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근 음악제 프로그램 총 책임자, “진주시, 세계적 문화예술도시 되기 위해 자격 갖춰야”

[단디뉴스=이은상 기자] 이상근 작곡가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열리는 ‘이상근 국제음악제’가 15일 경남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화려한 부활을 알린다. 진주 출신인 이상근 작곡가는 ‘영남음악의 대부’, ‘한국의 차이콥스키’로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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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러 교향곡 제2번 '부활'. (사진=이상근국제음악제)

<단디뉴스>는 제9회 이상근 국제음악제 개막일을 맞아 음악제 프로그램 총괄 책임을 맡고 있는 김범기 작곡가를 만나봤다. 이상근 음악제의 부활이 지역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조명하고, 이 음악제가 국제적인 축제로 거듭나기 위한 방안을 짚어보기 위해서다.

김범기 작곡가는 경상대 음악교육학과 교수로 활동하고 있으며, 2019년부터 이상근 음악제 운영의 큰 축을 맡고 있다. 그는 현재 경상작곡가 협회 회장으로도 활약하고 있으며, 진주시의 음악적 부흥에 대한 열정도 남다르다.

그는 무엇보다 진주시가 세계적인 문화·예술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선 “진주시의 적극적 행정이 뒷받침돼야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 경상대 음악교육학과 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김범기 작곡가는 이상근 음악제 프로그램 총괄 책임자를 맡고 있다.

- 이상근 작곡가에 대해 잘 모르는 시민들이 많다. 좀 더 설명해 달라.

이상근 작곡가는 우리나라 현대 클래식 음악을 재창조한 독보적인 작곡가이다. 1922년 진주시 봉래동에서 출생한 그는 진주고·부산대학교 예술대를 졸업, 2000년 세상을 떠났다. 그의 대표곡으로 교향곡 제1번, 교향곡 제6번 ‘한국의 춤’, 관현악곡 ‘분노의 물결’ 등이 있다.

한국의 클래식 현대사가 100여 년으로 짧지만, 그는 한국의 오케스트라 음악이 자리를 잡는데 큰 획을 그었다. 또 ‘보병’을 비롯한 그의 작품은 6.25전쟁 중에 발표된 것이 많다. 당시 전쟁 중에 발표된 작품을 찾기가 힘든 만큼 그의 작품은 문화재적가치가 높다고 볼 수 있다.

그는 일반대중에게 접근하기 쉬운 교양곡을 많이 썼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이처럼 독보적인 작곡가이지만, 매우 저평가 되어 있는 것이 아쉽다. 아마도 그가 진주출신이기 때문이다. 그가 서울출신이었다면 그의 인지도가 홍난파, 현재명과 어깨를 나란히 했을 것이다.

 

▲ 진주 출신의 이상근 작곡가.

- 이상근 음악제와 사업단에 대해 말하자면?

이상근 음악제가 열리는 이유는 진주 출신 이상근 작곡가를 기리고 잠재성 있는 음악가를 발굴하기 위해서다.

2008년 처음 열린 이 음악제는 2015년까지 매년 열렸지만, 예산확보의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난 3년 간 중단됐다. 이상근기념사업회는 사무국장, 운영위원회위원, 자문위원 등 12명으로 구성돼 있다.

올해 시비 1억7000만 원을 확보, 3년 만에 부활하는 것이다. 지난 2일부터 14일까지 프리콘서트가 열렸다. 본 공연은 15일부터 30일까지 경남문화예술회관과 경상대 컨벤션센터에서 펼쳐진다.

 

▲ (사진=이상근국제음악제)

- 울리히 빈트푸르 지휘자가 참여하는 말러 교향곡 제2번 '부활'로 15일, 개막을 알린다. ‘부활’의 의미는 무엇이며, 또 이곡의 관전 포인트는 무엇인가?

먼저, 4년 간 중단됐던 이상근 음악제의 새로운 부활을 의미한다. 이 곡은 진주시립교향악단과 시민연합합창단 등 200명 이상의 단원이 참여하는 대규모·국제음악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선 진주시가 모든 음악적 역량을 결집시켜야 할 것이다.

부활은 표면적으로 죽음 이후 새로운 탄생을 말한다. 한 시간 이상 오케스트라 연주가 이어진 후에는 합창단의 목소리로 공연장을 가득 메울 것이다. 이 때, 죽은 사람이 새롭게 부활하듯이 장엄한 감동이 이어질 것이다. 관객들이 이러한 장면에서 깊은 감동을 느꼈으면 한다.

 

▲ 말러 교향곡 제2번 '부활'. (사진=이상근국제음악제)

- 부활이외에도 주목할 만한 공연과 행사가 있나?

