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할 때 알아야 할 몇가지

 

남자친구와의 갈등 때문에 힘들다는 A양.


늦은 시간이지만, A양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발렌타인데이가 남자친구 졸업식이었어요.

요즘 재정적으로 넉넉치 않은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그냥 넘기면 안되겠다 싶어서 열심히 초콜렛도 만들고,

꽃도 사서 졸업식에 갔죠. 즐거운 마음으로 축하도 해주고, 즐거웠어요.

졸업식이다 보니 남친은 친구들과 술한잔 하겠다는 거에요. 그러라 했어요.

그러다 몇시에 들어갈거냐 물으니 새벽 3시쯤이래요.

아니, 8시에 술을 먹기 시작해서 새벽 3시면...

무슨 술을 7시간이나 먹냐고 빨리 들어가라 그랬죠.

그랬더니 남친 왈 "친구들이랑 당구도 치고 PC방도 갈거다~"

 

사실, 알고 있거든요. 남친은 PC방 안간다는거. 그런데도 그렇게 얘기 하는거에요.

답답했죠. 더군다나 남친은 술도 잘 못하거든요.

더 빨리 들어가라고 했어요. 심각한 목소리로 말이죠.

아니나 다를까, 9시쯤 온 연락에 이미 남친은 혀가 꼬여 있더군요. 화가 났어요. 그래서 화를 냈죠.

 

이게 벌써 일년째에요. 어떡하면 좋죠?"

 

 

남친이 친구들과 노느라 연락도 잘 안되고, 늦게 들어가는게 못마땅한 A양은 더이상 싸우는게 어떻게 하면 좋을까.

모든 문제가 그렇듯, 상대를 변화시켜서 해결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무것도 없다.

결국에는 내가. 변해야 한다. 그 사실을 아는 것이 해결책의 첫걸음.

그 다음은 대략 이런 이야기들을 함께 나눴다.

 

 

 

첫번째. 

우리는 지금 연애중. 연인은 하나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자.

 

A양은 그렇단다. 어디를 가고, 누구를 만나고, 뭘 하든 연인에게 연락을 한단다.

그것도 자주. 좋은 마음에서 그렇게 하는거지만,  상대는 그렇지 않아서 서운하기도 하단다.

그런 상황이 반복될 수록 연인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는 것이다.

결국에 내가 하는 만큼 연인은 왜 나에게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래. 누구나 다 본전생각이 든다. 당연히 내가 노력하는데 상대방도 그만큼 해야하지 않겠나.

사실 내가 그렇게 하는 것 모두, 그런 대접을 받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니 당연히 그럴 수 밖에.

하지만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은, 거래나 영업이 아닌 연애다.

눈에 보이는 수치로 나타나는 무언가가 아닌, 눈에 보이지 않고 추상적이고 모호한 그런 감정의 주고 받음이라는 것이다.

그렇기때문에 언젠가는 많이 주고 적게 받(는다고 느낄 수)도 있고, 적게 주고도 많이 받는다고 느낄 수도 있다.

왜냐하면 사람마다 다른 계산법을 가지고 있기 떄문일것이다.

컵의 물이 반만큼 채워져있다고 할때, 누군가는 반이나라고 표현하지만 또다른 누군가는 반만이라고 표현한다는 것은 좋은 예가 아닐까.

 

서로 다른 방식으로 20여년을 살아오다

서로의 마음이 통해서 만나 겨우 1년 정도를 함께 했는데 어찌 한번에 같은 마음일 수 있으랴.

서로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하는 순간인 것이다.

나는 연락하는 걸 잘하고 좋아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고, 내가 만나는 사람이 바로 그렇지 않은 사람일 수도 있다. 그러니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게 안되면? 헤어지면 되는거고.

 

두번째.

불안은 상대가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들어 내는 것이다.

 

A양이 말했다.

"연락도 안되고 그러면 불안해요.

남친의 친구들을 좀 아는데, 여자애들이 없으면 놀지를 않아요. 걔들이 질이 좀 안좋아요.

그래서 혹시 남친이 그러진 않나, 불안해요."

 

불안하단다. 남친이 다른 여자를 만날까봐.

