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에서 차별대우 일어나고
해고 등 경제적 문제 심각
코로나 진단검사, 마스크 구매
재난지원금 지급 등에서도 차별

안전문자 와도 자국어 아니라
알 수 없어 ‘공포’ 가중
이주민 국내 경제에 기여,
‘모든 인간 평등’ 전제 아래
보호대책 등 필요해

[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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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디뉴스=김순종 기자] 진주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자가 발생한 지 1년이 넘었다. 한국 국적의 시민들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외국인들의 피해는 더 크다. 일터에서 차별 대우가 일어나는가 하면, 코로나 진단검사부터 마스크 구매, 코로나 관련 정보를 얻는 데서도 여러 어려움에 직면한다. 해고와 임금체불, 귀국이 어려운 상황에서 미등록 체류자(=불법체류자)가 되는 등의 어려움도 감내하고 있는 터라, 정책적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경남지부에 따르면, 외국인들이 직면한 보편적 어려움은 임금체불과 해고 등 경제적 문제이다. 지난해 이주여성인권센터가 공동모금회를 통해 지원받은 기부금 등으로 외국인에게 재난지원금(30만원 상당)을 지급하려 조사한 내용 가운데 태반이 이러한 것들이다. 회사가 파산해 일을 쉬게 됐다든지, 3개월 간 월급을 받지 못했다, 식당에서 일하다가 해고됐다, 일이 없으니 격주제로 출근하라는 통보를 받았다는 등의 내용.

이는 지표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정부가 발표한 2020년 이민자 체류실태 및 고용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이주민들의 고용률은 2019년 동월 대비 1.7% 감소했고, 실업률은 2.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자국민들의 전체 고용률이 1.3% 감소하고, 실업률이 0.5% 증가한 것에 비하면 어려움이 크다. 특히 이 조사에는 (등록)외국인과 귀화허가자만 포함돼 있어, 미등록 체류자를 포함하면 상황은 더욱 좋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 3월말부터 <단디뉴스>는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중국인 린** 씨와 베트남 출신 이주여성 디*** 씨 등을 만나 코로나가 퍼진 이래 외국인/이주민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은 해고나 임금체불 문제도 심각하지만 마스크 대란, 재난지원금 지급 시 받은 차별대우, 한국어 미숙으로 코로나 정보를 인지하지 못하는 문제, 미등록 체류자가 돼 방역망의 사각지대에 위치한 사람들 등 이주민들이 겪는 다양한 어려움을 전했다.

 

국가인권위의 이주민 인권상황 모니터링 결과. 가장 어려운 점은 경제적 피해였다. [사진=코로나19와 이주민 인권상황 모니터링 보고서]
국가인권위의 이주민 인권상황 모니터링 결과. 가장 어려운 점은 경제적 피해였다. [사진=코로나19와 이주민 인권상황 모니터링 보고서]

선생님은 박쥐 먹어요? 생박쥐 먹어요 아니면 생쥐 먹어요?” 진주의 한 아동시설에서 중국어를 가르치는 린** (중국인)가 지난해 아이들로부터 들었다는 말이다. 코로나 감염증 발발 초기 중국을 중심으로 바이러스가 퍼지자, 중국인들은 적지 않은 차별을 받았다. 린 씨는 부모들 사이에 여러 잘못된 이야기가 도니, 아이들이 이 말을 배웠던 것 같다며 이 같은 현상이 본인만의 일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씨는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들은 한국인들이 잘 하지 않는 일들을 하며 이 나라 경제가 돌아가는데 기여하고 있는데 많은 차별을 받는다고 토로했다. 특히 지난해 마스크 대란이 일어 정부가 마스크 5부제정책을 추진했을 때 마스크 구매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외국인(중국인)이라는 것만으로 사람들이 자신을 회피하는 상황에서, 외국인들이 마스크를 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혼선을 겪었다는 것이다.

그는 뒤늦게 외국인등록증과 건강보험증, 혹은 여권을 들고 가면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약국에서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었지만, 미등록 체류자가 된 사람들은 마스크를 구매할 방법이 없어서 매우 힘들어 했다고 말했다. 미등록자 체류자는 신분증이 없거나 신분증이 만료돼 마스크를 구매할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그는 마스크 대란 당시뿐 아니라 “(지난 1년간) 거의 대부분의 정책에서 외국인은 소외받고 있는 느낌이라고 했다.

그가 거론한 정책에서의 소외는 이런 것들이다. “기초수급자 등에게는 지원이 가는데, 외국인들은 아무리 힘들어도 지원이 없다. 4대보험을 다 넣으면서 일해도 한국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한다. 백신접종과 관련해 별 이야기가 없다”. 또한 그는 한국어를 잘 모르는 외국인들이 많다면서 안전문자가 와도 못 알아본다. 코로나 정보를 모른다는 건 또 다른 공포다. 외국어로 코로나 정보를 알려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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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에서도 이 같은 어려움은 확인된다. 인권위가 지난해 부산 거주 이주민 333(1), 수도권 거주 이주민 307(2)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주민들은 코로나로 인한 경제적 피해(66.2%)가 가장 크다고 했다. 이어 장보기, 대중교통 이용 등 일상의 불편(33%), 의료기관 이용 어려움(22.8%), 공적마스크, 재난지원금 등 차별적 정책(20.8%), 육아(18.5%), 일상적 차별·혐오(12.2%), 코로나 정보 부족(11.4%)순이었다.

