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예방 관련 인력, 예산 턱없이 부족하고, 신고의무자 신고비율 현저히 낮아

▲ 최근 3년간 진주시 관내 아동학대 사례 현황.

[단디뉴스=이은상 기자] 아동학대 사건은 매년 늘고 있지만, 학대 근절을 위한 실효성 있는 예방책은 보이지 않는다. 보육현장과 아동복지 담당기관은 예산 부족과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으며, 학대 예방 정책을 지속적으로 이끌어갈 컨트롤 타워는 부재하다. 가해자 처벌강화에 초점을 맞춘 땜질식 정책이 반복되면서 피해 아동들은 지금도 고통 받고 있는 실정이다.

2부에서는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례가 반복되고 있는 근본적 원인을 진단해본다.

보건복지부의 ‘2019 아동학대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아동학대 판정 사례 총 3만 45건 가운데, 어린이집 보육교직원에 의한 아동학대 판정 사례는 1384건으로 4.6%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어린이집 아동학대 문제는 과거에 비해 아동이 어린이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고, 아동 인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진주에서는 어린이집 보육교사로부터 학대 피해를 입은 아동이 다시 학대를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보육현장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3년간 어린이집 아동학대 의심 신고사례는 총 17건(△2018년 6건 △2019년 4건 △2020년 7건)이며, 6건(△2018년 3건 △2020년 3건)이 학대 판정을 받았다. 4건은 현재 수사 중이다.

피해아동 학부모 A씨는 “CCTV도 확인하지 못한 채 경찰로부터 아이가 학대를 받았다는 통보만 받았다.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도 심리상담 및 치료지원에 대한 내용을 안내 받지 못했다”며 “시에서도 적극적인 아동보호조치가 없어 학대 피해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고 말했다.

 

▲ 시설종사자 유형별 학대행위자 특성(사진=2017 전국아동학대 현황보고서).

□ 보육현장에서 일어나는 아동학대 원인은?

어린이집 아동학대는 보육교직원의 개인적 요소와 보육환경을 비롯한 구조적 요소로 접근해 볼 수 있다. 먼저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례 대부분은 보육교직원에 의해 일어나는 만큼 아동의 보육을 전담하는 보육교사의 자질과 인성, 양육기술의 미숙 등이 아동학대 발생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분석이다.

‘2017 전국아동학대 현황보고서’의 시설 종사자 유형별 학대행위자 특성에 대한 조사에서는 △파악안됨(72.3%)과 △특성없음(13.8%) 항목을 제외한 나머지 19개 항목 가운데, 시설 종사자의 △양육태도 및 방법부족(9.1%) △사회·경제적 스트레스 및 고립(3.5%) △성격 및 기질 문제(1.2%) 등이 아동학대 원인으로 파악됐다.

보육교사 자격증이 학점은행제와 사이버대학 이수만으로 쉽게 취득할 수 있다는 점도 아동학대 발생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보육교사로서 인성과 자질이 부족한 사람들에게도 자격증이 쉽게 부여되면서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의 인식이 부족하고, 아동학대 발생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아동학대의 책임을 보육현장에 떠넘기는 것만으로는 아동학대를 예방할 수 없다. 백미림 심리상담사는 “가정과 어린이집 간 보육환경의 괴리로 인해 아동학대가 일어나는 경우도 많다”며 “아동학대를 예방하기 위해선 일차적으로 가정에서 아동에 대한 교육이 이뤄지고, 어린이집과 학부모간의 지속적인 소통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 아동학대 신고자유형(사진=2018 아동학대 통계).

□ 아동학대 발견 어렵지만, 신고의무자의 아동학대 신고비율 현저히 낮아

어린이집 아동학대는 보육교사의 학대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어린이집 아동학대 조사는 신고가 있어야 진행가능한데, 5세 미만의 아동은 자신이 경험한 학대 상황을 스스로 인지하고, 표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아동학대 조사는 학부모들이 아동의 신체적 상처 등을 발견한 후, 조사기관에 신고하면서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동이 입은 정서적·성적학대 등은 CCTV로 확인하기도 어려운 만큼 실제 보육현장에서 이뤄지는 학대 행위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신고의무자로 분류되는 보육교직원의 신고비율이 낮다는 점도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례를 파악하기 어려운 이유로 꼽힌다. ‘2018 아동학대 주요통계’에 따르면, 아동학대 의심사례로 신고된 3552건 가운데, 보육교직원의 신고 사례는 213건으로 전체의 0.6% 수준에 불과했다. 이들이 함께 일하는 동료를 아동 학대 혐의로 신고하기에 어려움이 따른다는 분석이다.

