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정옥 경남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진보정당이 몰락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진보정당은 올해 경남지역 자치단체장 선거는 물론 광역·기초의원 선거에서도 모두 패배했다. 한 때 진주에서 민주당을 뛰어넘는 제1야당으로 자리했던 적도 있었지만, 옛 일이 되어버린 지 오래이다. 5대 진주시의회 이후 1~4석에 이르던 의석수도 향후 4년간 0석인 상태로 남게 됐다.

단디뉴스는 진보정당이 올해 지방선거에서 사실상 몰락했다는 평가 속에 정의당, 진보당, 녹색당 지역위원장을 만나 진보정당의 현재를 진단하고, 앞으로의 대안을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한다. 그 마지막으로 21일 이정옥 경남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을 만났다. 그는 올해 6.1 지방선거에 경남도의원 후보로 출마하기도 했다.

[단디뉴스=김순종 기자] “녹색당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일어난 지 1년이 지난 2012년 창당된 정당입니다. 개발, 물질적 발전에 중심을 두고 그에 기초한 정치, 경제, 문화를 향유해 온 우리 문명을 친환경적이고, 자연과 더불어 사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데 목표가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꿈꿉니다.”

이정옥 경남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21일 녹색당에 대해 이렇게 소개했다. 창당한 지 10여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정당 인지도가 낮다는 데 동의한 그는, 기후위기 문제를 널리 알리고 해결책을 제시하며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녹색당의 소명이 있다고 했다. 진보정당의 위기라고 하지만, 녹색당이 앞으로 할 수 있는 게 많을 것이라고도 했다.

 

단디뉴스와 인터뷰를 진행 중인 이정옥 경남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
단디뉴스와 인터뷰를 진행 중인 이정옥 경남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민주노동당에 뿌리두지 않지만, 위기 공감”

녹색당은 정의당, 진보당처럼 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에 뿌리를 둔 정당이 아니다. 과거 진보정당 운동을 했던 사람들도 당내에 있지만, 생태주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나 환경운동을 했던 사람도 많다. 녹색당의 가치에 동의해 생애 첫 정당으로 녹색당을 선택한 이들도 있다. 10년 전 창당된 정당이라 여전히 ‘도전자’ 입장에 위치한 정당이기도 하다.

이 공동운영위원장은 녹색당의 출발에 후쿠시마 원전사고(2011년 3월 11일)가 있었다고 했다. 사건 이후 국내에서 활동하던 환경, 녹색그룹들이 녹색정치를 시작해보자며 뭉쳤고, 후쿠시마 원전사고 1년 뒤 당을 창당하게 됐다는 것. 녹색당은 2018년 신지예 후보가 서울시장에 출마하면서 인지도를 높이기도 했다. 당원은 현재 9천여 명 안팎이다.

녹색당 역시 다른 진보정당처럼 위기를 겪고 있다. 당원이 1만여 명에 달했던 적도 있으나, 꽤 줄어든 상태이다. 또한 2018년에 비해 올해 지방선거 지지율이 다소 낮아지기도 했다. 양당정치가 강화되면서 정의당, 진보당뿐만 아니라 녹색당도 설 자리가 좁아진 이유다. 녹색당은 올해 지방선거에 제주도지사 후보 등 9명의 후보를 냈으나, 모두 낙선했다.

이 공동운영위원장은 6.1지방선거에 경남도의원 후보로 직접 출마해 5.51%의 득표율을 얻었다. 그는 “선거운동 기간 유권자를 만나면 10명 중 7~8명은 녹색당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대체로 녹색당이 내거는 가치에 지지나 동의를 보내주는 듯 했다”며 “녹색당의 당면한 과제는 당의 인지도를 높이고, 지향하는 가치를 널리 전파하는 것”이라고 했다.

다른 정당이 개발 중심 공약을 내놓는다면, 녹색당은 환경중심적 공약이 많다고도 했다. 그는 올해 지방선거 당시 60대 유권자로부터 ‘나는 당신을 찍었다’는 말을 들었다며, 그 이유를 물어보니 ‘공보물이 달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개발 중심 공약이 보이지 않았다는 것. 그의 주된 구호는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정당 녹색당입니다’였다.

 

지난 지방선거 당시 이정옥 공동운영위원장이 유세차 대신 선택한 유세 자전거
지난 지방선거 당시 이정옥 공동운영위원장이 유세차 대신 선택한 유세 자전거

“자연과 인간의 공존 꿈꾸는 정당”

이 공동위원장은 이날 녹색당이 지향하는 가치를 설명했다. “개발, 물질적 발전에 중심을 두고 그에 기초한 정치, 경제, 문화를 향유해 온 우리 문명을 친환경적이고, 자연과 더불어 사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데 목표가 있다”면서다. 그는 기후위기 대응, 탄소제로화,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사회, 생태주의 등 녹색당의 지향점을 긴 호흡으로 설명했다.

지방선거에서의 구체적 공약들도 설명했다. 부순정 제주도지사 후보가 제주지역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과도한 발전을 막기 위해 제주2공항 설립에 반대했던 점, 각각의 후보가 지역 내 쓰레기 문제, 기후정의 조례 제정 등에 목소리를 냈던 점 등을 들어서다. 그는 “녹색당이 지향하는 가치를 지역에서부터 널리 알려야 당의 발전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진보정당이 처한 위기에 공감을 표하고, 이 같은 위기에 녹색당 또한 예외가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녹색당이 내걸고 있는 가장 주요한 지향점인 기후위기 극복을 거론하며, “다른 정당에서도 기후위기 극복을 말할 수 있지만, 내용적 측면에서 차이가 크다. 지역별 자립에너지 체제 형성, 정의로운 전환 등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건 녹색당”이라고 강조했다.

이 공동운영위원장은 녹색당의 진로를 두고는 “여전히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녹색당의 인지도를 높이고 지향점 또한 알려야 하지만,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면서다. 그러면서 그는 “올해 선거에서 녹색당을 알리고자 후보로 출마한 이들이 많다. 지역 곳곳에 녹색정치를 책임지고 나아가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겠다”고 했다.

특히 그는 “기후위기의 시대라고 녹색당이 잘될 것이라는 건 우리의 착각일 수 있다. 유권자들은 양당정치 속에서 선택을 하거나,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며 양당정치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치권력을 얻기보다는 기후위기 문제 등을 알리고 변화를 이루어내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본다”며 녹색당의 지향점은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사회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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