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남 대표, “시민들 위한 문화공간 더 많아졌으면”

일자리와 놀거리를 찾아 대도시로 떠나는 청년들이 늘어나는 청년인구 유출 현상이 심화되지만, 이와 반대로 대도시를 떠나 고향에 돌아오거나 지방에서 꿈을 펼치는 청년인구도 늘어나고 있다. 창업가가 돼 자신만의 공간을 운영하기도 하고, 농사일에 뛰어들기도 한다. 단디뉴스는 진주에서 자신의 꿈을 펼쳐나가거나 진주를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게 된 청년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청년들에게 있어 진주는 어떠한 가치가 있는 곳인지, 한편으로는 어떤 점이 부족한지 돌아보는 취지에서다. / 편집자 주

단디뉴스

카페 '목요일 오후 네 시' 정윤남 대표
카페 '목요일 오후 네 시' 정윤남 대표

[단디뉴스=강누리 기자] 유년시절을 진주에서 보냈지만 29살에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떠났다가 5년 만에 진주로 돌아온 정윤남 대표. 그는 칠암동에서 ‘카페 목요일 오후 네 시’를 운영하고 있다. 그가 진주로 돌아온 이유는 “주체적으로 살고 싶었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연극을 업으로 하면서 좋아하는 공연을 마음껏 볼 수 있고, 연극 분야 시스템이 잘 갖춰진 서울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에 서울행을 택했다. 하지만 바쁘게 돌아가던 서울에서의 생활에 의문이 생기면서 5년 만에 진주로 돌아올 결심을 했다.

정 대표는 “(서울에서) 카페 일과 연극 연습을 병행하고, 여유가 생기면 보고 싶은 연극들을 보러 다니면서 바쁘게 살았다. 그러다 일을 그만두고 일주일 정도 쉬는 시기가 있었는데, 막상 편히 쉴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니까 뭘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그동안 서울에서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면서 잘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냥 그곳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빠르게 소비만 하면서 지내고 있었던 거다. 문득 지방으로 다시 내려가야겠다고 생각했고, 어린 시절을 보낸 진주로 돌아오게 됐다”고 했다.

지금의 삶은 어떨까? 정 대표는 “진주에서는 내 시간을 주체적으로 사용하면서 살고 있다”며 “서울에서도 내 시간을 주체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생각했지만 ‘착각’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주체적인 삶이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에 그는 “타인의 기준에 발맞춰 떠밀리듯 사는 게 아닌 내 소신껏 살아가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진주는 대도시에 비해 모든 것이 천천히 흘러가고 있다. 이 때문에 외부 기준에 현혹되기보다 나만의 가치를 지키며 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진주로 돌아왔을 당시 지역에서 자리를 잡는 게 쉽지는 않았다고 했다. 30대 초중반 서울에서 받던 월급과 복지를 제공하는 일자리는 고사하고, 당장 취업할 수 있는 곳을 찾기조차 어려웠다는 것. 카페 목요일 오후 네 시가 탄생한 배경도 일할 곳이 없으니 직접 차려야겠다는 마음 때문이었다고 했다. 정 대표는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는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한 것 같다. 지금도 많은 청년들이 더 나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지역을 떠나고 있으니..”라고 말했다.

 

카페 '목요일 오후 네 시'에서 공연과 전시회가 진행되는 모습
카페 '목요일 오후 네 시'에서 공연과 전시회가 진행되는 모습

그는 또 진주가 서울과 비교해 아쉬운 점은 “부족한 문화예술 인프라”라고 했다. '목요일 오후 네 시'를 활용해 다양한 공연과 전시를 직접 기획·운영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정 대표는 그 동안 칠암동 '목요일 오후 네 시'에서 ‘플라멩코 공연’과 ‘영화 상영 및 감독과의 만남’, ‘연극’, ‘청년 예술가의 그림 전시회’ 등을 기획·진행했다. 오는 6월 12일에는 진주지역 현대무용 예술가들이 모인 팀USD의 무용공연을 진행할 예정이다.

정 대표는 “대도시에 비하면 진주는 누릴 수 있는 문화·예술 인프라가 한정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어딘가를 찾아가 그런 것들을 즐기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것 같다. 반면 카페는 누구에게나 항상 열려있는 곳이다 보니 오가며 편하게 공연과 전시를 즐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주변 예술인들과 공연을 기획해 진행하고 있는 이유가 거기 있다”고 말했다.

물론 정 대표가 자신의 공간에서 다양한 문화행사를 진행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칠암동으로 카페를 이전하기 전 중안동 진주교육청 골목에서 카페를 하며 지인들과 ‘골목길 아트 페스티벌’, ‘어슬렁 마켓’을 진행하다 둥지 내몰림으로 자리를 옮겨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진주시가 구도심 활성화를 명목으로 길을 정리하고 가로수를 심으면서 땅값이 올랐고, 이에 대한 영향으로 둥지 내몰림이 일어난 것 같다고 했다.

*둥지 내몰림(젠트리피케이션) : 낙후된 구도심 지역이 활성화되면서 임대료가 오르거나 땅과 건물이 매매되면서 기존 주민들이 거주지를 옮기게 되는 현상.

정 대표는 “진주도 도시재생사업과 시민참여형사업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행정 중심으로 진행되다 보니 한계가 존재한다. 앞으로 진주가 가진 자원과 보물 같은 인력들을 잘 활용해 지속가능한 시민문화형성 사례를 만들어내면 좋겠다”고 했다.

진주에서 어떤 삶을 이어가고 싶냐는 기자의 질문에 정 대표는 “커피를 내리는 사람으로서 목요일 오후 네 시를 찾는 분들께 맛있는 커피를 제공하는 건 기본이고, 다양한 문화예술을 접할 기회를 늘려나가고 싶다. 작은 규모라도 꾸준히 진득하게 함께 공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단디뉴스

 

카페 '목요일 오후 네 시' 풍경
카페 '목요일 오후 네 시' 풍경

 

 

 

 

저작권자 © 단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