양당이 지방정치를 독점하고 있다는 점이다.”

17일 경상국립대에서 열린 ‘양당체제 속에서 지역정치 방향모색을 위한 진주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김주호 교수(경상국립대 사회학과)는 이 같이 말하고, 지역정당 허용과 ‘지방유권자연대체’ 인정으로 후보를 다양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에 참여한 이들은 양당정치의 폐단을 지적하며, 지역정당을 허용치 않는 실정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역대 지방선거 광역의회 정당별 점유율 [사진=김주호 교수]
역대 지방선거 광역의회 정당별 점유율 [사진=김주호 교수]
역대 지방선거 기초의회 정당별 점유율 [사진=김주호 교수]
역대 지방선거 기초의회 정당별 점유율 [사진=김주호 교수]

 

*지방유권자연대체

: 정당으로부터 독립되어 있으면서, 특정 지역에서만 후보자를 추천하고 선거에 참여하는 다양한 종류의 정치단체를 말한다.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유럽에서는 지역의회 의석의 20% 이상이 지방유권자연대체 후보로 구성된 곳도 있다.

광역의회 양당의석 90년대 79.2%.. 2022년 99%로 폭증

지역에서 양당정치가 강화되고 있다. 1991부터 2022년까지 광역의회 당선자 가운데 87.7%가 양당 소속 후보이며, 이 같은 비중은 점차 늘고 있는 추세이다. 90년대 79.2%에 달했던 양당 소속 당선자는 2000년대 87.5%, 2010년대 93.2%에 이르렀다. 특히 2022년 지방선거에서 그 비중은 99%로 증가했다.

기초의원 선거에서도 이 같은 현상은 동일하게 나타난다. 2006년 기초의회 당선자 가운데 77.5%였던 양당 소속 후보자 비율은 2010년 78%, 2014년 88.7% 2018년 90.5%, 2022년 93.6%로 꾸준히 증가했다. 기초의원 선거는 한 선거구에 2~4명의 당선자를 내는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고 있지만, 양당이 한 선거구에 다수후보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주의가 약하다고 평가받는 서울이나 경기와 같은 곳에서도 거대양당이 번갈아 가며 대부분의 광역·기초의회 의석을 가져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006년 선거에서 경기도의회 의석(119석 중 115석) 대부분을 한나라당이 가져갔지만, 2018년에는 142석 중 135석을 더불어민주당이 가져갔다. 거대양당 외의 대안이 없다시피 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주호 교수는 양당이 지역의회를 독점하는 건 물론, 이 같은 일당 밀어주기 행태도 문제가 있다고 했다. “(다양성이 보장돼야 하는) 민주주의적 관점에서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하면서다. 그는 특정 정당에서 자치단체장과 의회 의석 다수를 독점하면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 중 하나인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16일 열린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선 김주호 경상국립대 사회학과 교수
16일 열린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선 김주호 경상국립대 사회학과 교수

후보추천권 정당에만.. 정당설립 조건 까다로워

지역에서 양당정치가 강화되고 있는 건 후보추천권을 정당에만 부여하는 공직선거법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당설립은 어렵기만 하다. 정당법은 사실상 전국 정당만을 허용하고 있다. 정당 구성을 위해서는 수도에 위치한 중앙당을 포함한 5개 이상의 광역시·도당과 시·도당별 1천명 이상의 당원을 보유해야 한다. 이 가운데 하나라도 지켜지지 않으면 정당등록이 불가하다.

김 교수는 이를 두고 ‘정당 설립 자유’를 해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헌법 8조가 정당 설립 자유를 명시하고 있음을 거론하고, “정당설립 자유를 과하게 제한”하고 있는 정당법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특히 정당법이 5.16 군사쿠데타 이후에 등장한 점을 들어 “장기집권을 위한 의도였다고 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당설립을 어렵게 해 경쟁자의 등장을 제약하고 있다는 셈이다.

