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의 페미니즘 "학내 여성혐오적 분위기의 연장선"

지난 23일 한 남성이 경상대학교 에브리타임(앱 게시판)에 여자기숙사 앞에서 자위하는 사진을 올려 논란이 일고 있다. 총학생회는 이 사건을 음란물 게시사건으로 보고 대학본부와 함께 진주 경찰서 사이버 수사대에 방문, 신고했다. 또한 형법 245조 ‘공연음란죄’,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7의 ‘음란물 유포죄’로 해당 사건을 경남지방경찰청에 고발했다.

 

▲ 경상대 에브리타임 앱 게시판에 올라온 사진. 한 남성이 여학생 기숙사 앞 쪽에서 음란행위를 하고 있다.

학내 일부 여학생들은 이 같은 사건이 학내에 만연한 ‘여성혐오’의 연장선이라 주장한다. 경상대 페미니즘 스터디 ‘수요일의 페미니즘’은 28일 교내 학생회관 1층, 교육문화센터 1층, 사회대 1층 등 5곳에 대자보를 붙였다. 이들은 대자보에서 “이번 사건은 학내에 존재해왔던 여성혐오의 연장선”이라며 “총학생회가 대안으로 CCTV 추가설치를 제안했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은 그간 대학가에 여성혐오가 만연해왔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그 예시로 △새내기에게 장기자랑으로 섹시댄스를 강요하는 행사가 열리는 점 △축제기간 유명 여자 연예인을 성적대상화하고 성행위를 연상키는 주점메뉴가 오른 점 △총학생회 대의원회가 권한 없이 학내 자치기구인 총여학생회를 폐지한 점 △페미니즘 스터디 홍보에 댓글테러가 일어난 점 △인문대와 공대 여자화장실에서 불법촬영 사건이 일어난 점 등을 들었다.

 

▲ 28일 새벽 경상대 교육문화센터 1층에 붙은 대자보.

이들은 이어 “이 모든 (여성혐오적) 사건들이 이제까지 단발적 ‘해프닝’으로만 취급됐다”며 “총학생회와 학교는 이러한 사건의 원인이 학내 여성혐오적 분위기라는 걸 인식하지 못하고, 여성혐오적 분위기를 묵인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모든 사건들은 여학우들에게 학교가 불안과 위협적인 곳으로 (인식되도록) 만들어왔다”며 “여전히 페미니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요일의 페미니즘’ 회원 A씨는 “그동안 학내에서 여성혐오 문제를 공론화하려고 했지만 힘들었다. 대자보를 붙여도 누군가 떼어내기 일쑤고, 학내 게시판에 페미니즘 관련 글을 올리면 비판성 댓글이 달리고, 게시물 신고가 들어가 삭제되기도 한다”며 “앞으로 이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해 노력할 거다. 페미니즘 관련 교양강좌도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에브리타임(앱 게시판) 앱 관리팀에 사진을 게재한 사람의 정보를 요청하고, 학내 CCTV를 분석해 용의자를 추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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