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완 저, 《SNS시대 지역신문기자로 살아남기》

김주완 경남도민일보 미디어출판국장은 진주와 인연이 깊다. 그는 지금은 폐간된 지역주간지 《남강신문》(진주신문의 전신)에서 1990년 우연히 기자로 일하게 된 일을 계기로 언론인을 평생 직업으로 삼게 됐다. 그는 다른 언론사에서도 근무하다가 1998년 《경남도민일보》 창간 작업에 참여했다. 이 책은 그가 경남도민일보 편집국장으로 지낼 당시인 2012년 냈던 책이다.

저자는 《대한민국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가기》라는 전작을 통해 내놓았던 여러 제안을 지역신문의 편집국장의 자리에 오르며 실제로 실험한 것을 이 책에 써냈다. 그는 편집국장이 되기 전부터 지역 언론에 대한 고민과 방향을 제시해 왔고, 그 때문에 처음 편집국장으로 선임됐을 때 표결에서 부결돼 그 자리를 맡지 못했다. 지나친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그를 밀어냈던 것. 이 일 때문에 그는 자신이 만든 신문사에 사표까지 냈다. 하지만 다시 찾아온 기회에서 그는 편집국장으로 회사에 돌아와 신념을 담은 개혁을 진행한다.

▲ 저자 김주완 경남도민일보 출판미디어국장 및 경영이사. 4년간의 편집국장을 지낸 후 '도서출판 피플파워'를 책임지고 있다. /사진=경남도민일보

《SNS시대 지역신문기자로 살아남기》라는 책 제목을 보면 처절하게 버텨내야만 할 현실이 있을 것 같지만 실상 그렇지도 않은 게 사실이다. 보통은 매체의 영향력에 기대거나 남들 다 하는 부분적인 적응을 통해 지역신문은 일상적으로 유지되고 있으며 타성에 젖은 채 찍어내는 온·오프라인 활자 매체가 홍수를 이루고 있다. 책에서 다루는 내용은 대안과 성공이나 극복 사례가 많으니 오히려 현실보다 긍정적으로 읽힐 정도다.

이 책에서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지역 언론 전반에 녹아들어 있는 각종 부조리나 무기력함이 계속해서 지적되지만 무엇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뉴미디어와 인물 중심의, 지역만의 콘텐츠였다.

중앙의 콘텐츠가 지역 곳곳의 안방까지 가득 채우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지역신문에 대한 회의감이 큰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드러나는 저자의 최종적이고도 일관된 생각은 지역신문은 차별화된 콘텐츠를 내세워야 하며 그것은 바로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것으로 지역신문은, 지역신문기자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는 지역밀착의 공공저널리즘을 구현하고 그것으로 수익까지 낼 수 있는 독특한 신문광고, 인물중심 잡지 창간, 기사 일부 유료화 등을 시도한다. 거기에 지역신문의 핵심 콘텐츠로 ‘사람’에 주목하게 된다. 저자는 특히 ‘스물여섯 혜영 씨는 왜 숨졌나’, ‘작지만 강한 여자 송미영 이야기’ 등 인물 스토리텔링으로 지역에서, 그 지역과 그 지역 사람까지 모두 보듬어내는 시도를 한다. 저자는 이때 “독자들의 반응은 열광적”이었다며 기자생활 중 가장 많은 관심과 피드백을 받았다고 전한다.

일반적으로 지역과 떨어뜨려 놓고 보더라도 ‘언론’이라는 것이 자신과 가깝게 느껴질 사람은 아마 적을 것이다. 우리는 늘 우리에게 노출되는 언론을 스치듯 살필 뿐, 가족이 언론 종사자라면 모를까, 내 주변의 이야기로 느낄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이 책은 지역‘언론’이 처한 이 문제적 상황을 세세하게 다뤘기 때문에 이야기가 달라진다. 무겁게 여겨지지 않는 것은 물론 나와 가까운 언론, 지역민의 언론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중앙지’를 흉내 내며 기사의 소재나 취재 대상 몇 개 바꿨을 뿐인 ‘지방지’가 아닌 진짜 지역신문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 김주완 저, 《SNS시대 지역신문기자로 살아남기》, 산지니

‘한국지역신문이 어려움에 처한 까닭’이라는 소제 아래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미국의 한 지역신문사에 방문했을 때의 이야기다. 신문의 1면 머리기사가 동네 빵집 주인의 죽음이었다. 한국 신문에서는 볼 수 없는 기사였다. 오 대표가 물었다.

