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원 부일농원 대표
“무분별한 도시개발 늦추고, 구도심 침체 해결해야”

일자리와 놀거리를 찾아 대도시로 떠나는 청년들이 늘어나는 청년인구 유출 현상이 심화되지만, 이와 반대로 대도시를 떠나 고향에 돌아오거나 지방에서 꿈을 펼치는 청년인구도 늘어나고 있다. 창업가가 돼 자신만의 공간을 운영하기도 하고, 농사일에 뛰어들기도 한다. 단디뉴스는 진주에서 자신의 꿈을 펼쳐나가거나 진주를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게 된 청년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청년들에게 있어 진주는 어떠한 가치가 있는 곳인지, 한편으로는 어떤 점이 부족한지 돌아보는 취지에서다. / 편집자 주

 

정경원 부일농원 대표
정경원 부일농원 대표

[단디뉴스=강누리 기자] 30대 초반, 5년간의 서울 생활을 뒤로하고 진주로 돌아온 부일농원 정경원 대표. 그는 문산에서 배 과수원을 8년째 운영해 오고 있는 농부다. 쳇바퀴 돌 듯 바삐 돌아가는 서울 생활에 피로감을 느꼈다는 그는 고향 진주에서 농부로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정 대표는 배 농사도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이익을 목표로 한다. 진주에서조차 일과시간에 쫓기는 삶을 살고 싶지 않다면서다.

정 대표는 “20대 후반부터 5년간 서울 생활을 했는데, 시간이 지나다 보니 대도시가 주는 피로감이 상당했다. 서울은 온종일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밤이 되면 불빛들이 더 밝게 빛난다. 어느 순간 그런 환경들이 자극적이고 피로하게 느껴졌고, 문득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정경원 대표가 운영하는 부일농원 풍경
정경원 대표가 운영하는 부일농원 풍경

고향 진주로 돌아온 정 대표는 직장생활을 하던 중 아버지로부터 과수원 일을 해보지 않겠냐는 권유를 받았다. 농사가 싫어 여러 차례 거절했지만, 연세가 드시는 부모님을 보면서 마음이 바뀌었다고 했다. 결혼 후 첫째 아이가 태어난 것도 농사를 짓게 된 이유 중 하나라고 했다.

그는 “당시 서울 생활을 피해 진주로 내려왔는데, 막상 서울에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부모님,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는 내 시간을 주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판단했다”면서 “원래 살던 곳과 멀지 않은 곳에서 농사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에 마음을 굳히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진주의 장점으로 도시와 농촌의 좋은 점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는 것을 꼽았다. 그는 “도심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건 진주가 가진 큰 장점이다. 진주에서는 농사를 짓더라도 도시에서 누릴 수 있는 것들을 적당히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가 자전거 라이딩 중 찍은 풍경
정 대표가 자전거 라이딩 중 찍은 풍경

정 대표는 진주가 본인이 좋아하는 자전거를 타기에도 부족함이 없는 도시라고 했다. 남강을 따라 자전거도로가 잘 닦여있기도 하지만, 자전거를 타고 조금만 달리면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곳들이 많다면서다. 그는 “서울은 자연을 보려면 차를 타고 먼 길을 가야 하지만 진주는 자전거만 있어도 얼마든지 누릴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정 대표는 진주에 살면서 느낀 아쉬운 점으로 하루가 다르게 개발되는 도시 모습과 구도심 침체 문제를 들었다. 그는 “시민들의 삶의 환경 개선을 위해 도시를 개발하는 것은 좋지만, 진주가 가진 세월과 역사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공간, 자연을 잘 보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개발과 인구 밀집이 도시 외곽을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구도심 침체가 심각해진 것에 “아쉬운 마음이 크다”며 “시가 도시개발의 풍선효과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풍선효과 : 한 부분의 문제를 해결하면 또 다른 부분에서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는 현상으로, 본문에서는 도시 외곽을 개발하면서 개발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이 급격히 쇠퇴하는 것을 뜻한다.

마지막으로, 정 대표는 앞으로 진주가 어떤 모습으로 남았으면 좋겠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곳을 떠난 청년들이 언제든지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열린 도시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자신처럼 진주를 떠난 청년들이 대도시에서의 삶에 지칠 때 마음 편히 돌아올 수 있는 고향, 어린 시절 추억이 남아있는 안식처로 남으면 좋겠다면서다.

정 대표는 그렇게 모인 청년들이 함께 어울려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것도 진주만의 문화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단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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