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과연 내 아이를 데리고 남강유등축제를 보러 갈 수 있을까

진주시민입니다. 진주에 거주한 지는 올해로 16년째를 맞이하네요. 이곳에서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으니 이제는 우리 아이에게는 고향이 되었답니다.

진주에 살면서 가장 좋은 점 중에 하나는 전통을 자랑하는 축제가 성공적이고 아주 흥미롭게 개최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진주 사람이라면 누구나가 외지인에게 진주를 자랑할 때 개천예술제와 더불어 유등축제를 첫손에 꼽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저도 마찬가지로 매년 10월이면 교통체증에 투덜거리기도 하지만 아이들 손을 잡고 강변을 나가면 화려한 유등과 볼거리 먹을거리 체험거리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곤 합니다. 올해는 유료화가 된다니 솔직히 좀 부담스럽긴 하지만 예년과는 또 다른 볼거리 등 새로운 프로그램이 많이 준비되겠지 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어제 우연히 전단지를 하나 보게 되었습니다. ‘유료화로 인해 달라지는 것’이라는 제목이었던 것 같습니다. 유등의 조명도 바뀌고, 부교도 무료로 통과한다고 하고, 불꽃놀이도 5회에 걸쳐 진행된다고 합니다. 당연히 볼거리도 좀 더 다양해지고 많이 바뀌겠지요. 기대가 됩니다. 그중 유독 눈에 띄는 것은 펜스를 예쁜 모습으로 설치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펜스를 설치한다?? 담을 친다는 말인데 머릿속에 몇 가지 의문점들이 들기 시작합니다. 펜스가 설치되면서 총 8개의 출입구가 설치된다는 것입니다. 그중에 4개인가는 진주성 쪽에 설치가 되고 나머지 4개는 반대쪽 강변에 설치가 되는 것으로 본 것 같습니다.

안전에 대한 염려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안전에 대한 다각도의 계획이 세워져 있겠지라고 생각은 들지만 제가 본 전단에도 SNS에도 시청홈페이지에도 이번 축제와 관련된 안전대책에 대한 문구나 설명은 없었습니다. 이번 유료화와 관련하여 토론회 등이 개최된 걸로 아는데 안전대책에 대한 내용이 빠지지는 않았을까 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예상되는 문제점을 몇 가지로 짚어보면, 작년에 진주성 안에서 불꽃놀이를 관람했었습니다. 불꽃놀이가 끝나고 그곳에 있던 시민들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조금 당황스러웠습니다. 공북문과 촉석문 두 군데로 30여분 이상 동안 사람들이 몰렸던 것이지요. 혹여 저기 앞에서 누구하나 넘어지면 어쩌나 하는 아찔한 생각이 들어 조바심을 치며 지켜봤습니다.

이런 현상이 올해는 전체 행사장에서 벌어진다는 것입니다. 특히나 진주성 반대쪽 강변에는 진주성에 들어오는 인원보다 몇 배는 많을 터인데 이 사람들이 불꽃놀이가 끝나고 한꺼번에 빠져나가다 불상사라도 생기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됩니다. 특히나 올해는 5회에 걸쳐 불꽃놀이를 한다는데…. 그래도 진주성은 바닥이 깨끗하고 조명이 밝았지만 진주성 반대쪽이라면 울퉁불퉁한 바닥에 조명도 약해 뒤에서 밀리면 앞사람이 넘어질 가능성이 많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나 아이들도 많고 어르신들도 많은데 안전대책은 제대로 하고 있을까? 하는 첫 번째 의심이 들더군요.

