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성룡 정의당 진주지역위원장

올해 지방선거에서 진보정당이 몰락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진보정당은 경남지역 자치단체장 선거는 물론 광역·기초의원 선거에서도 모두 패배했다. 한 때 진주에서 민주당을 뛰어넘는 제1야당으로 자리했던 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옛 일이 되어버린 지 오래이다. 5대 진주시의회 이후 1~4석에 이르던 의석수도 향후 4년간 0석인 상태로 남게 됐다.

단디뉴스는 진보정당이 올해 지방선거에서 사실상 몰락했다는 평가 속에 정의당, 진보당, 녹색당 지역위원장을 만나 진보정당의 현재를 진단하고, 앞으로의 대안을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한다. 먼저, 본인 스스로가 노동자이면서 정의당 진주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는 서성룡 씨를 9일 늦은 저녁 만났다. 진보정당의 현재와 앞으로 나아갈 길을 두고 긴 이야기를 나눴다.

[단디뉴스=김순종 기자] “몰락이라고 할 만큼 심각한 상황입니다. 내·외부적인 요인이 겹친 결과죠. 대안정당으로서의 가치를 보여주지 못한 부분들이 누적된 결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려면 진보정당이 필요합니다. 국민의힘은 물론, 민주당과도 분명한 차이점이 있으니까요. 노동, 안전, 부동산, 빈부격차.. 이러한 문제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봅니다”

서성룡 위원장은 9일 ‘진보정당의 위기’라는 표현에 동의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이번 선거의 참패를 두고 “대통령 선거가 막 끝나면서 국민의힘으로 지지가 쏠린 경향도 있지만, 정의당 내부 문제도 이번 선거결과에 영향을 주었다”고 말했다. 성추문 문제, 선명성 논란 등으로 진보정당이 지난 몇 년 간 대안정당의 모습을 보이지 못한 채, 내홍에 휩싸인 점을 들어서다.

“북유럽식 복지국가 모델 제시하고.. 더 나아가지 못했다”

그는 20여 년 전 민주노동당이 창당되면서 내걸었던 북유럽식 복지국가 모델로의 대안도 이제 진보정당의 것만이 아니라며,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때가 됐다고 했다. 무상교육, 무상급식, 무상의료 등 많은 것을 진보정당이 우리사회에 제시해왔지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이 같은 복지정책에 힘을 실으면서 차별성이 옅어졌다는 것이다.

서 위원장은 “돌아보면 20여 년간 진보정당은 복지국가 모델에 안주하면서, 새로운 비전을 내놓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또 “진보정당 나름대로는 열심히 활동해왔지만, 빈부격차 문제가 심각해짐에도 이에 대한 근본적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진보정당의 존재 가치가 옅어지고, 진보정당이 필요하냐는 의문마저 나오는 상황이 돼버렸다”고 말했다.

최근 4~5년 사이 치러진 대선과 지방선거만 보더라도, 정의당의 지지율 하락은 눈에 띄게 드러난다. 2017년 대선 진주지역에서 5.07% 득표율을 기록했던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올해 대선에서 2.47%의 득표율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2018년 치러진 진주시의원 비례선거에서 8.49%의 득표율을 기록했던 정의당은, 올해 5.13%를 득표율을 받아 지지세 하락을 드러냈다.

무엇보다 경남지역에 15명의 후보를 냈지만, 단 한 명의 당선자도 배출하지 못 했다.

서 위원장은 이 같은 여론변화에 정의당의 잘못이 있다면서도, 언론의 보도행태와 보수정당의 변화에도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했다. “언론 탓을 하겠다는 건 아니지만, 노동자 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무너뜨리는 젠더 중심의 보도가 많았”고 “국민의힘 등 보수정당이 부패 이미지를 탈피하려고 노력하면서, 도덕적 우위도 점하기 힘들어진 것에 원인이 있을 것”이라면서다.

 

서성룡 정의당 진주지역위원장
서성룡 정의당 진주지역위원장

“보수양당 구호에 그치는 노동, 복지, 안전 문제.. 정의당 달라”

그는 ‘진보정당이 필요하느냐’라는 물음이 나오는 것을 두고는 “노동자, 장애인, 여성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해 진보정당이 필요함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선거국면이면 보수양당도 약자를 위한 정책이나 개혁 이슈를 제시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말을 바꾸기 십상”이라면서다. 그러면서 보수양당의 정책은 “구호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가령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총선 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하고도, 위성정당을 만들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취지를 무색하게 한 점, 또 올해 대선 전 기초의원 3인 선거구제 도입 등을 약속했지만, 이를 이루어내지 못한 점 등을 들어서다. 그는 “차별금지법 등에서도 마찬가지”라며 더불어민주당의 행태를 지적했다.

서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과 차별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정의당과 보수양당의 차이는 크다고 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도입, 노동법 적용 범위 등을 두고 정의당은 5인미만 사업장까지 적용되길 바랐지만, 보수양당은 그렇지 않았다면서다. 과거에 비정규직을 위한다며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법률을 만든 점을 봐도 보수양당은 ‘가진 자’의 편을, 정의당은 ‘서민’의 편을 든다고 했다.

그는 이외에도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을 공약했지만, 임기 내 최저임금 인상률이 다른 정부에 비해 높지 않았던 점,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면서 실패한 점 등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부자가 되려는 욕망을 부추기는 게 아닌, 가난한 사람들이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정치가 필요하다”며 진보정당의 역할과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서 위원장은 진보정당의 미래는 노동 문제, 빈부격차 문제, 부동산 문제 등에 얼마나 다른 대안을 제시하고 인정받느냐에 달려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자가 되겠다는 욕망이 아닌, 모두가 불안하지 않게 일하는 사회, 자연환경을 덜 파괴하고, 기후위기 속에 지속가능한 삶이 계속되도록 하려면 정의당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진보정당 의석 없어진 진주시의회..“제 역할 힘들 것”

서 위원장은 5~8대 진주시의회에서 1~4석의 의석을 차지했던 진보정당 소속 의원이 없어진 것을 두고는 “행정부를 견제하고, 잘못을 지적할 만한 이들이 사라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등축제 유료화와 가림막 설치, 진주의료원 폐쇄, 무상급식 지원비 감축 등의 국면에서 언론마저 제대로 된 비판을 하지 않을 때 이를 지적한 건 진보정당 소속 의원들이었다”면서다.

그는 “진주시민 진주성 무료입장, 전 시민 자전거보험 가입 등 진보정당 의원들이 한 일도 많지만, 이것보다는 눈에 띄지 않는 견제와 감시들이 많았다”며 “진보정당 소속 의원들이 이제까지 이러한 일에 목소리를 냈기에 다른 정당 의원들도 함께 할 수 있었는데, 향후 4년이 걱정”이라고도 했다. 9대 시의회에서 다룰 시내버스 준공영제 조례안도 제정이 되기는 힘들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4년 뒤 치러질 지방선거 전까지 진보정당이 지지를 회복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한다고 보느냐는 물음에 그는 “무엇을 하겠다고 장담하기보다 낮은 목소리, 지역의 고통 받는 목소리를 찾아가 연대하고 함께하는 것이 진보정당이 다시 신뢰받기 위해 해야 할 일이라고 본다”며 “사회적 약자들의 낮은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는 정의당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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