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측, "통장 맡겨놨으니 돈 뺀 것뿐"

병원측 “통장을 맡겨 놨으니 돈을 뺀 것뿐”
보험사측 “A병원 허 모씨가 대희(가명,보호자)씨 사칭해”

보호자에게 구체적인 설명 없이 아동을 치료하고, 질병코드를 고의로 조작하거나 치료 횟수를 늘리는 방법으로 이익을 편취해 논란이 된 진주 A병원이 이번에는 보호자 통장에 입금된 보험금(의료실비)을 보호자의 동의 없이 인출한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 해 12월 6일 A병원은 대희(가명,보호자)씨를 사칭해 보험금 청구서에 서명했고, 보험사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6백만원과 141만5천300원을 송금받아 모두 인출했다. 

보호자 대희씨 “어떤 보험금도 신청한 적 없어” 

대희 씨는 지난 해 12월 6일 보험설계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보험금 청구가 들어왔는데, 보험금을 청구한 적이 있느냐”는 확인 전화였다. 이상하다 싶어 폰으로 거래내역을 조회한 결과, 보험사로부터 700만원 넘는 돈이 본인 통장에 입금됐고, 병원에서 그 돈을 인출한 것을 알게 됐다. 

대희 씨는 아이 치료와 관련해 보험금을 청구한 적이 없다. 대희씨에 따르면 A병원은 2017년 7월 보호자들에게 일괄적으로 통장을 만들도록 했고, 보험증서까지 제출받았다. 대희씨는 “보험가입 여부를 파악하고, 치료 대상자는 통장이 필요하다는 병원측의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며 “병원이 이런 일을 저지를 지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며 황당해 했다. 

대희 씨는 병원측이 보험금을 인출한 사실을 알지 못했고, 동의한 적도 없다. 당장 병원에 따져 물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예상 밖이었다. 

대희 씨는 “병원에서는 후불제라서 돈을 인출해 갔다며 당연한 듯 말했다. 게다가 나를 답답한 사람이라고 타박하기까지 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 대희 씨는 A병원의 요구로 2017년 7월 27일 통장을 개설했다. 2017년 12월 6일 보험사는 대희 씨에게 보험금 7,415,300원을 입금했다. A병원은 당일 대희 씨의 보험금을 모두 인출해갔다.

보험사 “우리도 병원에 속아 보험금 지급했다”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금 청구서와 개인정보 동의서에 대희 씨 사인이 있고, 통장도 본인 것이 맞았다. 무엇보다 보험금 지급 전화심사에서 전화 받은 사람이 자신이 대희 씨가 분명하다고 대답했다”고 강조했다. 보험사 쪽에서는 “서류도 완벽하고, 본인 인증을 했기에 보험금을 지급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후에 드러났다. 보험사에 다른 사람의 보험금 청구서가 추가로 접수됐다. 그런데 청구서에 기재된 연락처가 대희 씨의 연락처와 동일했다. 보험사측은 이를 수상히 여겨 보험금 지급을 중단하고 사실 확인에 나섰다. 

보험사는 "A병원 관계자가 대희 씨를 사칭해 보험금을 청구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보험사기 혐의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보험사로부터도 피해소식을 듣고 있다"며 "금액이 많아서 상당히 문제가 큰 상황이며, A병원의 다른 혐의도 파악 중이다“고 말했다.

보험사측은 “청구인을 사칭해 보험금을 타내는 시도가 종종 있는데, 대부분 가족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A병원처럼 통장을 병원에서 보유하고, 제3자가 보호자를 사칭해 돈을 빼가는 사건은 정말 드문 경우”라며 “말 그대로 보험사기”라고 말했다.

▲ A병원 관계자는 대희씨를 사칭해 2017년 12월 5일 보험금 청구서를 작성했다. 보험금 청구와 관련해서 대희씨는 어떠한 서류를 작성하거나 서명한 적이 전혀 없다.

 A병원 허 모씨 "병원에서 보험금 청구한 적 없어"

대희 씨를 사칭해 보험금을 청구하고 돈을 인출한 사람으로 지목되는 허 모씨는 <단디뉴스>와의 통화에서 "병원에서 보험금을 청구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인정보 동의서에 서명한 적도, 본인 휴대폰 번호를 적은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허 모씨는 보호자 통장에 들어온 돈을 인출한 것은 인정했다. “아이의 치료가 끝났고, 통장을 보호자들이 맡겨놓고, 비밀번호를 알려줬으니 돈을 뺐을 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보험금 청구서에 기록된 전화번호가 대희 씨가 아닌 허씨 연락처라는 사실에 대해 묻자 “병원 담당 설계사가 청구한 것 같다. 나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했다. 

보험사측은 허씨 주장처럼 설계사가 개입됐다면, 문제가 더 커진다고 지적했다. 보험금을 편취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보험사기를 계획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금 청구와 관련해 허 모씨의 연락처가 입력된 건 사실"이라며 “전화를 받은 허씨가 대희 씨를 사칭한 건 분명하다”고 밝혔다. 

<단디뉴스>는 사건을 취재하면서 또다른 유형의 피해를 본 보호자들과 증거자료들도 확인했다. 주변인들의 진술 역시 대희 씨의 주장과 일치했다. 보호자들은 현재 보험금 허위 청구에 연대 책임이 있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보호자를 사칭해 돈을 인출한 사건 외에도 허위 진단, 치료비 과다 청구 등 A병원이 저지른 불법 행태는 여러 건이다. 피해자들은 수십 명에 이르고, 피해 금액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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