두 번째로 응급환자가 생겼을 때 어쩌나?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축제장에 출입구가 정해져 있다면 이곳으로 응급의료차량의 진출입은 가능할까 싶습니다. 그리고 응급환자가 있는 곳에서 출입문까지의 거리가 있는데 찾아 갈 수는 있는 것인가 다른 해 같으면 강둑을 타고 들것을 가지고 내려오거나 할 수 있을 텐데 펜스를 치면 출입구 이외에는 응급환자를 옮길 방법이 없을텐데 여기에 대한 대책은 있을까, 환자를 찾아 옮겨가는데 몇 분이나 걸릴지 하는 시뮬레이션은 되어있을까, 그리고 유등축제에는 어린아이들이나 나이가 많으신 어른들도 엄청 많이 오시는데 술도 한 잔씩들 하실 텐데…, 응급환자가 이제껏 없었을까? 하는 의심이 들었습니다. 응급환자는 분초를 다투는 상황입니다. 펜스가 방해가 된다면 없느니만 못한 펜스가 되어버리게 되겠지요.

세 번째로 진주교와 천수교에도 펜스가 쳐지고 행사장 전역에 펜스가 쳐진다고 했는데 그럼 안전하게 시공이 가능한건지도 의문이 생깁니다. 예년에 천수교와 진주교 난간에 수많은 인파가 사진촬영과 구경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때도 난간에 기대어 있는 시민들의 모습이 위태로워 보였었는데 펜스가 쳐진다면 그위로 올라가려는 사람은 없을까?? 왜냐하면 유등축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좋은 조망지이기 때문에 사진촬영을 위해서나 아님 구경을 위해 올라가는 사람이 생길 수 도 있겠다. 그러면 견딜 수 있을 정도로 견고하게 설치가 가능한가? 난간에 철사와 같은 것으로 얼기설기 설치되면 위험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행사장 전체를 둘러싸게 되는데 임시로 만드는 시설물이 얼마나 튼튼하게 만들 수 있을까 걱정스러워 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우려가 커지다 보니 마지막으로는 혹시나 모를 행사장에서 급박하게 시민들이 대피해야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 예를 들어 보자면 불꽃놀이를 하다가 오폭사고나 시민들을 향해 발사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아님 영화같은 상상이지만 테러라든가 남강댐에서 급하게 수문을 열어야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던가 하는 경우 이 사람들이 안전하게 대피는 가능한 것인가? 펜스가 없다면 강둑위로 대피가 가능하겠지만 펜스가 쳐지면 개인이 피할 수 있는 공간은 그 좁은 강변밖에 없는데라는 생각까지 미치게 되었답니다.

이러한 유사시를 대비한 안전대책이 되어있지 않다면.... 아, 그렇다면 이번 남강유등축제에 내 아이를 데리고 축제장을 가야 하는 것인가? 우리 아버지, 어머니를 모셔야 되는 것인가 고민을 해봐야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우려고 염려일 뿐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진주시와 안전을 책임지는 당국에서는 안전훈련이 있었다는 소리를 듣지도 안전계획이 세워져 시뮬레이션 되었다는 이야기도 들어 보지 못했습니다.

잘 준비되어져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만에 하나 이러한 안전대책에 대해 소홀히 한다면 큰일 아니겠습니까? 세월호 사고나 얼마 전 돌고래 사고를 들먹일 필요도 없이 이와 유사한 행사장 사고는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판교 테크노밸리 축제에서 일어났던 환풍구 추락사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사고였습니다. 시민들이 공연을 보자고 환풍구 위에서 보고 있었는데 그것이 죽음으로 연결 될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몰랐을 것입니다. 하루 관람객이 판교 테크노밸리 축제보다 몇 배는 더 많은 인파가 모이는 곳이라면 안전에 대한 대비는 더욱 철저해야 할 것입니다.

혹시나 저의 우려처럼 펜스를 친다는 발상이 졸속으로 만들어진 대책 없는 계획이 아니기를 바랄 뿐입니다. 더욱이 지난 축제 때 사용한 매뉴얼에 인원 몇 명 추가하는 식의 안전대책을 새롭게 만든 것처럼 생각하면 안 됩니다. 펜스가 쳐져있다는 것은 완전히 새로운 환경을 만든 것임으로 안전매뉴얼이나 비상 대책도 완전히 새로운 관점에서 새롭게 만들어져야합니다. // 하진기 (44. 진주시 신안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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