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대학교 체육교육학과, 강압적 군기문화 논란

자치활동 규칙 제정, 개인의 자율권 보장 등 개선 노력 이은상 기자l승인2019.09.27l수정2019.09.27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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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들의 호칭은 남녀 구분 없이 ‘행님’. 혹시라도 ‘형’이나 ‘형님’이란 호칭을 쓰면 혼났는데, 이유를 모르겠다.” “학과행사 때 입에 막걸리 한 병을 퍼붓고, 상의를 탈의해 운동장을 뛰기도 했다.” “선배들의 명령에 불복하면 욕설을 듣고, 얼차려를 받기 일쑤였다. 학과 생활에 개인의 자유란 없다.”

 

▲ 경상대학교 체육교육학과의 강압적인 군기문화가 논란이 되고 있다.

경상대학교 체육교육학과의 강압적인 군기문화가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7일, 체육교육학과 1학년으로 추정되는 익명의 제보자가 경상대학교 커뮤니티에 이러한 내용을 폭로했다. 이 사건은 학내 인권침해 논란을 일으키며 미술교육학과, 사회과학대학 등 학내 ‘미투운동’과 같은 양상으로 피해자들의 진술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같은 문제가 예비교사 양성기관인 사범대학에서 발생한 터라 예비교사의 자질 문제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 내용을 두고 부정적인 반응의 댓글이 이어졌다. 가해학생을 징계하고, 앞으로 이러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자는 것이다.

 

▲ 경상대학교 체육교육학과 학생들이 얼차려를 받고 있다.
▲ 선배로 추정되는 학생이 후배로 추정되는 학생들에게 군기교육을 시키고 있다.

제보자가 이러한 내용을 알린 이유는 2학기 학과행사를 앞둔 시점에 강압적인 학과 생활에 심리적인 부담감을 느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체육교육학과의 이러한 인습은 과거부터 이어져 왔기 때문에 학과 자치활동에서 당연히 따라야 하는 규율로 자리 잡혀 왔다는 후문이다.

체육교육학과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강압적인 자치활동 문화를 개선해 나가기로 했다. 학과 학생활동 규정과 학과 생활문화규정의 제정을 통해서다. 기존의 강압적인 학내문화를 보다 민주적인 방향으로 개선해 개인의 자유권을 보장하자는 것이 핵심내용이다.

체육교육학과는 학과 자치활동 개선을 위해 세가지 이념을 내세웠다. 핵심내용은 △모든 학생자치활동은 ‘교육적 가치’를 기반으로 ‘자율’과 ‘책임’의 관점에서 수행함을 대전제로 한다 △자치활동에 있어 ‘강압’과 ‘억압’ 등의 비인격적 행위는 일체 금지한다 △학생활동 간 ‘서열’이 발생하는 행위 및 가혹행위 등의 인권침해 행위는 일체 금지한다 등 이다.

 

▲ 경상대학교 체육관

체육교육학과는 지난 23일, 구성원의 고민 끝에 이러한 세가지 이념을 바탕으로 한 세부적인 생활문화규정을 도출했다. 또한 이들은 모든 학생의 의사를 반영하기 위해 지난 23일부터 내달 2일까지 서약서를 받고 있다. 서약서의 내용은 체육교육학과의 구성원으로서 재학기간 중 자치규정을 준수하고, 학생자치활동에 적극 참여해 성숙된 학과문화 형성에 이바지하자는 것이다.

학생들이 서약서에 동의를 하게 되면 생활문화 규정에 동의하는 것으로 보고, 학과 단체 활동에 적극 참여하면 된다. 그렇지 않는다면 개인 활동의 자유가 보장된다. 서약서는 지난 26일 기준, 22장이 제출됐다. 체육교육학과 총 80여 명의 학생 가운데, 1학년 학생은 22명이다.

체육교육학과 학생회장 A(4학년) 씨는 “교육적 가치를 기반으로 생활문화 규정을 만들었다”면서도 “이러한 내용이 모든 구성원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는 없으므로 건의함을 설치해 추가적인 건의사항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체육교육학과 B(1학년) 씨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다가가려 노력하는 것 같다”며 “아직도 후배들이 불편한 점이 많겠지만, 이전보다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체육교육학과 학과장 하재필 교수는 “이번 사건은 일종의 군기문화가 개선되지 않아서 발생한 것 같다”며 “이번 일을 전화위복으로 삼아 성숙한 자치문화를 형성하고, 체육교육학과가 한 걸음 더 도약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 서약서는 체육교육학과의 구성원으로서 재학기간 중 자치규정을 준수하고, 학생자치활동에 적극 참여해 성숙된 학과문화 형성에 이바지하자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은상 기자  ayoe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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