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차원 공적 개입, 아동보호전문기관 신설 노력 필요

아이들이 안심하고 어린이집에 다닐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지난 3월 기자가 학대 피해 아동 학부모 A씨를 만나 진주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 취재를 시작하게 된 배경이다. ‘아동학대 예방의 날을 맞은 지난 7, A씨는 학대 피해 예방책 마련 촉구기자회견에 나서 그동안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그가 눈물을 흘린 이유는 그간 실효성 있는 학대 피해 예방책이 마련되지 않으면서 피해자의 고통이 커졌기 때문이다. 피해 아동과 가족들은 학대 피해에 따른 후유증으로 공황장애, 언어발달 장애 등을 겪어왔지만,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심리 상담 및 치료 지원은 받지 못했다. 그간 학대 피해 아동 학부모들이 대책 마련을 주장해온 이유다.

적절한 보호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2차 피해도 이어졌다. A씨의 아들은 어린이집 원장과 보육교사로부터 뺨을 맞는 등 60여 차례 학대를 당했는데도, 오히려 성추행범으로 의심 받았다. 학대 행위를 문제 삼은 A씨는 어린이집 측으로부터 수차례 모욕과 압박을 받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에 신변보호 요청도 했지만, 외면당했다. 결국 그는 지난 1년간 후유증으로 공황장애를 앓아왔고, 예산지원을 받지 못해 사비를 들여 치료를 받았다.

특히 진주에서 학대 피해를 입은 아동이 다른 어린이집에서도 학대를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사건이 발생해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졌다. 피해 아동이 2차 피해를 입기도 했다. 어린이집 두 곳에서 학대 피해를 입은 후 또 다른 어린이집을 찾았으나 입소거부를 당했으며, 수사과정에서 사건 당시를 떠올리면서 불안감을 호소했다. 피해 아동의 학부모는 어린이집 원장이 CCTV를 훼손한 탓에 자신의 아이가 어떤 학대를 당했는지 확인하지 못해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공립 어린이집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자체에서 위탁·운영하는 관내 국·공립 어린이집 한 곳에서도 학대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에 진주시는 지난달 19일 해당 어린이집 원장자격정지 3개월, 보육교사 2개월의 자격정지 행정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어린이집 측은 이에 불복했고, 지난달 30일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이곳은 지금도 정상 운영되고 있다

이은상 기자.
이은상 기자.

올해 진주에서 아동학대 의심사례로 경찰수사를 받은 어린이집은 7. 피해 아동의 수는 30여 명에 달하지만, 뾰족한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보육현장과 아동복지 담당기관에서는 예산과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으며, 학대 예방 정책을 지속적으로 이끌어갈 컨트롤 타워는 부재하다. 가해자 처벌강화에 초점을 맞춘 땜질식 정책이 반복되면서 피해 아동과 가족들은 지금도 고통 받고 있다.

이제 정부가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 나서야 할 때이다. 아동학대 신고부터 사례관리 종료까지 전 과정에 걸쳐 국가차원의 공적개입이 필요하다. 학대 예방을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 수립 및 관련 예산 확대와 함께 학대 피해 아동과 가족에 대한 정서적 치료 등 충분한 돌봄이 이뤄질 수 있도록 사후 지원체계 구축이 절실하다.

특히 진주시는 진주만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을 신설해 이 문제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 그간 경남서부아동전문기관 한 곳이 진주를 비롯한 8개 시·군의 아동학대 업무를 관장하면서 지원서비스 제공 혜택이 일부에 그친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이 분리·운영되면 사례관리의 횟수와 질을 높일 수 있고, 경찰과 지자체를 비롯한 유관기관과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또한 시는 2021년 신설되는 진주시 아동보호 전담팀의 전문성을 강화해 피해 아동과 가족들이 학대 신고 이후 겪고 있는 불편을 해소토록 지원해야한다.

더 이상 아동학대를 보육현장의 책임만으로 미루어서는 안된다. 피해 아동에 대한 책임은 우리 모두에게 있기 때문이다. 협동조합형태의 공동육아 어린이집처럼 부모들이 서로 연대하고, 학부모와 어린이집 간 유대를 강화하며, 민간기구와 지자체·중앙정부가 긴밀하게 연계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때 아동학대 문제의 실마리는 풀릴 수 있다. 더 이상 학대 피해 아동과 가족들이 고통 받지 않을 수 있는 대책마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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