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혁의 꼬지꼬지] 재정자립화가 유료화의 목적이 되어선 안된다

진주남강유등축제 유료화가 결정되었다. 우후죽순 축제들이 많이 생겼고 세금낭비만 하는 지방축제들이 비일비재하다는 뉴스들을 듣곤 했다. 그러나 진주남강유등축제(이하 유등축제)는 ‘대한민국 대표축제’라는 타이틀만큼이나 방문객도 많고 인기있는 축제며 해외로까지 수출되는 문화상품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항상 유등축제에도 예산부족이라는 꼬리표가 달려 있었다.

그러니 이 멋진 축제, 진주지역의 자랑인 유등축제를 계속 이어가기 위한 재정자립의 일환으로 ‘유료화’란 방법은 일견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 2014년 진주 남강 유등축제 모습.

그러나 유등축제의 유료화 결정에 있어 꼭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 있다. 하나는 무리한 유료화만이 정답일까? 라는 것이고 또 하나는 과연 ‘유료화’의 진짜 목적이 무엇인가? 라는 것이다.

첫째로 ‘유료화’ 밖에 길이 없는가이다. 사실 제일 손 쉬운 결정이고 해답이다. 유료화만큼 확실한 축제 재정 자립의 수단이 어디 있을까? 더구나 유등축제는 우리나라 대표 축제로 인지도도 높고 방문객만 무려 280여만 명에 이른다. 그런 축제에 그물펜스 치고 돈 받겠다고 하면 올해 진주를 찾을 관광객들이 돈 1만원 때문에 돌아갈까? 하루 최하 2만 명만 유로티켓을 끊는다 치면 10일동안 20억 원, 유등축제 전체 예산이 34억 원을 감안하면 재정자립은 거의 누워 떡먹기다. 대동강 물 팔아 먹는 김선달이 따로 없다.

축제때마다 진주시 강변을 꽉 메우는 수많은 인파들, 매일같이 수만명이 진주를 찾는데 그들에게 입장료를 받는다? 참 달콤한 상상이다. 1만 명이면 1억 원이고 10만 명이면 10억 원, 100만 명이면 100억 원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자. 진주유등축제의 전체 예산은 국비와 도비의 지원, 그리고 사업수익, 나머지는 시비로 충당된다. 국비와 도비는 2012년까지 10억 원, 2013년 8억 원, 2014년 4억 원으로 줄어 들었다. 2014년을 기준으로 따지면 전체예산 34억 원중 국비와 도비가 4억 원, 부교통행료, 소망등, 유람선, 유등띄우기, 기념품, 부스분양, 광고수익등의 전체사업수익이 15억 원으로 결국 진주시가 부담한 시비는 15~16억 원 수준이다.

진주남강유등축제의 경제효과가 1600억이라고 한다. 축제기간 진주를 찾는 관광객이 280만 명이다. 한해 15~16억 원을 들여 진주시의 이미지를 제고시키고 엄청난 경제적 효과까지 거둔다면 과연 그 돈이 아까울까? 세금은 낭비되고 불필요한 예산을 아껴서 이런 곳에 더 써야하는 것 아닌가 말이다. 1조 원짜리 살림을 사는 진주시가 ‘진주유등축제’에 예산을 쓴다고 해서 반대할 시민은 그리 많지 않지 싶다. 더구나 십수년 동안 충분히 내실을 기해 왔고 새로운 수익모델을 창출하려는 노력들만 더해진다면 그물펜스 치고 길가는 손님들 통행료 받는 무리수까진 꼭 두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 지난 5월 있었던 유등축제 유료화 방안 시민공청회

두 번째 문제가 더 중요하다. 바로 ‘유료화’의 진짜 목적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만일 유료화의 목적이 단순히 ‘축제 재정자립’이라면 그것은 오랜기간 진주의 역사와 문화로 십수년간 성장시키고 발전시켜 온 유등축제의 열매를 뿌리까지 몽땅 털어 먹고 씨를 말리는 것과 다름 아니다.

당장 300만명 가까운 관광객들 중 단 10%만 유료화 해도 재정 자립을 넘어 흑자 축제의 삼페인을 터트릴 수 있다. 유등축제의 ‘유료화’는 곧 동시에 축제재정자립 100%를 의미한다. 엄청난 성과다. 역사적인 치적이다. 유등축제의 진짜 목적이 이렇듯 말초적인 발상인 ‘예산절감’ ‘축제재정자립’ ‘흑자전환’에 있다면 너무나 큰 문제다. 이것은 곧 ‘진주 남강 유등축제’라는 진주시민의 역사, 문화적 자산이 누군가의 치적쌓기라는 단기적 목적에 이용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료화’의 진짜 목적은 ‘재정자립’이 아니라 ‘유등축제의 미래’에 있어야 하는 것이다. 문제는 과연 지금 유료화 결정에 유등축제와 관련한 그런 장기발전계획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 결국 매년 수십억원의 손쉬운 수입이 생기는데 유등축제 유료화를 계속 유지할만한 컨텐츠나 시설투자 및 문화예술의 인프라 구축등의 장기계획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렇듯 핵심은 '유료화'가 아니라 '유등축제의 미래'다. 미래에 대한 비전이나 정확한 계획이 없다면 난전에서 자릿세 뜯는 조폭과 다를 바 무엇일까? 손님들 길 막고 통행료 삥 뜯는 것과 다름 아니다. 유등축제가 가지고 있는 그동안의 인지도와 유명세 덕에 한 두해, 아니 몇 해 더 대동강 물 팔아 먹듯 손쉽게 남는 장사는 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과연 그것이 계속 이어질 것인가? 유료화에 걸맞는 유등축제의 내용을 만들어 낼 수 있는가? 관광객들의 높아진 눈높이를 만족 시킬 수 있는 축제를 보여 줄 것인가? 그래서 다시 찾고 싶고 누구에게나 알리고 싶은 그런 유등축제가 ‘유료화’의 진짜 목적이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반드시 유료화 결정의 가장 중요한 바탕은 구체적인 ‘유등 축제의 장기 플랜’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비전 없이 재정자립도 100%를 만들겠다는 말로 시민들을 혹세무민 하기만 한다면 단언컨대 유등축제의 미래는 없다. 단지 진주시 또는 누군가의 오래못갈 치적일 뿐이다.

진주남강유등축제 유료화. 결정된 일이다. 적어도 ‘유료화’가 적자를 메우기 위해, ‘재정자립 축제’를 만들기 위한 것이 안된다. 적자, 흑자를 떠나 세금은 필요한 곳에 쓰여져야 하는 것이고, 궁극적인 목표는 ‘재정자립’이 아니라 ‘유등축제의 미래’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진주시민들은 축제기간 불편하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 이해관계의 다름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민들은 유등축제를 자랑스러워하고 또한 진주를 찾은 관광객들이 즐겁게 머물고 다시 찾기를 기대한다. 진주시는 유료화 홍보도 중요하지만 1년뒤, 그리고 5년, 10년뒤 축제를 어떤 모습으로 만들겠다는 장기적인 비전을 내놓기 바란다. 축제가 끝난 후 재정자립 원년 자축 보도자료만 넘치는 진주시가 아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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