보육교사 B씨는 “아동학대가 일어나는 현장을 목격해도 신입인 보조교사가 10년차인 담임교사에게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혹여나 학대 사실이 밖으로 새어 나가면 어린이집 전체가 피해를 입을 수 있어 묵과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경우 일선 지자체의 관리 감독 기능이 요구되지만, 이마저도 힘든 실정이다. 진주에는 보육담당 공무원 5명이 2400여 명의 보육교직원을 관리·감독하면서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다. 진주시는 아동학대가 발생한 어린이집에서 부정수급이 발생하는 것도 미연에 방지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보육교직원 운영실태 및 처우(사진=2018년 전국보육실태조사).

□ 보육교사 근로여건 개선 ‘시급’

CCTV 설치 의무화, 처벌강화 등 보육현장에 대한 통제 위주의 정책들이 제시되지만, 이것만으로 아동학대를 근절하기는 어렵다. 그간 보육현장에서는 아동학대 발생의 원인으로 보육교사의 자질과 인성 외에도 열악한 근무환경 등을 원인으로 지적해 왔다.

‘2018년 전국보육실태조사’에 따르면, 2017년 보육교직원의 사직률은 25.7%로 나타났다. 2017년 한 해 동안 조사대상 인원 2만 1984명 가운데, 4662명이 사직한 것이다. 중간 경력자인 보육교사 34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조사에서 보육교사들의 1일 평균 근로시간은 9시간 7분, 주당 총 근로시간은 46시간 26분으로 노동 강도가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평균 점심시간은 7분, 휴게시간은 37분으로 복지수준도 열악한 편이다. 실제 사용한 연·월차휴가 일수는 평균 10.5일로 나타났다. 기타 휴가(생리휴가 등)를 사용한 비율은 전체 교사 가운데, 14.8%로 평균 0.5일 사용했다. 이 같은 보육교사의 열악한 근무환경은 보육의 질 저하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2018년 기준, 보육교사의 월 평균 급여도 낮았다. 213만 원이다 (기본금 170만원, 정부 및 지자체 지원수당 38만 4000원, 기관 제수당 6만원). 특히 민간과 가정어린이집 보육교사의 기본급은 162만원과 157만원으로 국공립 어린이집 보육교사에 비해 처우가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육교사의 전문성 유지를 위해 경력자가 보육현장에서 지속적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호봉제 준수 등 정부차원의 인건비 지원책이 요구된다.

어린이집 원장 C씨는 “표준보육료는 오르고 있지만, 최저임금의 인상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최저시급이 높아서 10년 차 보육교사에게 신입 교사와 동일한 급여를 지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국공립 어린이집과 달리 민간 어린이집의 경우, 원아 수가 줄어들게 되면 정부와 지자체에서 보육교사의 인건비 지원을 보장하지 않아 어린이집 운영에 어려움이 따른다”고 밝혔다.

 

▲ 연도별 아동학대사례 건수 및 아동보호전문기관 수(사진=2018 아동학대 통계).

□ 아동보호전문기관, 인력과 예산 턱없이 ‘부족’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아동학대가 발생한 이후 신고접수와 현장조사, 아동보호서비스 제공, 심리상담 및 치료서비스 제공 등 사후대처 중심의 업무를 담당한다. 사실상 아동학대에 관한 대처와 예방업무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전담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이와 관련된 예산과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2020년 3월 기준으로 중앙 1개소와 지역 67개소가 설치·운영되고 있다. 전국 266개 지자체의 26% 수준에 불과하다. 아동학대 의심사례 건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지만, 아동보호전문기관의 확충 속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상담원은 현장조사와 학대여부 판단, 사례관리 업무까지 맡고 있는데, 한 사람이 담당해야할 업무가 많아 모든 사례를 감당하기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상담원 1인당 사례관리 건수는 64건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1인당 적정 아동학대 사례 관리 건수 기준을 32건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미국아동복지연맹에서는 상담원 1인당 적정 사례 건수를 17건으로 정하고 있다. 인력부족은 업무과중에 따른 잦은 이직의 문제로 이어진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상담원의 이직률은 28.5% 수준으로 나타났다. 과중한 업무 탓에 세 명중 한 명이 이직하고 있는 셈이다. 아동보호전문기관 종사자의 근속기간도 3.3년으로 매우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욕설과 협박 등 민원인으로부터 정신적 스트레스를 겪고 있기도 하다.

