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잡채에 담긴 조상들의 맛과 지혜
조선잡채에 담긴 조상들의 맛과 지혜

 

조선잡채에 담긴 조상들의 맛과 지혜
조선잡채에 담긴 조상들의 맛과 지혜

진주를 대표하는 전통 음식 중 하나인 조선잡채. 이름만 들어도 정갈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이 듭니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당면 잡채와는 확연히 다르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조선잡채에는 '당면'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당면은 1910년대 중국에서 전래된 재료로, 우리나라의 잡채에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이후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흔히 먹는 당면 잡채와 조선잡채의 차이를 이해하면, 한 접시 음식에도 역사와 전통, 건강의 이야기가 담겨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조선잡채는 당면 대신 쇠고기 사태, 전복, 갑오징어, 새우 같은 고급 재료와 도라지, 죽순 등 채소로 맛과 식감을 살립니다.

조선잡채의 매력은 재료의 풍성함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각각의 채소와 버섯, 해산물, 고기를 섬세하게 손질해 따로 볶고, 마지막에 매콤하면서도 달콤새콤한 겨자즙에 버무리면 재료 본연의 맛이 살아납니다.

겨자는 갓 씨앗을 발효시켜 만든 것으로, 따뜻한 성질이 메밀과 채소의 차가움을 중화하고, 알싸한 맛의 시니그린 성분은 항균·항산화 작용이 뛰어나 김치와 동치미를 오래 보관할 수 있게 돕습니다.

혈관 탄력을 보호하고, 혈당과 인슐린 분비 조절에도 도움을 주어 당뇨 예방에도 유익합니다.

‘잡채’라는 이름도 의미심장합니다. ‘잡(雜, 여러 가지)’과 ‘채(菜, 나물·채소)’가 합쳐진 말로, 여러 재료를 섞어 만든 음식을 뜻합니다.

조선잡채는 조선 시대 광해군 때, 궁중에서 귀한 손님을 접대할 때 준비했던 특별한 음식이기도 합니다. 이름만으로도 당시의 격식과 풍미를 느낄 수 있죠.

각 재료를 따로 볶아 마지막에 겨자즙과 섞어 내면, 아삭한 채소와 부드러운 해산물, 쫄깃한 고기가 어우러져 잔칫날에도 손이 쉬지 않는 풍미가 살아납니다.

필자의 어머니도 어릴 적 심하게 체했을 때, 이모님이 해주신 조선잡채를 먹고 속이 개운해졌다고 하셨습니다.

음식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몸과 마음을 돌보는 작은 치료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경험담이죠.

갓 버무린 잡채도 맛있지만, 하루 정도 냉장고에서 숙성하면 재료들이 서로 어우러져 맛이 한층 깊어집니다.

이윤주(경남대학교 외식조리학과 교수)
이윤주(경남대학교 외식조리학과 교수)

글쓴이 이윤주 교수는 대한민국 조리기능장 자격을 보유하고 있으며, 진주비빔밥의 전통을 이어가는 대한민국 식품명인 진주비빔밥 전수자로 지정된 전문가이다.

현재경남대학교 외식조리학과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며, 후학 양성과 전통 음식문화 계승에 힘쓰고 있다. 꾸준히 지역 전통음식의 연구와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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