지난 4일, 독일에서 활발하게 현대음악을 연주하고 있는 앙상블 KNM 베를린팀의 활동을 꼽고 싶다.

이팀은 지역의 초등학교를 방문, 수준 높은 클래식 음악을 교육의 현장에서 직접 시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음악인을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큰 자양분이 됐다. 앞으로 예산이 더 확보된다면, 시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음악교육을 더 확대하고 싶다.

우리나라의 피에스타 4중주가 유명 클래식을 선사하고, 젊은 연주자들로 구성된 브라스 마켓의 금관 5중주, 경남예고 청소년들을 위한 마스터 클래식 등 다채로운 공연이 30일까지 펼쳐진다.

 

▲ 아마추어 가곡 콩쿨. (사진=이상근국제음악제)
▲ 독일의 앙상블 KNM 베를린팀이 지수초등학교를 방문했다.

- 통영국제 음악제에서도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음악분야에서 유네스코 창의도시인 통영시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2015년, 통영시가 유네스코 창의도시로 지정된 비결은 행정이 국제화 규격에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통영시는 윤이상 작곡가가 지역출신이라는 점을 토대로 20여 년 간 통영을 세계적인 음악도시로 만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통영시는 예술가들이 이곳을 제2의 고향으로 여기게끔 국빈대우를 하고 있다. 또 통영시는 음악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통영국제음악재단은 통영국제음악제,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 통영시립소년소녀합창단도 운영하고 있다.

특히 통영시는 아시아에서 가장 유망한 국제 음악제로 평가받는 통영국제음악제를 성공적으로 운영함으로써 세계적인 음악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또 통영시는 파산한 신아조선소 일대를 문화·관광 복합단지로 재개발 계획이다. 지난해 도시재생 사업에 선정, 1조 1041억 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 통영국제음악당. (사진=통영국제음악재단)

- 이상근 음악제를 기획하면서 어려운 점은? 또 통영의 사례에 비추어 봤을 때, 앞으로 진주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통영시는 장기적인 계획아래 문화·예술 사업을 시의 자산으로 이끌어 냈다. 특히 인지도가 높은 예술가들을 음악제에 데려오기 위한 예산을 아끼지 않았다. 또 최소 3년 전부터 이 과정을 철저히 준비해왔다.

하지만 진주시는 예술가에 대한 마인드가 부족할 뿐 아니라 행정적인 지원이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 단지 국제적인 행사를 일회성으로 여는 것에만 급급하고 있다. 행사를 유치하고 이를 원만하게 운영하기 위해선 지속적인 지원과 관심이 절실하다.

특히 예술가들로부터 신뢰를 형성하고, 진주시를 찾고 싶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독일인 지휘자, 울리히 빈트푸르를 데려오기 위해 직접 삼고초려 했다. 그는 진주시를 방문한 최초의 외국인 지휘자이자 음악감독이다.

 

▲ 지난 13일 진주시청 브리핑룸에서 이상근 기념사업회와 함께 기자회견에 나선 울리히 빈트푸르.

앞서 기획문화위원회에서 예산을 승인한 건을 두고 진주시의회에서 제동을 건 사례는 예술인의 신뢰를 더 떨어트리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행위가 반복되면 예술인들이 진주시를 찾기 힘들 것이다.

경남도 소속으로 되어 있는 문화예술회관을 대관하는 것도 힘들었다. 또 부족한 예산으로 저명한 예술인들을 유치하는 것도 어려웠다. 인맥을 활용해 직접 찾아다니며, 그들을 데려왔다. 앞으로 진주시의 적극적인 행정적 뒷받침이 있었으면 한다.

- 나에게 있어 음악이란?

인간의 모습에 대한 표출이라고 본다. 음악은 작곡가들이 당시 시대와 그 지역의 모습을 반영하는 거울과도 같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진주로 오니. 자연이 너무 아름다웠다. 남강 변과 지리산과 이어진 산자락은 작곡을 하는데 있어 많은 영감을 줬다. 이를 바탕으로 진주의 사계라는 곡을 짓기도 했다.

 

▲ 오케스트라 단원들. (사진=이상근국제음악제)

-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진주시가 유네스코 창의도시로 지정됨에 따라 지역 문화·예술도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특히 민속음악을 클래식과 결부해 창의적으로 개발하고, 발전시키는 방법도 있겠다.

진주시는 앞으로 단지 예산을 지원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예술가에 대한 신뢰감을 형성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해야한다. 세계적인 수준의 문화는 돈만으로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세계적인 문화예술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진주시는 그 자격부터 갖추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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