남친이 다른 여자를 만나서 다른 여자와 눈이 맞아서 헤어질까봐, 그렇게 되면 버려질까봐 걱정이란다.

그래서 물었다.

"혹시, 남친한테는 비밀로 하고 남자들이랑 논적 있어요?"

있단다. 놀아봤단다.

 

불안은 내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이다.

상대가 아무리 노력해도 안되는 게 내 감정이다. 나역시 마찬가지.

상대방의 마음을 쉽게 움직일 수 없다.

그렇다. 불안은 내가 만들어내는 환상이다.

 

내가 그렇게 놀아봤으니, 남친도 분명이 그렇게 놀게 뻔해,라고 생각하기 쉽다.

더군다나 친구들이 그렇게 노는것도 봤으니, 이거야 말로 당연하고 정확하고 명확한거 아니냔 거다.

남친은 아니란다. 절대 그렇지 않단다. 그럼에도 A양은 불안하단다.

A양의 불안에는 자신이 보고, 듣고, 아는 만큼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나는 것이다.

거기다가, 자신이 매력적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는 것도 한몫하는것이리라.

사실, 남친이 어디가서 누굴 만나든 A양이 더 매력적이라고 A양 스스로 믿는다면

불안함따위가 올 리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예전에 만났던 여자에게 카드를 쥐어주며 클럽에가서 놀라고 해도

오히려 그럴수록 옆에만 더 붙어 있던 K와의 일화를 들려주기도 했다.

자기 자신이 멋지다고 믿으면 멋진 행동을 하게되고 멋진 모습이 자연스럽게 나타날 것이고

그러다보면 멋진 사람이 되는 거. 당연한 수순인데도 불안감때문에 자신의 매력을 오히려 반감시키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했다.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처음의 매력적이었던 모습(남친에게 예쁘게만 보였던 그때의 자신)을 되새겨 보는 계기로 만들어 보길 권했다.

 

세번째.

억지 인연은 이어가지말자.

 

이러쿵저러쿵해도, 결국 내가 행복하지 않으면 아무소용이 없다.

그런 자신을 돌아보고 서로의 만남을 점검하는 좋은 계기가 되면 좋겠지만

그런 에너지 조차 남아있지 않다면, 그대로 헤어지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헤어질때는 쿨하게. 멋지게 헤어지는 것은 당연한거고.

그럴수록 상대방이 나에게 다시 만나자고 하게 될것이다.(참 묘하다.)

깔끔하게 아름답게 잘라낸 추억을 사진첩에 넣고 생각날때 가끔씩 꺼내보기도 하고 그러면 된다.

 

그 다음엔?

또 다른 사랑을 시작해야지.

이 사람이 절대 마지막 사랑일리 없으니까.

물론 마지막 사랑으로 오래오래 사랑하고 백년해로 하면 좋겠지만

마음은 쇠붙이가 아니라 그 무엇으로도 붙일 수가 없는것인데, 한번 갈라진 자리는 절대 보수가 힘들기 때문이다.

가능하기도 하단다. 3%의 확률로.

 

 

기타.

- 남친이 늦게 들어갈때 불같은 화로 표현하고 나면, 남친이 비슷한 상황만 와도 거부감을 느끼고 주눅이 든다.

그렇게 되면 내가 원하는 것도 그가 원하는 것도, 그 아무것도 가질 수 없으니 정확하게 나의 불안함을 전달해야 한다.

말로 설명해서 조곤조곤.

"술 취해서 힘들어할 니가 걱정되고, 집에 가는 길에 혹시 안좋은 일이라도 벌어지지 않을까 염려스러워. 

내가 사랑하는 너에게 무슨일이라도 있을까봐 걱정된단 말이지. 그러니, 내가 안심할 수 있도록 니가 할 수 있는 일이 뭔지 고민해 주지 않을래?"

 

 

* 쫌 놀아본 김쌤 : 대안학교 교사. 영화치료사. 8살 때 첫 연애를 시작. 갈고 닦은 내공을 바탕으로 “길거리 연애 상담가”로 활동중입니다. 다양한 연애상담신청은 astrio83@gmail.com 으로 보내주세요. 성심, 성의껏 답해드리겠습니다.

 

김준성  https://www.facebook.com/astrio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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