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굴작업 초기부터 유해, 유물 나와..
다리뼈, 버클, 탄피, 고무신, 토시 끈 등
6월 중하순까지 발굴 작업 계속

경남 진주시 집현면 봉강리 산 83-7번지 일대에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피학살자 유해발굴 '개토제'가 진행되고 있다.
경남 진주시 집현면 봉강리 산 83-7번지 일대에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피학살자 유해발굴 '개토제'가 진행되고 있다.

[단디뉴스=김순종 기자] “한국전쟁 전후 군경에 의해 자행된 민간인 학살의 진상을 밝히고, 다시는 공권력에 의한 반인륜적이고 불법적인 행위가 일어나지 않았으면 합니다.” 7일 경남 진주 집현면 봉강리 산 83-7번지에서 열린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피학살자 유해발굴 ‘개토제’에서 정연조 유족회장(72)이 한 말이다.

집현면 봉강리 산 83-7번지는 1950년 7월 중하순 군경에 의해 민간인이 학살된 곳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당시 인근에 거주했던 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한국전쟁 발발 직후 이곳에서 50~100여명의 민간인이 학살된 것으로 추정된다. 사람을 실은 트럭 2대가 이곳에 와 민간인을 학살한 뒤 매장했다는 증언 때문이다.

 

발굴작업 초기 발견된 희생자들의 다리뼈
발굴작업 초기 발견된 희생자들의 다리뼈
발굴작업 초기 발견된 고무신 흔적
발굴작업 초기 발견된 고무신 흔적

발굴작업 초기이지만, 이곳에서는 다리뼈 등 유해(3구 내외)와 버클(3개), 탄피(2개), 고무신, 양은그릇, 단추 등이 발굴됐다. 특히 유해들이 북쪽 방향에 머리를 두고 남쪽 방향으로 다리를 둔 상태로 발견돼, 군경이 피해자를 학살한 뒤 유해를 정돈해 묻은 것일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발굴조사는 재)역사문화재연구원이 맡았다. 발굴범위는 약 30㎡(폭 2m, 길이 15m)이다. 발굴조사팀은 약 14일 간 발굴작업(6월 중하순까지)을 이어갈 예정이다.

발굴조사팀에 따르면, 유해는 비교적 보존이 잘 돼 있는 편이다. 매장지가 야산의 정상부위에 있어, 유해가 비에 쓸려 유실된 흔적이 적어서다. 7일까지 발굴조사팀은 매장지 면적을 가늠하고, 일부 구간(폭 2m, 길이 1.5m)은 지면으로부터 70cm 정도를 파내는 등 발굴작업을 시작했다. 발굴조사 초입단계이나, 유해와 유품이 나오는 등 조사는 원활히 추진되고 있다.

 

발굴작업 초기 발견된 탄피
발굴작업 초기 발견된 탄피
발굴작업 초기 발견된 버클
발굴작업 초기 발견된 버클

이날 김헌 발굴조사팀장은 “이제 시작단계인데 유해가 비교적 잘 남아 있는 상황”이라며 “1954년도 항공사진이 남아 있어, 매장지를 (비교적 손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증언에 따르면, 진주형무소 재소자들이 학살된 곳이라고 하는데, 서로 다른 버클이 발견되고, 양은그릇 등이 나와 희생자들이 보도연맹원일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김헌 발굴팀장이 현재까지 진행된 발굴작업과 앞으로 진행될 일정 등을 설명하고 있다.
김헌 발굴팀장이 현재까지 진행된 발굴작업과 앞으로 진행될 일정 등을 설명하고 있다.

경남 진주에서는 한국전쟁 전후 3000여 명의 민간인 피학살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연조 유족회장은 “진주지역 희생자는 보도연맹원 1600명, 진주형무소 재소자 600명, 미군 폭격 피해자 600~700명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지금까지 이 가운데 450구의 유해가 발견됐으며, 미군폭격 피해자 유해는 아직 발견된 바 없다.

단디뉴스

발굴조사팀원이 발굴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발굴조사팀원이 발굴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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