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관봉초교 오광석 교사.어린이들 '새와 식물 도감' 펴내

뜻깊은 책이 나왔다. 지난 2월 진주 관봉초등학교 5, 6학년 학생 전체 25명과 오광석 교사가 일 년 동안 수작업으로 만든 '새와 식물도감'이라는 책이 그것이다. 어린이들이 직접 그려서 만든 도감은 시중에는 없다. 오 교사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단디뉴스>는 오 교사를 만나 식물도감과 생태교육의 중요성, 환경의 가치 등에 관해 얘기를 들어봤다.

▲ 진주 관봉초등학교 오광석 교사

▲도감을 제작한 계기가 궁금하다

“둘레자연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들이 자기가 사는 곳 주변의 생물을 알도록 하는 것은 매우 가치 있는 교육이다. 기린은 아는데 직박구리를 모르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고민에 대한 해답으로 도감 제작이 기획됐다.”

▲둘레자연이 무엇인가

“어릴 때부터 그림책에서 보아온 동물들은 먼 나라의 동물이다. 막연하다. 내 가까이에 있는 생물들을 알아야 한다. 지역도 마찬가지 아닌가. 자기가 사는 지역을 아는 것이 지역에 대한 애착으로 연결된다. 요즘 아이들은 고라니도 잘 모른다. 고라니는 중국에서 멸종 단계이고, 한국에만 있다. 관봉초등학교 근처에서 서식하는 고라니가 없어지면 전 세계에서 고라니는 사라진다. 둘레자연을 아는 것이 가장 기본이다.”

▲ 관봉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직접 그려 만든 '새와 식물도감'
▲ '새와 식물도감'의 내용 中

▲도감을 구체적으로 소개해 달라

“여기 나온 동식물은 관봉초등학교 주변에서 다 볼 수 있다. 동물은 학교 근처에 서식하고, 식물은 학교 화단에 있는 거다. 시중에 나와 있는 도감들은 일단 어렵다. 초등학생 단계에서 볼 수 있는 교육자료로 만들었다. 5학년 15명, 6학년 10명. 25명 학생 모두가 참여했다. 물론 학생들마다 그림실력에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모두 다 참여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

▲아이들 그림실력이 대단하다

“여러 번 그리다 보니 실력이 늘었다(웃음). 사실 그림 그리는 것을 힘들어 하는 아이들도 있다. 하지만 도감이 최종 완성되고 나니 아이들은 ‘내가 해냈다’는 성취감을 많이 느꼈다. 자연에 대한 관심 역시 많아졌다. 학생들은 교실에 있다가 새소리가 들리면 이제는 무슨 새인지 다 안다. 자기들끼리 ‘무슨 새’, ‘무슨 새’ 이렇게 이야기 하고 논다.”

▲ '새와 식물 도감'을 만든 관봉초교 어린이들
▲ '새와 식물 도감'을 만든 관봉초교 어린이들

▲아이들이 특별해 보인다

“관봉초교 학생들은 주변 생물에 대한 관심이 또래 아이들과 완전히 다르다. 이번 도감 작업뿐만 아니라 이전에 여러 생태환경 활동들을 많이 했다. 등교하면 아침에 산책 삼아 논에 놀러 다녔다. 개구리 알을 구출했다. 다친 너구리가 관찰되어 야생동물센터에 연락해 너구리도 구출했다. 아이들은 수업보다 이런 것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한다. 아이들은 신기해 한다. 자기들이 생명을 살리는 의사라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아이들에게 어떤 도움이 됐나

“요즘 교육 트랜드는 창의력과 콘텐츠를 제작하는 경험을 중요시하는 것이다.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에서 정보를 직접 생산하는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관봉초 아이들은 직접 그림책을 하나 만든 거다. 또한 함께 만드는 경험을 했다. 세상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에너지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많은 경험 중 생태, 환경과 관련된 경험이 왜 중요하나

“로봇을 만드는 경험과는 다르다. 자연, 환경, 생태 이것은 모든 철학의 기본 바탕이다. 이 땅에 온전하게 그리고 지속가능한 세상에서 살 수 있어야 기술, 문화가 나온다고 생각한다. 생존하지 않고는 그 다음 이야기를 할 수 없다.”

▲이런 일들이 어떻게 가능하나

“일단 교사의 의지가 중요하다. 그리고 학교에서 간섭 없이 밀어줘야 한다. 우리 학교는 교육청 지정 행복학교다. 관봉초는 이 두 가지가 융합돼 있다. 그 다음에 생물이 사는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는 학교라서 이런 일들이 가능했다.”

▲생태교육이 아이들에게 어떻게 중요하나

“자연에 대한 감성은 어린 시절에 완성된다. 너무나 좋았던 추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는 본능적으로 자연 또는 환경을 지켜내는 에너지가 있다. 꽃을 봐도 예쁘다 생각을 안 한다. 정말 꽃은 예쁜 건데 말이다. 동물이 지나가는데 그냥 무섭다고 한다. 그런데 너무나 꽃을 예뻐하고 동물을 사랑하는 아이들이 있다. 차이는 어릴 때의 경험에서 나온다. 도시에서 아이들이 흙을 만지고 놀면 엄마들은 난리가 난다. 아이들도 답답하고 힘들 때가 있다. 컴퓨터 게임으로 푼다. 자연으로 해결할 수 있는데 말이다. 부모 역할이 크다.”

▲나도 부모다.

“생태교육이라는 거창한 말보다 그냥 아이들이 자연과 만나는 행복한 기회를 많이 만들어 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못 지켜낸다.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아무런 감흥이 없다. 자연과 함께 행복한 경험을 많이 한 아이들만이 자연의 가치를 지킬 수 있다. 요즘 아이들은 곤충이 자나가면 바로 발로 밟아 죽여 버린다. 이유는 없다. 곤충이 해코지 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어릴 때부터 그렇게 교육을 했다. 벌레 있으면 그냥 죽이는 모습을 부모들이 보여 준거다. 같이 살아야 할 소중한 생물이라고 교육했다면 달라졌을 거다.”

▲어른의 역할이 중요해 보인다.

“쉽다. 그냥 관심을 가지면 된다. 그러다 보면 그중 몇 사람이 애착을 가지고 자연을 지키는 사람이 된다. 거기에 호응해 주면 좋고, 같이 동참해 주면 더 좋다. 일단 시작은 관심이다.”

▲지역에서 어떤 관심이 필요하나

“앞서 말했지만 가까이 있는 것이 더 중요하다. 멀리 있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게 많이 없다. 내가 지켜 주기가 어렵다. 사랑해 주기 어렵다. 북극곰이 소중하지만 북극곰을 보고 지키기 위해 모든 아이들이 달려갈 수는 없다. 진주에서 수달을 지키거나, 진주의 너구리를 지키는 것이 더 낫다. 진주에 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이것은 북극에 사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도감과 관련해서 앞으로의 계획은?

“올해 처음 도감이 나왔다. 설명하는 글들을 추가해야 한다. 종과 종을 비교하는 자료도 필요하다. 식물 종을 보다 보충해야 한다. 이런 작업을 매년 해야 한다. 3학년, 4학년까지 희망하는 학년이 추가될 것 같다. 저와 애들이 계속 노력을 해서 몇 년 후에는 종합본 형태의 진짜 책을 만들고 싶다. 애들이 직접 그려서 만든 도감이 시중에는 없다.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 같다.”

▲ 관봉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직접 그려 만든 '새와 식물 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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