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완 저, 《대한민국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가기》

지역은 무엇인가? 중앙과 대립되는 것인가, 아니면 그렇지 않은가? 기자란 무엇인가? 지역신문 기자는 중앙지 기자와 다른가, 아니면 그저 달라야 하는가? 넘쳐나는 기사와 정보 속에서 지역언론은 살아남을 수 있는가?

지역신문 기자라면 여러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누군가 지역기자의 길을 고민하고 있다면 그 해법까지 전해주는 이가 있다. 김주완 기자. 그는 《대한민국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가기》의 저자이며 2016년 2월 현재 경남도민일보 이사이자 출판미디어국장이다. 그가 쓴 이 책은 2007년 나왔고, 그는 2012년에 《SNS시대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남기》도 썼는데, 그것은 이 책의 후속편에 해당한다.

▲ 김주완, 《대한민국 지역신문기자로 살아가기》, 2007년, 커뮤니케이션북스(주)

처음 나는 일 삼아 이 책을 집어들었지만 금세 책의 내용에 몰입하게 됐다. 다 읽고서야 이러한 몰입의 이유를 알았다. 언론인을 꿈꾸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에나 그러리라고 확신한다. 그는 답을 알 것만 같아서였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지방에 있는 언론사들의 현 모습과 저자가 몸담고 있는 경남도민일보의 과제를 풀어놨다. 창간부터 지금까지 경남도민일보와 함께 해온 그는 언론이 가지고 있는 악습을 지적했고, 대안을 내놓았다. 그 중 많은 부분이 경남도민일보에서 실제로 시도되기도 했다고 한다.

저자는 '여는 말'을 통해 진주전문대 사태에 관한 기사를 쓰고 그것이 관심을 끌지 못했던 경험을 이야기한다. 그 무력감 때문에 더 큰 신문사에서 기자생활에 더 본격적으로 임한 그는 우여곡절 끝에 6200여 명이 주주로 참여한 경남도민일보를 창간하는 작업에 뛰어든다. 그리고 그는 그곳에서도 회의감을 느낀 부분을 말한다.

그는 "하는 데까지 해본 후, 도저히 희망이 없으면 장렬한 전사를 택해야 한다"고 지역신문에서 가져야 할 각오를 제시하면서도 "아직 해보지 못한 게 더 많다"면서 기대감을 보태 책을 시작해 지역언론이 넘어서야 할 과거의 폐단과 꼭 해봐야 할 시도를 담았다.

인터넷이 발달하면 할수록 중앙의 소스에 치우치게 되는 분위기에서 비주류 언론일 수밖에 없는 지역언론에서 오랜 세월 일해온 저자는 순탄치 않게 이어온 일들을 풀어놓는다. 그리고 그는 이 책을 내고 몇 년 뒤에는 편집국장의 자리에 올라 이러한 고민들을 자신이 일하는 언론사에서 적극적으로 실험한다.

책에서 드러난 이야기는 저자의 다짐이었고 많은 지역언론인과 공유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여러 소제목으로 그 내용이 나온다. '촌지'와 뇌물, 기자실의 폐쇄성과 개방, 연고와 인맥, 정치와 선거보도의 문제점, 지방분권과 지역시민운동의 한계, 중앙지와 지방지, '동네신문'만의 특별함, 벗어나야 할 관행, 공공저널리즘 도입 등 모든 언론인들이 공감하고 참고할 만한 내용들이다.

특히 촌지와 기자실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가 생각할 부분이 많다. 저자의 말마따나 '관행'은 정상을 비정상으로 만드는 악마가 되기 일쑤다. 저자 역시 처음에는 주변과 다른 행동을 할 용기가 없었고, 어느샌가 촌지를 기대하는 마음이 생겼다고 고백하기도 한다.

기자실에서도 그 '관행'이 발견된다. 저자도 처음에는 기자단이나 기자실이 "'보도에 대한 정부의 억압에 기자들이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한 성격이 짙었다고 한다"거나 "기자실이 국민 알권리 신장에 기여한 측면도 부정할 수 없다"고 말하는 등 그 순기능을 일부 인정한다. 하지만 정부기관이 '상시적으로' 기자들을 '일괄 관리'한다거나 기자실을 통해 각종 특혜와 편의를 제공해줌으로써 '적당한 협조요청'이 통하도록 한다는 등 결국 정부의 '관리' 의도와 기자의 '취재 편의' 요구가 맞물리는 지점을 폭로한다.

저자는 지역언론과 지역언론인의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으며 제목 또한 그래 보이지만 조금 더 들여다본다면 우리는 중앙에서 떨어져 있다는 것 외에도 많은 문제의식을 얻게 된다. 언론이 지향해야 할 곳.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모든 언론인에게 필요한 화두를 던진다.

많은 이들은 자신을 중심으로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는 것 대부분은 주어지는 것에 달렸지 사실 스스로 중심을 잡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 변방에 있다는 감각은 중앙이 아닌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알게 모르게 따라다니고 있다. 우리는 모두 중앙의 소식과 광고에 더욱 집중하고 거기에 맞춰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소비한다.

그런데 '중앙지? 서울지!', '서울지의 장난질' 등의 소제 아래 내용을 보면 얼마나 중앙에 있는 언론들이 지역의 인물과 이슈에 대해 무지한지 드러난다. 우리는 우리가 사는 곳을 우리보다 무지한 이들이 겨우 정리해놓은 소식으로 아는 데 만족하고 있는 게 아닌지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저자는 책 전반에서 언론인이기 이전에 사람으로서 체험한 온갖 사례들을 전한다. 그가 녹아들 뻔했을 만큼 만연했던 지역언론의 문제적 분위기 속에서 그가 어떻게 지금과 같은 언론인으로 성장해 왔는지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이 책을 보면서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그가 성장한 것만큼 지역언론이 성장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2007년에 출간된 책임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 중 상당 부분이 여전히 지역언론에 대한 유효한 지적이다. 이름을 달리하며 더 세련되게 바뀌었더라도 저자가 지적하는 문제는 본질적으로 해소되지 않았다는 것. 지역언론의 끝자락에 붙어 있는 내 입장에서도 마음 무거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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