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 운반, 처리과정 전반에서
이산화탄소 배출하는 1회용품 사용 늘어
2020년 재활용품 배출량 18.1% 증가
코로나로 배달, 택배 업계 성황인 탓
또 다른 감염증 발생 막으려면 변화 필요
1회용품 생산 제한, 다회용기 사용 등

[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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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디뉴스=김순종 기자] “2020년 코로나 사태가 시작되면서 택배 물량이 꽤 많이 늘었어요. 제가 일하던 진주, 사천 집하소만 보더라도 하루 15톤 트럭 6~7개에 담겨오던 택배물량이 12~13개 수준으로 늘었죠. 박스 등 재활용품 배출도 그만큼 늘어났을 겁니다.” “우리 업체에서는 3년 전 하루 30~40개 정도의 음식물을 배달했는데 최근에는 800개 정도 합니다. 직원도 3~4명에서 27명으로 늘었죠. 배달음식 주문 양이 크게 늘었어요. 물론 배달 음식 대부분은 플라스틱, 스티로폼 등에 담겨 배달됩니다.”

기후변화가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의 근본원인이라는 주장이 세계 석학들 사이에서 나오는 가운데, 기후변화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재활용품 사용이 늘고 있다. 사람들이 외출을 꺼리면서 음식물 배달 서비스 규모가 1년 새 2배가량 늘어나면서다. 플라스틱 등 재활용품은 생산단계부터 운반, 소멸단계 전반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등 기후변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 기후변화에 따른 또 다른 전염병 발생을 막기 위해서라도 재활용품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20에 따르면,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되기 시작하던 지난 해 3월 일일 재활용품 배출량은 5521톤으로 전년 대비 9.1% 증가했다. 특히 플라스틱 사용량이 전년 대비 18.1% 증가했다. 진주에서도 지난 한 해 재활용품 배출량이 적지 않게 늘었다. 20187736, 20197703톤이던 재활용품 배출량은 지난해 8308톤으로 전년 대비 8% 가량 증가했다. 이 가운데 34%에 달하는 2900톤은 재활용되지 못하고 매립됐다. 시민들의 잘못된 재활용품 배출 방식 때문이다.

미국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 주립대 연구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2015년 플라스틱 제조, 운반, 폐기 과정에서 발생한 온실가스는 18억 톤(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3.8%)에 달한다. 대부분의 플라스틱은 석유를 정제해 나프타를 생산하고, 이를 다시 플라스틱 원재료인 폴리에틸렌이나 폴리프로필렌 등으로 변환하는 과정 등을 거치는 데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지속 발생한다. 플라스틱 운반, 폐기처분 과정에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도 적지 않다. 이산화탄소 발생 비율은 생산 60%, 운반 30%, 폐기처분 10%로 알려져 있다.

2015년 플라스틱 세계 생산량은 4700만 톤, 1959200만 톤에서 200배 넘게 늘어난 수치이다. 연평균 증가율은 8.4%. 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은 앞으로도 플라스틱 생산량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본다. 게다가 대부분의 플라스틱은 재활용되지 못한 채 버려지고 있다. 2018, 세계 플라스틱 가운데 90%는 재활용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플라스틱은 생산, 운송, 폐기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할 뿐만 아니라 해양으로 유입돼 바다를 산성화, 동물성 플라크톤의 성장을 방해하기도 한다. 이로 인해 해양이 흡수하는 이산화탄소 양이 줄어 지구온난화를 부른다.

 

온라인 쇼핑으로 거래된 음식서비스, 음식료품 총량이 2019년 12월 대비 2020년 12월 2.1배, 1.66배 가량 늘었다. (사진 = 통계청, 2020년 12월 및 연간 온라인쇼핑 동향)
온라인 쇼핑으로 거래된 음식서비스, 음식료품 총량이 2019년 12월 대비 2020년 12월 2.1배, 1.66배 가량 늘었다. (사진 = 통계청, 2020년 12월 및 연간 온라인쇼핑 동향)

지난해 재활용품 사용이 증가한 것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사람들이 외출을 꺼리면서 온라인 음식 서비스업(배달앱 등을 이용한 가공음식 주문) 이용 등이 2배가량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배달음식 대부분은 재활용품에 포장돼 배달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12월 및 연간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온라인 쇼핑 거래액 가운데 음식 서비스업 규모는 21988억 원으로 전년 동월대비 2.09, ·식료품업 규모는 2157억 원으로 1.66배 증가했다.

인근지역 배달·택배업계 종사자들은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배달·택배 물량이 크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사천지역에서 배달업을 하고 있는 김배달(가명. 28) 씨는 “3년 전에는 하루 30~40개 정도의 음식물을 배달했는데 최근에는 하루 800개 정도 배달한다. 직원도 3~4명에서 27명으로 크게 늘었다. 경쟁업체도 많이 생겼다고 전했다. 진주, 사천 지역을 대상으로 택배를 배달하던 최태민(가명. 32) 씨는 코로나가 시작되며 1인당 1일 배달양이 200개에서 300개 정도로 늘었다고 말했다.

기후변화를 가중시키는 한편, 지속적인 자원소모로 환경파괴를 야기하는 재활용품 사용을 줄이려면 생산단계에서의 강력한 제재(생산 축소), 다회용기 이용, 재사용이 가능토록 하는 재활용품 배출수칙 준수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은아 진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1회용품을 지속적으로 생산하는 현 상황을 바꿔야 한다“1회용품 생산을 제재할(줄일) 법적·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한 일반시민들은 재활용품 배출방법을 준수해 재활용품이 매립, 소각되지 않고 재활용되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배달업체의 다회용기 사용도 재활용품 생산 및 사용 등을 줄이는 방안으로 꾸준히 제기된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연구소 소장은 지난 20일 자신의 블로그에 글을 써 음식 배달 시장 규모가 매년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일회용기 사용도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회용기로 배달을 하려는 음식점, 비용을 조금 더 부담하더라도 다회용기로 음식을 시켜 먹을 소비자, 다회용기를 수거해 세척하는 업체가 의기투합해 가치동맹을 맺으면 어떠하겠냐고 전했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 자원순환 체계를 만들자는 취지에서다.

한편 세계 석학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이 등장한 이유로 기후변화 등을 꼽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지난 100년 간 지구 지표온도가 1도 가량 상승하며 생태계 붕괴가 가속화됐고, 인간이 야생의 터를 침범하면서 야생에 있던 바이러스 등이 인간의 곁으로 왔다는 것. 미국의 경제학자 제러미 리프킨에 따르면 1900년까지만 해도 지구에서 인간이 사는 땅의 범위는 14%에 불구했다. 지금은 77%에 달한다. 과도한 개발과 자원이용으로 자연환경이 파괴되고 야생생명(바이러스 포함) 고유의 영역이 사라지며 코로나19와 같은 인수공통감염증이 발생했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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