진주를 비롯한 경남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2018 아동학대 주요통계’에 따르면, 경남지역의 기관 한 곳이 담당해야하는 아동인구 수는 18만 9000여 명으로, 대전(25만 7000여명) 다음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에는 3곳의 아동보호전문기관(서부, 경남, 김해)이 있는데, 3곳에서 44만 7000여명의 아동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그만큼 아동학대 예방 안전망이 느슨해 질 수밖에 없다. 진주시를 관할하고 있는 경남서부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 1인당 사례건수는 평균 68.6건에 달한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이 관할하는 행정구역 내에 아동인구가 적을수록 피해아동을 많이 발견할 확률이 높다. 관할 구역이 좁고, 아동보호전문기관 종사자의 인력이 많을수록 아동학대를 예방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이다. 경남의 인구 천 명당 피해아동발견율은 1.97‰로 전국 평균인 2.98‰보다 낮았고, 세종시(0.90‰) 서울시(1.64‰) 다음으로 전국에서 3번째로 낮은 수치를 나타냈다.

남인순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은 앞서 “아동학대를 방지하고 피해아동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선 관련 인프라와 인력의 확충, 적정한 예산 확보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 연도별 피해아동 발견율(사진=2018 아동학대 통계).

□ 아동보호 관련 예산, 보건복지부 예산의 0.03%에 불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이 부족한 이유는 법령에 규정된 단서조항의 내용과 예산부족 때문이다. 아동복지법 제45조에는 “지방자치단체는 학대받은 아동의 발견, 보호, 치료에 대한 신속처리 및 아동학대 예방을 담당하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을 시도 및 시·군·구에 1개소 이상 두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단서조항으로 “시·도지사는 관할 구역의 아동 수 및 지리적 요건을 고려하여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둘 이상의 시·군·구를 통합하여 하나의 아동보호전문기관을 설치·운영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진주시를 비롯한 서부경남 8개 시·군에서는 경남서부아동복지전문기관이 아동학대와 관련된 지원업무를 맡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 아동보호전문기관 운영에 투입되는 아동보호 관련 예산은 285억여 원으로 보건복지부 총예산인 82조 5269억 원의 0.03% 수준에 불과하다. OECD 회원국 평균 예산의 7분의 1수준에 그친다. 특히 아동학대 예방과 관련된 예산 대부분이 국가의 정식 예산인 일반회계가 아닌 법무부의 범죄피해자기금과 기재부의 복권기금 등으로 충당된다는 점도 문제다. 다른 부서의 예산이 늘어나면 아동학대 예방 관련 예산은 줄어드는 식이다.

진주에서는 올해 어린이집 학대로 피해를 입은 아동의 수가 20여명에 달하지만, 아직까지 심리상담과 치료 등의 지원 혜택을 본 이들은 없다. 예산상 제약으로 저소득층 등 우선순위에 따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지원 대상자가 일부에 그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지난해 피해자 지원사업 예산은 7000여만 원으로 학대판정을 받은 피해자 175명 가운데, 98명만 혜택을 봤다. 나머지 44%는 혜택을 못 본 셈이다.

송동호 서부경남아동보호전문기관장은 “서부경남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진주시를 비롯한 서부경남 8개 시·군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 상담원들의 업무과중이 크다”며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선 아동보호와 밀접한 업무를 맡고 있는 보육현장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처우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 피해아동 발견율 현황(사진=2018 아동학대 현황)

□ 제도적 한계점 보완 ‘절실’

아동학대 사례 대처를 두고 유관기간 간 이견이 발생하는 점도 문제다. 학대조사 단계에서 경찰은 형법에 근거해 뚜렷한 범죄피해 사실이 발견되지 않으면 아동학대로 인식하지 않지만,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들은 가벼운 외상과 방임도 학대로 인식한다. 아동학대 판정 여부를 두고 양 기관이 다른 의견을 보이는 경우가 있어 아동학대 피해 학부모들의 혼란이 가중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인력과 재정이 부족한 상황에서 아동학대 방지를 위해서는 유관기간의 협력 강화, 지역사회 네트워크 강화 등이 필요하지만, 이마저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아동학대 예방정책을 맡은 범부처 아동학대대책추진협의회와 아동학대점검단은 한시적으로 운영되거나 검토 단계에서 사라졌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열린어린이집과 부모모니터링단, 운영위원회 등이 운영되지 않으면서 지역사회에서 어린이집 감시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아동학대 관련 예산과 인력은 부족하고, 가해자 처벌에 초점을 맞춘 땜질식 정책이 계속되면서 학대 피해 아동들은 지금도 고통 받고 있다.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정부차원의 실효성 있는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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