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대비 2020년
서부경남 실업급여 지출 1.5배 증가
진주 지역 우울증 상담자 5.5배 증가
전문가 집단면역 형성, 
일부 상황 개선되어도 많은 변화 따를 것
사회적 부조 강화하고, 기후변화 대응해야

[사진=Pixabay]
[사진=Pixabay]

[단디뉴스=김순종 기자]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은 우리 주변의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그 중 하나는 실업 증대와 경제위축 등에 따른 우울증 호소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우려로 사람들이 외출과 교류를 꺼리면서 경기는 위축됐고, 실업도 눈에 띄게 늘었다. 바이러스 확산은 코로나 우울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만큼 사람들의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0년 서부경남 지역의 실업급여 지출액은 전년 대비 1.5배 늘었고, 진주시민들의 우울증 상담사례는 5.5배 증가했다.

올해 2월말부터 코로나19 백신접종이 시작되자 일각에서는 내년쯤이면 일상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오지만 전문가들은 조금 다른 입장을 내놨다. 전 국민의 70% 이상이 백신을 접종하면 지금보다는 상황이 개선되겠지만, 향후 3~5년 주기로 또 다른 바이러스가 창궐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지난 1년간 사람들의 행동패턴이 변하면서 산업구조가 일부 바뀌었고, 이에 따른 자영업자들의 고통을 해소하려면 정부차원의 사회적 부조(실업부조)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1 식당에서 오랜 기간 일해 온 이영희(가명) 씨는 지난해 업주로부터 해고통보를 받았다. 코로나19로 식당 손님이 줄어드는 등의 이유였다. 해고 통보를 받은 그는 또 다른 부조리한 상황에 놓였다. 하루 11시간을 일해왔지만, 업주가 하루 8시간 일했다며 퇴직금을 적게 주겠다고 한 것. 식당 내 CCTV가 없고, 근무시간을 입증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그는 고용노동부에 진정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실업 문제에 더해 퇴직금을 두고도 다툼이 일어난 것.

 

#2 김철수(가명, 37)씨는 2019년 회사를 그만둔 뒤 올해까지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의 여파로 근로자를 고용하는 업체가 줄었고, 어디에서 일해야 할지, 할 수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그는 오랜 기간의 실직으로 우울증 진단을 받고 약을 복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상황이 쉽게 개선되지 않으면서 하루하루가 고통스럽다. 그는 차라리 전쟁이라도 났으면 한다며 절망감을 토로했다.

 

#3 비정규직지원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5인 미만 사업장에서 해고사례가 눈에 띄게 늘었다.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의 직격탄을 맞은 경우가 많고 해고절차가 간단하기 때문이다. 특히 5인미만 사업장 가운데 4대 보험을 넣지 않는 경우도 많아, 실직자들은 실업급여를 받는 데도 어려움을 겪는다. 급여통장, 증언 등을 통해 근로복지공단에 근로사실을 입증해 실업급여를 받고 있다.

[자료=진주시 정신건강증진센터]
[자료=진주시 정신건강증진센터]

2020년부터 지역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이 유행하면서, 실직과 폐업으로 고통을 호소하거나 이로 인해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진주시 정신건강증진센터에 따르면 2019년 대비 2020년 정신건강 관련 상담 수는 4681건에서 8956건으로 상승했다. 우울증을 호소하는 상담자 수는 1083건에서 5646건으로 약 5.5배 증가했다. 이는 실업, 폐업 등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은 물론이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가 멀어지면서 일어난 일로 풀이된다.

실업도 지난 1년 간 눈에 띄게 증가했다. 진주시 고용지원청(노동부)에 따르면 진주를 비롯한 서부경남 2개시 6개군 시·군민을 대상으로 지급한 실업급여는 2019년 대비 20201.5배 증가했다. 2019년에는 998억 원이, 2020년에는 1456억 원이 실업급여로 지출됐다. 사람 수로 환산하면 201918천여 명이, 202022천여 명이 실업급여를 타간 셈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2021년에는 더 많은 실업과 폐업이 일어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경기위축에 따른 노동관련 상담 건도 늘어나는 추세다.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비정규직 노동지원센터에 따르면, 경남지역 7개 비정규직 노동지원센터의 일자리문제 상담건수는 20191421건에서 20211773건으로 24.7% 증가했다. 특히 이 가운데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가 12.4%, 10인 미만 사업자가 21.3%를 차지하는 등 사업장 규모가 작은 곳에 문제가 많았다. 상담내용은 임금체불(16%), 인사/해고(13.2%), 4대보험/실업급여(8.6%), 노조가입/설립(8.1%), 퇴직금(7.9%)순으로 많았으며, 내담자 가운데 정규직 근로자의 비중도 2019294(27.6%)에서 2020339(30.7%)로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자료=고용노동부/진주지청]
[자료=고용노동부/진주지청]

지난달 26일부터 시작된 백신 접종으로 내년쯤 코로나19 상황이 종식돼 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지만 전문가들은 다소 다른 입장을 내놨다. 박기수 경상대 의대 교수는 향후 3~5년 주기로 대규모 감염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어 코로나19 바이러스 발생 요인으로 지목되는 기후변화 대응, 지나친 개발 자제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어찌됐든 올 연말까지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계속될 것이라며 방역수칙 준수를 당부했다. “코로나19는 향후 독감 같은 향토병이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김공회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최근 시작된 백신 접종으로 상황이 다소 개선될 것이라면서도, 그렇다고 자영업자 등의 어려움이 단번에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라 전망했다. 지난 1년간 PC, 노래방, 술집 등을 방문하기보다 집에서 게임을 즐기거나 술을 마시는 문화가 생겼고, 이 문화가 공고화되면 일부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 자영업자 등을 위한 정부차원의 사회적 안전망이 강화돼야 할 필요가 있다한국형 실업부조를 언급했다.

저작권자 © 단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