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지방선거에서 진보정당이 몰락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진보정당은 경남지역 자치단체장 선거는 물론 광역·기초의원 선거에서도 모두 패배했다. 한 때 진주에서 민주당을 뛰어넘는 제1야당으로 자리했던 적도 있었지만, 옛 일이 되어버린 지 오래이다. 5대 진주시의회 이후 1~4석에 이르던 의석수도 향후 4년간 0석인 상태로 남게 됐다.

단디뉴스는 진보정당이 올해 지방선거에서 사실상 몰락했다는 평가 속에 정의당, 진보당, 녹색당 지역위원장을 만나 진보정당의 현재를 진단하고, 앞으로의 대안을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한다. 그 두 번째로 민주노총 산하 기관에서 일하면서 진보당 진주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준형 씨를 만났다. 그는 이날 진보정당의 필요성에 대해 여러 차례 강조했다.

[단디뉴스=김순종 기자] “진보정당의 역할이 시민들에게 크게 와 닿지 못한 이유겠죠. 정책적으로 부족했고, 새로운 인물도 없었고요. 특히 경남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 당선 이후 민주당이 성장해 진보정당이 설 자리가 좁아지기도 했습니다. 보다 선명한 복지정책, 자주평화통일 노선을 제시해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진보정당 정책방향, 세대교체 부족했지만 여전히 필요”

15일 단디뉴스와 만난 김준형 진보당 진주지역위원장은 6.1지방선거에 나선 진보당 후보들이 경남에서 모두 낙선한 점을 아쉬워했다. 특히 진주에서 내리 3번 당선됐던 류재수 진주시의원(진보당)이 의석을 잃은 점을 안타까워했다. 그럼에도 그는 진보당이 지역에서 할 일이 여전히 많다며, 이들 과업을 수행하면서 시민들에게 다가가는 노력으로 지지를 받겠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진보정당이 설 자리가 점차 좁아지고 있다는 지적에 동의했다. 그는 진보정당이 많은 지지를 받던 2000년대 초와 달리 민주당의 세가 크게 성장한 점, 또 진보정당의 정책 제시와 세대교체가 부족했던 점에서 이러한 상황의 원인을 찾았다.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통합진보당 해체 당시까지 이어진 당내 분열과 외부로부터의 탄압도 그 원인으로 거론했다.

특히 그는 경남지역에서도 양당정치가 강화되고 있어, 진보정당이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고 했다. “4년 전에는 더불어민주당 바람이 불었고, 올해는 대선 직후 국민의힘 바람이 불어 두 정당으로부터 표를 뺏어올 방안을 찾기가 어려웠다”는 게 그의 솔직한 심정이다. 그는 “진보1번지라 불리며, 권영길 강기갑 등을 배출했던 경남 정치지형이 많이 변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약자와 연대하는 정당, 선명성 있는 정당”

김 위원장은 진보정당을 향한 시민들의 지지가 이전과 같지 않지만, 진보정당이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유를 묻자 “민주당이나 국민의힘 등 ‘보수양당’과 진보정당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에게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가진 자나 권력을 눈치를 보는 정당이고, 진보정당은 서민의 편에 서서 연대하는 정당이었다.

김 위원장은 민주당 또한 그 내부에 진보정당과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이들이 있지 않느냐는 물음에 “민주당도 진보정당처럼 사회적 약자를 위한 대안을 내놓을 수는 있지만, 그 결이 다를 것”이라고 했다. “재벌이라든지, 당내 유망한 정치인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가 있다”면서다. 그는 “진보정당은 시작부터 사회적 약자와 함께해온 정당으로 상황이 다르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경상국립대병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투쟁 과정을 예로 들며 진보정당과 민주당의 차이점을 설명했다. 진보당은 당시 노동자들과 투쟁현장에서 함께했다. 투쟁 승리의 기쁨도 함께 만끽했다. 그는 “투쟁 후 많은 조합원들이 우리 당원으로 가입했다. 그 이유는 일상적 투쟁에 진보정당이 함께했기 때문일 것”이라며 진보정당의 장점이 여기에 있다고 했다.

