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부터 바람벽 앞에 심은 능소화가 피기 시작했다.
처음 능소화 묘목을 구입해 심었을 땐, 익숙한 꽃이 아니었다. 내 기억 속의 능소화보다 붉고, 꽃 크기도 작았다. 검색해보니 ‘미국 능소화’였다. 요즘 시중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묘목이 이 품종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건 내가 오래도록 마음속에 간직해온 능소화가 아니었다.
결국 꽃을 캐내어 중고앱에 저렴하게 내놓고, 다시 능소화를 구해 심었다. 이번엔 벽을 타고 오를 수 있도록 줄기를 하나하나 조심스레 붙여주었다. 올해는 유난히 꽃이 많이 피었다.
능소화는, 이상하게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환해진다. 어느 꽃보다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는 힘이 있다.
오늘도 폭염. 하지만 능소화 덕분에 하루가 조금은 선선하게 느껴진다.
2025.7.4. #그림일기 #능소화 #바람벽앞에서
자연과 사람을 주제로 그림을 그려 온 화가이다. 오랫동안 고등학교 미술 교사로 일하며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학생들과 더불어 나누었다. 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전국 교사 모임에서 일하며 ‘녹색손’이라는 이름으로 자연을 생각하는 작은 배움터 ‘도토리 교실’을 이끌었다. 『두꺼비 논 이야기』를 지었고 『콩알 하나에 무엇이 들었을까?』, 『가랑비 가랑가랑 가랑파 가랑가랑』에 그림을 그렸다. 최근에는 『오늘 뭐했지?』 (제주 정원에서 쓴 녹색손 그림일기)를 펴냈다.