“이 기사가 1면 톱이 될 만큼 중요한 건가요?”

미국인 편집국장의 대답은 이랬다.

“이제 다시는 그분이 만든 빵을 먹을 수 없으니까요.”

언론의 모습을 어떤 편견을 가지고 그리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여기서 크게 한 방 먹게 될 것이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인생과 사는 방식이 있으며, 스토리가 있다. 누구의 이야기나 지역의 역사가 되고, 그것은 지역신문이 꼭 다뤄야 할 소재가 될 수 있다. 그렇기에 어떤 삶은 당연하다거나 어떤 삶의 방식은 틀렸다고 단정하고 외면해서도 안 된다. 지역신문이 할 일은 모두의 이야기를 알차게 담아내는 데서 시작된다고 봐야 하겠다.

또한 저자는 지금도 국내 대형 포털에서 검색을 통해 대체로 가장 상단에 노출되는 편인 블로그를 다룬다. 블로그 생태계를 조성하고, 블로거(blogger)와 협력함으로써 지역 언론이 지역을 온전히 커버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 블로그에서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로 무게감이 제법 넘어갔다는 점은 책이 나온 지 수년이 흘렀기 때문에 약간 다른 점은 있을 수 있겠지만 블로그가 여전히 유효한 언론매체임은 변함이 없다.

어쩌면 지역신문 중 일부의 경우를 제외하고, 종이신문을 유료로 구독한다거나 인터넷 신문의 후원독자가 된다는 것은 사실 지역을 위한다는 명분 외에 특별함을 갖기 어려운 것이 사실일지 모른다. 그만큼 그동안의 지역 언론이 중앙지의 ‘하위호환’에서 특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많은 독자들이 여겨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콘텐츠가 지역만의 소식을 중앙지와 다르게 심층적으로 담아내고 더 좋은 콘텐츠를 실어 나르며, 지역의 많은 이들의 눈과 귀, 특히 입이 돼 준다면 상황이 다를 것이다.

기자는 최근 직접 써놓은 기사에 대해 주변 사람들에게 말을 묻곤 한다. 이때 그들이 이미 읽었다며 내용을 알고 공감해줄 때 기자로서 정말 감사하고 기쁜 마음이 솟구친다. ‘단디뉴스에 읽을거리가 많다’, ‘다른 언론과는 다르다’, ‘지역신문은 이래야 된다’ 등 여러 칭찬을 들을 때, 초짜 기자로서 출발점을 잘 잡은 게 아닐까 싶어 뿌듯하다. 그리고 나는 이런 평가와 구독이 단디뉴스에 기고를 권해왔던 일이나 그들을 직접 취재했던 일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역 사람들에게 남들과 다른 관점으로 제대로 다가갈 수 있다. 이것이 나와 단디뉴스의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의 일독을 마쳤다면 기자, 블로거, 지역민 누구건 상관없이 모두 새로운 방향을 탐색하는 일에 주저하지 않게 될 것이다. 아마 상당히 많은 수의 독자들이 그동안 잠자고 있던 블로그를 돌보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나만이 눈치 챘거나 알고 있는 지역 소식, 그리고 나의 감성으로 풀어낸 우리 삶의 이야기가 지역을 풍성하게 만든다.

그러고 보면 기자와 언론 관계자들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는 책인 동시에 블로거들이 진정 이 책의 주요 독자층일지도 모르겠다. 시정 칭찬이나 옮겨다 쓰기 바쁘고, 맹목적인 인용보도만 남발하는 재미없는 지역신문보다 소박한 1인 미디어에 우리는 더 손이 간다. 많이 읽힐 테니 그 영향력도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질 낮은 기사를 남발하는 언론을 반면교사로 삼고 지역신문이라면 더욱 콘텐츠를 중시해야 하는 것도 이런 이유이다.

단디뉴스 독자들에게도 진주 이야기, 우리 동네 이야기를 담아내는 블로그 운영을 한번 권하고 싶다. 그리고 거기서 쓰는 글을 신문에 기고하는 것도 좋다. 단디뉴스의 경우 홈페이지에서 오른쪽 위에 있는 ‘회원가입’을 눌러 가입한 뒤 ‘마이홈’을 누르면 그때부터는 마음껏 글을 보낼 수 있다. 마이홈 페이지에 들어가면 ‘시민기자 기사작성법’도 간단하게 볼 수 있다. 막히는 게 있다면 이메일로 언제든지 물어 달라.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저작권자 © 단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