그는 민주주의 강화를 위해서는 다양한 후보가 출마해 당선될 수 있는 체제가 마련돼야 한다며, 전국 정당만이 후보자를 추천하고 있는 것에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했다. 현대정치에서 정당의 중요성이야 말할 바 없지만, 전국 정당만이 후보자 추천권을 사실상 독점하다보니 지역에서 여러 폐단이 발생하고 있다면서다.

토론자로 참여한 류재수 전 진주시의원(진보당)은 경남 진주에서도 양당정치가 고착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양당의 공천을 받으면 당선될 수 있는 구조는 지역의회가 전문성을 키워 의회 기능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 시정을 견제 감시하기보다, 공천권자에게 줄을 서려는 행태가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럽 지방유권자연대체의 득표율 및 의석점유율 [자료=김주호 교수]
유럽 지방유권자연대체의 득표율 및 의석점유율 [자료=김주호 교수]

“유럽처럼 지역정당, 지방유권자연대체 허용하고.. 후보 추천권 줘야”

김 교수는 양당정치의 폐해를 극복하려면 지방선거에 후보를 내는 지역정당과 '지방유권자연대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럽에서는 지역정당이나 '지방유권자연대체'를 폭넓게 허용하고 있는 점을 들어서다. 그는 유럽에서는 지역정당과 지방유권자연대체가 후보를 내기 때문에 후보가 다양하고, 지역민의 선택권도 비교적 넓다고 설명했다.

2019년 독일 브란덴부르크주의 상황과 2022년 우리나라 경상남도의 상황을 비교하면 이 같은 문제는 확연히 드러난다. 2019년 브란덴부르크주에서 치러진 선거에 후보를 낸 정당은 10곳, 지방유권자연대체는 51곳이었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경남에 후보를 배출한 정당은 6곳에 불과했다. 게다가 후보자 중 대부분은 거대양당이 추천한 이들이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네덜란드에는 기초자치단체마다 평균 2.5개의 지역정당이 있으며, 이들의 평균 지역의회 점유율은 36.7%에 달한다. 프랑스를 제외한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지방유권자연대체를 허용하고 있고, 이들이 낸 후보가 지역에서 20%이상의 득표율이나 의석을 차지하는 나라도 두 자리 수에 육박한다.

김 교수는 “(전국 정당만을 허용하는) 정당법은 민주적으로 이해가지 않는 모습”이라며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서라도 더 많은 (지역) 정당이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거대양당의 지역의회 독잠을 막으려면 후보자 추천 주체의 다변화가 필요하다. 전국정당만이 후보자 추천권을 갖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17일 열린 토론회에 토론자로 나선 사람들
17일 열린 토론회에 토론자로 나선 사람들

또 다른 지역위성정당 출현 우려돼..비례대표 늘리는 방법도

토론자로 참석한 백인식 진주같이 대표는 비슷한 문제를 제기하며 “지역구 50%, 비례대표 50%정도로 의석을 구성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독일은 13개 주 가운데 11개 주가 전면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고 있다”며 기초의회 선거에 100%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것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했다.

이정옥 경남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정당은 크든 작든, 훌륭하든 아니든 중앙 중심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권력 쟁취가 목적이기 때문”이라며 “지역정당, 지방유권자연대체가 지역정치를 살리는 데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문제는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이를 이루어낼 지에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역정당이 허용된다고 하더라도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성룡 정의당 진주지역위원장은 “지난 총선 당시 연동형 비례대표 도입 후 양당이 위성정당을 만들어 그 취지를 무색하게 한 바 있다. 지역정당이 허가된다고 하더라도, 거대양당이 위성정당을 만들었듯 지역위성정당을 만들 수 있다”며 이 같은 문제를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직접행동영등포당은 지난해 현행 정당법이 정당설립의 자유와 정치적 표현의 자유 등 헌법상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는 앞선 2004년 정당 설립을 위해 5개 이상 시도당과 시도당별 1000명 이상의 당원을 요구하는 현행 정당법을 합헌이라 판단한 바 있어, 이번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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