이들은 코로나 관련 정책 가운데 외국인은 긴급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없었던 점이(34.3%) 가장 큰 정책적 차별이라고 응답했다.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재난문자를 받을 수 없(28.3%)거나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코로나 안내 및 상담을 받을 수 없었던(19.7%) 점도 문제라고 했다. 공적마스크를 구입할 수 없었음(17.8%), 휴업급여를 받을 수 없었음(14.3%), 코로나 진단검사 및 치료를 받을 수 없었음(5.1%)이라는 답변도 이어졌다.

베트남 출신의 디*** 씨는 코로나로 미등록 체류자가 된 사람이 적지 않다고 했다. 코로나로 비행기 편이 귀해지면서 비자가 만료됐는데 출국하지 못한 사람들도 있고, 고용허가제로 들어왔다가 일자리를 잃고 정해진 기간 내 구직을 못해 미등록 체류자가 되기도 한다는 것. 통상 미등록된 외국인 수가 등록된 외국인의 절반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진주에는 2500명 내외의 미등록 외국인이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진주시 등록 외국인 수 5219/통계청/2019)

*** 씨는 미등록 체류자의 경우 코로나 방역의 사각지대에 자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증상이 있어 코로나 진단검사를 받아야 하는 경우에도 미등록 체류자라는 이유로 집 밖에 나가기를 두려워하는 경우가 태반이라는 것이다. 특히 그는 "미등록 외국인의 경우 병원을 가기 싶지 않고, 통역사가 없으면 이들을 받아주지 않는 병원도 있어 응급한 상황이 아니면 대체로 병원을 찾지 않는다(못한다)"고 했다.

 

국가인권위 조사결과 이주민들이 겪고 있는 차별들은 다음과 같았다. [사진=코로나19와 이주민 인권상황 모니터링]
국가인권위 조사결과 이주민들이 겪고 있는 차별들은 다음과 같았다. [사진=코로나19와 이주민 인권상황 모니터링]

국가인권위의 이주민 건강권 실태와 의료보장제도 개선방안 연구(2020)에 따르더라도 이주민의 외래진료 경험은 내국인에 비해 크게 낮았다. 다만, 응급실 이용이나 입원 비율은 비슷했다. 이주민의 외래진료 경험은 32.4%로 내국인의 84.9%를 크게 밑돌고 있는 반면, 입원은 10.7%, 응급실 이용은 8.5%로 내국인의 10.5%, 8.3%와 비슷했다. 의료시설 이용이 필요한 시기 치료를 받지 못하다가, 상태가 악화된 이후에나 병원을 찾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진주시는 지난해부터 미등록 체류 외국인들에게 코로나 진단검사를 무료로 해주고 있지만, 신분이 불안한 미등록 체류자들의 발길은 뜸하다는 게 디****씨의 이야기다. 코로나 의심증상이 있어도 강제출국을 우려해 검사를 꺼린다는 것. 시는 지난해 6월 진단검사를 받다가 강제출국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검사 안내문을 9개 외국어로 작성해 상대동, 하대동 등지에 배부했지만, ****씨는 외국인 가운데 다수는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있다고 전했다.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온유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경남지부 대표는 중국어, 베트남어 등으로 번역한 코로나 소식지를 만들어 배포할 계획이다. 외국인들이 코로나 정보를 알면 불안함도 해소되고, 방역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가 이 같은 목표를 세운 것은 이주민들에게 정부가 주는 정보가 미약하기 때문이다. 이주여성인권센터는 지난해 공동모금회 등으로부터 5억 원을 지원받아 진주에서만 60명에 달하는 이주민들에게 30만원 상당의 재난지원금을 지원하는 등 관의 지원이 없는 곳에 도움의 손길을 주고 있기도 하다.

이온유 대표는 앞서 두 명의 외국인들이 말한 것에 더해 코로나 확산으로 초등학교 등에서 비대면 강의를 진행하고 했는데, 이주여성들 중 가정에 컴퓨터가 없는 사람도 있었다. 있다고 해도 프로그램을 다루지 못하는 등 힘든 사람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임신을 하고도 코로나로 인한 실직 등으로 출산에 필요한 병원비가 없어 고역을 겪거나, 몸이 아파도 비싼 병원비 때문에 병원에 가기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이주민의 어려움이 크다고 강조했다.

 

국내인과 외국인의 병원이용 실태. 외료진료 이용 횟수에 큰 차이가 난다. [자료=국가인권위]
국내인과 외국인의 병원이용 실태. 외료진료 이용 횟수에 큰 차이가 난다. [자료=국가인권위]

정부에 따르면 국내 이주민 인구는 300만 명으로 추산되며, 이들은 공장이나 농가, 식당 등에 취업해 우리 경제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하고 있다. 이 점을 고려하면 코로나 국면에서 이들에게도 평등한 대우를 해줘야 한다는 지적이 따른다. 특히 해외에서는 이들의 노동력과 사회기여를 고려한 정책들이 나오고 있어, 우리나라도 이 같은 움직임에 발맞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가치에 따라서라도 이들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

해외사례를 보면 일시적 체류연장과 재난지원금 (평등)지급 정책 등이 눈에 띈다. 지난해 4월 일본정부는 코로나 경제대책을 발표하며, 외국인을 포함해 일본에 거주하는 모든 이들에게 1인당 113만원 상당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역시 지난해 4불법이민자’ 15만 명에게 61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국내에서 취업활동을 하는 이주노동자들에게 특정활동의 체류자격을 부여하는 등의 방법으로 체류를 연장해주는 사례도 일본 등 여러나라에서 발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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