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인권보장 위해 필요'와 '교권 추락으로 반대'로 갈려

경남교육청이 학생인권조례 도입을 예고하며 지난 11일  ‘인권친화적 학교 조성을 위한 경상남도 교육조례’ 초안을 발표한 가운데 학생인권조례 도입을 두고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지난 19일 경남지역 108개 시민사회단체는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촛불시민연대’를 발족해 학생인권조례 제정에 힘을 싣고 있는 반면 학생인권조례제정반대 경남연합회, 경남미래시민연대, 경남동성애반대연합 등은 이 조례에 반대하고 있다. 학생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 지난 11일 ‘인권친화적 학교 조성을 위한 경상남도 교육조례’ 초안을 발표하고 있는 박종훈 경상남도 교육감(사진=경남교육청)

경남교육청이 발표한 조례안은 4장 6절 51조로 구성돼 있다. 조례안에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인 자유, 평등, 참정권에 교육복지권이 포함됐다. 학생인권보장위원회 설치, 학생인권센터 설립, 학생인권옹호관제 도입 등도 포함됐다. 구체적으로는 학생의 학교운영 참여권 강화, 체벌 방지, 표현과 집회의 자유, 두발 자유화, 차별 금지, 체벌·따돌림·(성)폭력 등을 신고한 학생 보호, 학생 휴식권 등이 담겼다. 이 가운데 특히 조례안 제16조의 ‘학생은 성 정체성, 성적 지향, 임신 또는 출산을 이유로 차별받지 아니한다’는 부분과 제21조, 22조, 23조의 ‘학칙등 학교 규정의 제정 또는 개정에 참여할 권리’, ‘학교 정책결정에 참여할 권리’, ‘학교운영위원회에 참석할 권리’ 등이 논란이 되고 있다.

 

▲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촛불시민연대가 19일 오후 경남도교육청 앞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의 학교를 위한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경남도민일보 박일우 기자)

경남교육청의 학생인권조례 도입 준비에 경남지역 108개 시민사회단체(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촛불시민연대)는 지난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인권조례 제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지금 당장 실현해야 하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경남에서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된 지 벌써 10년이 지났는데 조례가 제정되지 않았다”며 지난 10년을 학생들의 인권 보장을 뒷전으로 미루는 10년, 학생들의 존엄이 무너지는 광경을 방관한 10년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존엄한 인간이라면 누구나 평등해야 한다는 촛불 정신 아래, 학교 안의 폭력과 인권침해를 끝나고자 한다”며 학생인권조례 제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 경남동성애반대연합과 학생인권조례제정반대 경남연합은 13일 경남도교육청 브리핑룸에서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 경남도민일보 이혜영 기자)

하지만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지난 12일 경남교원단체총연합회(경남교총)은 보도자료를 내고 “도교육청이 발표한 경남 학생인권조례안은 집회보장, 용모 자유, 소지품 검사 불허용,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 소지권한, 학생 차별 금지 등 생활 교육을 어렵게 하는 요소를 인권보장으로 포장한 ‘생활교육 포기 조례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조례안이 통과되면 학교폭력과 교권침해 사례가 더 늘어날 것이라 주장했다. 지난 17일 경남미래교육연대 등 12개 시민단체도 기자회견을 열어 “학생인권조례안은 교육환경 개선 해결책이 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성적 문란을 조장하고 학생들이 수업 외적인 일에 과다하게 참여하는 등 공교육 파탄을 불러올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단체들은 박종훈 도교육감이 조례 추진을 강행하면 주민소환을 추진하겠다는 입장도 내놓고 있다.

 

▲ (사진 = 전교조)

진주지역 학생들 사이에서도 경남 학생인권조례 제정과 관련해 의견이 엇갈린다. 경해여고 1학년에 재학 중인 전 씨는 “모든 사람의 인권은 소중하고, 학생이라고 해 다를 것 없다”며 “학생 인권조례는 그동안 주어진 권리를 누리지 못했던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주고 1학년에 재학 중인 곽 씨도 “학생인권조례는 제정돼야 한다”며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의 기본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함이지 교권을 추락시키는 게 아니다. 학생이니 참아야 한다는 논리를 공감을 얻을 수 없고,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진양고 1학년에 재학 중인 정 씨는 “학생들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학생인권조례의 취지는 좋다”면서도 “요즘 학교에서 몇몇 학생들이 교사들의 교권을 침해하는 경우를 보곤 한다. 추락할 대로 추락한 교권이 더 추락하게 될까봐 조례 제정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진주고 2학년에 재학 중인 김 씨도 “학생인권조례는 좋은 취지를 담고 있지만, 학생들을 통제없이 방임하면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학생들에게는 선생님의 통제가 필요하다, 학생인권과 교권을 모두 챙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경남에서는 지난 2008년 경남교육연대 등이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촉구한 것을 시작으로 조례 제정 움직임이 이어져 왔다. 2012년 도민 3만7천여 명의 서명을 받아 주민발의로 조례안 제정이 추진됐지만 도의회 상임위에서 부결돼 조례 제정에 실패한 바 있다. 하지만 제8대 경남도의회는 조례 제정에 우호적인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등이 의석 과반을 차지하고 있어 조례 통과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경남교육청은 다음 달 조례안을 입법예고하고, 오는 11월 공청회 과정을 거쳐 조례안을 수정, 12월쯤 경남도의회에 조례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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