“일상에서 노동자나 농민들, 사회적 약자가 겪는 어려움에 연대한다”는 것이다.

그는 민주당과 진보정당의 차이는 ‘선명성’에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선거전 민생공약을 내놓지만 정권을 잡고 나면 눈치를 보며 이를 뒤집기 일쑤"라는 것. 그는 과거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대기업의 계열사 분리로 재벌 총수일가의 힘을 약화시키려 했던 점과 고 노회찬 의원이 삼성 x파일을 공개한 것은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는 진보정당 소속이었기 때문이라며 차별성을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다면 이 같은 일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선명한 복지정책, 자주평화통일 노력으로 신뢰 얻을 것”

김 위원장은 옅어져가는 지지세를 어떻게 회복할 것이냐는 물음에 “진보당은 두 가지의 큰 정책적 물줄기가 있다”며 앞으로 이를 강화해나가면서 신뢰를 받을 것이라고 했다. 그가 말한 두 가지 정책적 물줄기 가운데 하나는 경제적 불평등을 해결하는, 보다 강력한 복지정책 제시이다. 다른 하나는 보다 분명한 자주평화통일 노선.

그는 “앞으로 진보당이 지지를 받으려면 지금보다 더 강한 복지정책이 필요하다”며 이를 모색해나가겠다고 했다. 또 “올해 전북지역에서 광역의원 당선자가 나왔는데, 그 분이 민주당 당세가 강한 곳에서 어떻게 당선됐느냐를 보니, 시민들이나 군민들의 삶을 직접 책임지는 복지, 생활문제에 천착했다. 진보정당이 해야 할 일이 바로 이 같은 삶의 문제 해결일 것”이라고 말했다.

자주통일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과거처럼 미군에 의한 범죄나 미국정부로부터의 직접적인 간섭이 많지는 않지만, 미국 정부로부터 우리 정부가 자유롭냐고 반문한다면 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그러니 우리 땅에서 군사훈련, 세균실험 등이 이루어진다. 먹고 사는 문제도 중요하나, 자주권 확보와 평화통일을 이루는 일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진보정당 의원들 열심히 했다. 원외에서 할 일 찾을 것”

진보당은 8대 진주시의회에서 유일 진보정당 의원인 류재수 진주시의원이 소속된 정당이다. 류재수 의원은 진주 라 선거구에서 내리 3번 당선됐지만, 올해 지방선거에서는 당선되지 못했다. 김 위원장은 “예산 심의와 진주시정 감시에 공이 큰 의원인데, 이번 선거에 당선되지 못해 아쉽다”며 “올해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분들이 잘 했으면 좋겠지만, 잘 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5대 진주시의회 이후 16년간 진주시의회에 진보정당 의원이 없었던 적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관급공사 임금체불 방지 조례, 진주의료원 폐업 반대 단식농성 뿐만 아니라 노동자, 농민들이 어려울 때 기댈 언덕이 됐던 진보정당 의원이 없어진 점이 아쉽다. 보수정당(국힘, 민주) 의원들은 시민보다 공천권자의 눈치를 보지 않느냐? 시민의 편이 사라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원외정당이 됐지만, 앞으로 4년간 진보당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본다”며 “큰 단체에 가서 봉사활동하면서 선거만 바라보지 않겠다. 다른 지역의 진보당 지역위는 주민대회를 열어 각 자치단체에 남은 순세계잉여금을 어디에 쓸지 고민하고, 자치단체장이나 의회에 이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처럼 의회에 의원이 없더라도 우리가 할 일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과거 ‘같은 배’를 탔던 정의당, 노동당 등과의 합당에 대한 생각을 묻자, “당장에 결합은 힘들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함께 해야 한다고 본다”며 “다만 흩어져 있던 기간이 길었으니, 같이 가기 위해 필요한 시간도 오래 걸릴 것”이라고 했다. 정의당, 진보당, 노동당, 녹색당은 올해 지방선거에 진보단일후보를 내고, 공동정책을 제시하는 등 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